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관 대안에도 수용안돼
“학생자치기구역할 장인위 필요”

 

장애인권위원회(장인위) 설립이 순탄치 않은 핵심 이유는 ‘공간 부족’에 있다. 서울캠 김민진 총학생회장(경제학부 4)은 “총학생회(총학)산하 특별기구는 총학과 별개의 단체가 아니므로 업무·사업진행을 위해 107관(학생회관)에 위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회관에는 추가 공간 마련이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학생지원팀 이우학 대리는 “아직 학생회관에는 공간을 배정받지 못한 가등록 동아리가 10개 가량 있다”며 “총학 산하기구 단체가 이미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공간을 내는 건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장애학생회 측은 굳이 학생회관에 위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장애학생회 정승원 회장(사회학과 1)은 “학생회관에 가용공간이 부족한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지만 “그 이유로 장인위를 설립할 수 없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민 장애학생지원센터장(교육학과 교수)도 “공간을 이유로 장인위 활동의 싹을 자르는 행보는 문제다”라며 “장인위를 설립할 의지와 장애학생의 권리를 옹호할 생각이 있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학생회와 장애학생자치기구 TFT는 공간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203관(서라벌홀)에 있는 장애학생휴게실을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간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과 동시에 장애학생에게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학은 해당 안을 거절했다. 김민진 총학생회장은 “장애학생휴게실은 장애학생과 가족분들이 편히 쉬도록 마련된 공간”이라며 “총학생회 산하 특별기구를 위한 배정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정승원 회장은 “휴게실을 사용하는 모든 장애학생에게 동의를 받고 오후 6시 이후 회의 시에만 사용하겠다고 전제했다”며 “그럼에도 휴게라는 사용목적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됐다”고 말했다. 또한 “총학은 어떤 방안을 제시해도 공간문제를 핑계 삼는다”고 덧붙였다.

  총학과 장애학생회 간의 소통구조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5월 장애학생회가 해체한 이후 총학과 새로 출범한 장애학생회는 인문대 학생회장을 통해 간접적인 소통만을 이어갔다. 인문대 강현구 학생회장(역사학과 4)은 “장애학생회가 해체하면서 이주형 전 회장이 장인위 TFT에서 나오게 됐다”며 이후 “총학과 재개된 장애학생회가 직접적으로 소통 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승원 회장은 “강현구 학생회장이 총학 내부논의 사안을 전달해줬다”며 “총학과 장애학생회가 직접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20일 열린 장애학생자치기구 TFT 4차 회의에서는 총학과의 직접적인 면담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총학은 장인위 설립 이외의 방법으로 장애학생 정책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김민진 총학생회장은 “공간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장인위 설립이 불가능해졌다”며 “이번학기부터 자체적으로 인권복지위원회(인복위)와 함께 세미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민 장애학생지원센터장은 “장애학생자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장애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승원 회장은 “장애학생이 기본권, 학습권, 이동권 등을 직접 요구할 수 있는 장인위를 원한다”며 “장인위가 추구하고자 하는 활동은 인복위에서 하고자 하는 활동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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