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달 동안 ‘한·일 경제전쟁’이라는 키워드가 뉴스를 가득 채웠습니다. 한·일 외교 관계 속 수많은 일이 있었죠. 다수의 국민은 마음을 모아 불매운동을 일으켰고 일제 강제동원 피해 역사를 되새겨보자는 의지도 보였습니다. 기자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이번 주에 일제강점기 안성에서 전개된 항일운동을 다루는 기사를 썼습니다. 무단통치의 어둠이 한반도를 덮었던 1919년, 안성의 항일운동은 한 줄기 빛과 같았습니다. 안성의 구국정신은 독립운동의 초석이 됐죠.

  취재 과정에서 “사료가 발견되지 않아 설명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습니다. 기자가 쓰는 기사는 주어진 사료에 근거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기록된 역사가 없어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던 것입니다. 사료가 없는 과거의 일들은 그저 이야기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참고한 사료에는 당시 발행된 신문도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는 철저히 민족 언론을 탄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안성의 만세운동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죠. 만세운동 참여자들의 재판 진행 과정을 지속적으로 보도해 운동의 전말을 상세히 밝혔습니다. 읍내면의 만세운동에 실제로 누가 참여했는지는 당대의 기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항일정신은 이러한 기록이 있었기에 기억될 수 있었습니다. 당시의 보도가 현재에 와서 가치 있는 역사가 된 것입니다.

  기자의 역할 중 하나는 오늘의 사건을 기록하는 일입니다.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감당해야 할 무게는 무엇일까요. 기자는 독립성과 공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은 기자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어떤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도 단호히 배격할 것이고, 보도함에 있어서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할 것이라 말이죠. 이를 위배하는 기사는 당장 오늘의 독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기사가 역사가 되는 먼 시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자는 이토록 막중한 책임을 갖는 자리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언론은 어떤가요. 한·일 경제전쟁을 주제로 쏟아진 기사 중 일부는 왜곡 보도라는 의혹을 일으켰습니다. 이에 해당 언론사를 향한 분노의 여론이 들끓었죠. 해당 언론을 폐간하라는 국민 청원까지 이어졌습니다. 기사의 방향을 정한 채 발췌 보도 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하는 기사는 위험합니다. 그렇기에 경계해야 합니다. 치우쳐진 생각이 기록돼 당대를 대표하는 생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독립과 공정을 잃지 않는 기사를 쓰고자 합니다. 그래서 기자에게는 기사의 무게를 고민하고 감당해야 할 책임이 따릅니다.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개인이나 집단에게는 단호히 대처해야겠죠. 진실 보도를 위한 팩트체킹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단어 하나 표현 하나에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기자의 이름은 남지 않더라도 기록한 역사는 영원토록 기억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수많은 언론이 기꺼이 감당해야 할 사명입니다. 오늘의 기록은 내일의 역사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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