당신이 무심코 걷고 있는 그 거리. 무슨 거리인지 아시나요? 걷다보면 카페거리부터 패션거리까지 특색 있는 거리를 골목골목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학기 문화부는 같은 듯 다른 두 거리를 비교 분석합니다. 해당 거리의 미래는 어떨지 ‘스포’까지 해드립니다! 이번주는 청담동과 아현동 웨딩거리를 역사부터 전망까지 살펴봤는데요. 아현동과 청담동을 살펴보면 약 30년간의 웨딩문화가 어떤 모습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두 웨딩거리의 앞날이 어떨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Focus On! 

오르막길 뒤에는 내리막길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아현동 웨딩거리 역시 지난 1990년 황금기를 거친 후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나 최근의 아현동은 거리의 특색을 더 강화해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늦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던 날, 아현동 웨딩거리를 직접 방문해 웨딩거리의 역사, 현황 및 전망을 살펴봤다. 

 

   1990년대 웨딩의 꽃, 아현동 

   아현동 웨딩거리는 지난 1998년 특화 거리로 지정됐다. 아현동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약 100곳이 넘는 웨딩 점포를 보유할 정도로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다. 청담동이 웨딩거리의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하기 전까지 아현동 웨딩거리는 대적할 자 없는 웨딩의 ‘메카’였다. 

   많은 이들의 결혼을 책임지던 아현동 웨딩거리의 건물은 주로 지난 1975년에서 1980년 사이에 지어졌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낮은 층의 오래된 건물들을 바라보면 전통을 지켜주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웨딩 전문업체 ‘웨딧’의 한신 대표는 아현동 웨딩거리가 부흥했던 이유로 이화여대와 가까운 위치를 꼽았다. “여대 근처에 위치하다 보니 연주회에서 입을 드레스 수요가 높았어요. 아현동 웨딩거리가 애초에는 드레스 거리로 자리매김한거죠. 이후 자연스럽게 웨딩업체가 모여 지금의 아현동 웨딩거리가 됐어요.” 

   빛바랜 웨딩드레스

  서대문구를 길게 가로지르는 171번 버스에 탑승해 ‘웨딩타운’ 정류장에 내리면 오르막길에 나란히 자리 잡은 웨딩 상점들이 보인다. 커다란 투명 창 안쪽엔 형형색색의 옷들이 진열돼있다. 빛바랜 간판 아래 드문드문 불 꺼진 상점들이 눈에 띈다. 1990년대만 해도 활짝 피었던 아현동의 꽃은 현재 조금 시든 상태다. 주춤하는 아현동의 현재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웨딩·연주 드레스상점 ‘아니(Ani)’의 상인 임순례씨(54)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많이 실감하죠. 손님이 예전보다 확실히 많이 줄었어요. 예전보다 손님이 40% 정도밖에 오지 않아요.”

  웨딩드레스 판매가 저조해진 후 아현동 웨딩거리를 찾는 연령대는 다양해졌다. 웨딩샵 ‘앤웨딩’의 상인 A씨는 파티의상을 판매하는 경우가 이전보다 많아졌다고 전한다. “요즘은 웨딩드레스 수요가 적어요. 최근엔 파티의상이나 행사의상을 찾는 손님이 더 많죠.”

  아현동 웨딩거리의 입지가 좁아진 원인은 무엇일까. A씨는 웨딩 이벤트 회사로 인해 아현동 웨딩거리에 모이던 고객이 흩어졌다는 말을 전한다. “이벤트 회사와 제휴하면 수수료를 지급해야 해서 상품을 단독으로 판매할 때보다 수익이 훨씬 줄어요. 때문에 상인들은 제휴를 선호하지 않죠.” 서원석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 역시 아현동 웨딩거리의 하락 원인으로 웨딩의 이벤트화를 꼽는다. “최근 웨딩문화는 연관 산업이 모이는 집적 형태를 띠고 있어요. 대중이 다양한 산업이 모인 장소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죠.” 집적화된 웨딩산업과 달리 상점만 모인 아현동은 상대적으로 주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급감한 혼인율도 아현동 웨딩거리의 입지 축소에 한몫했다. 임순례씨는 결혼 추세 변화가 손님이 줄어드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혼인율도 줄었고 혼인 방식 자체가 전보다 간단해졌어요.” 실제로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뜻하는 조혼인율은 지난 1980년 약 10.6명에서 지난해 약 5명으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연륜이 쌓는 재도약의 탑

  활력은 다소 줄었지만 아현동 웨딩거리의 앞날이 마냥 내리막이진 않다. 여러 매장을 둘러보며 드레스를 살폈던 과거와 달리 요즈음 아현동 웨딩거리에 방문하는 소비자는 대부분 클래식한 의상을 찾는 단골손님이다. A씨는 아현동 웨딩거리가 예전만큼의 명성을 당장 되찾기는 어렵겠지만 고정된 손님이 있기 때문에 거리의 전통이 유지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전통이 하루아침에 없어지지는 않잖아요. 아현동 상점에는 연륜이 쌓여있기 때문에 고객의 재방문이 많아요. 상점이 유지되는 한 거리가 없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임순례씨 역시 아현동 웨딩거리에 자부심을 뽐낸다. “아현동 웨딩거리는 굉장히 알찬 거리예요. 상점 주인이 직접 드레스를 한 땀 한 땀 디자인하고 만드는 공방 같은 곳이죠.”  

  아현동 웨딩거리의 부흥에 관해 서원석 교수는 거리가 차별화 전략을 통해 명목을 이어가야 한다고 전한다. “거리 주변 대학과 연계해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면 특화된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거예요. 아현동 웨딩거리가 작지만 특색있는 웨딩 특화 거리로 남아줬으면 해요.”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