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캠 총학생회(총학) 성평등위원회(성평위)가 지난달 31일 310관(100주년기념관 및 경영경제관) B502호에서 중대청원 2번째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는 ‘학생자치 차원에서 성평등한 중앙대학교를 만들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번 간담회는 성평위의 ‘중앙대 내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조직(중성조)’ 설립에 대한 지난 3차례의 중대청원에서 비롯됐다.

  중성조 사업, 효율성 두고 논란

  성평위가 발표한 중성조 계획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단대 및 전공단위 성평위 신설을 돕고 연대체를 조직해 피해자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진행방식으로는 ▲내부 대응절차 수립 ▲신고 창구 개설 및 홍보 ▲신고사례 아카이빙 등이 있다.

  지난달 27일 총학은 간담회 공지와 함께 온라인 사전 질문을 받았다. 사전 질문에서 신한빈 학생(경제학부 2)은 “성평등에 대한 중성조의 실효성이 걱정”이라며 “해당 사업의 필요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캠 성평위 장비단 위원장(정치국제학과 3)은 총학 내 성평위만으로는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장비단 위원장은 “영문과 A교수 성폭력 사건 비대위는 현재 4명이 활동 중이나 충분하지 않다”며 “해당 전공단위에 성평위가 있었다면 더 빠른 지원이 가능했을 것”이라 답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학생의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한근우 학생(정치국제학과 4)은 “현재 존재하는 성평위와 전공단위에 새로 생길 성평위 모두 페미니즘에 기초해 활동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장비단 위원장은 “성평위는 가부장제와 성별 이분법적인 고정관념에 의해 차별과 억압을 받는 모든 이를 위해 활동한다”며 “이는 페미니즘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장의 입장이 궁금하다”

  학생들은 총학의 중대청원 답변 결정 과정과 이유를 질의하기도 했다. 김지원 학생(정치국제학과 3)은 “성평위 해산 요구 청원과 사업 재진행 요청 청원은 다른 내용”이라며 “청원 2개를 하나로 답변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서울캠 김민진 총학생회장(경제학부 4)은 “두 청원 모두 성평위 사업 관련 청원이라 판단해 같이 답변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박성혁 학생(정치국제학과 1)은 “성평위 성명문에 따르면 성평위는 사업의 일시중단을 요구했으나 총학은 의논 없이 사업을 아예 중단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김민진 총학생회장은 “일시중단이라는 단어 사용 시 간담회가 중요한 자리가 아니라고 느껴질 수 있다고 우려해 중단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중성조 사업에 대한 총학생회장의 직접적인 입장을 묻는 의견도 쇄도했다. 김민진 총학생회장은 “이번 간담회는 학생들의 입장을 듣고 함께 논의하는 자리라 생각한다”며 “직접적인 입장 표명은 조심스럽다”고 답했다. 또한 “학생들이 성평위 사업을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였다고 생각해 사업을 중단하고 전반적인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답했다.

  성평등한 중앙대를 위해선

  간담회에서는 성평위의 포괄적인 방향 논의도 함께 진행됐다. 박성혁 학생은 “많은 학생이 성평등을 의미하는 페미니즘을 오해하고 있다”며 “성평위 차원에서 오해를 바로잡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비단 위원장은 “이번학기 사정상 참여하지 못했던 인권문화제에서도 페미니즘 인식개선 관련 퀴즈를 준비했다”며 “다음학기 인권문화제에서는 더욱 철저히 준비해 학생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답했다.

  한편 성평위 활동에 남학생이 배제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신한빈 학생은 “지금의 성평위는 월경컵 공동구매, 생리대 지원사업 등 여학생에게 치중하는 측면이 있다”며 “대부분의 남학생이 예비군 훈련으로 수업권을 박탈당하고 있으나 이를 위한 지원은 없다고 느꼈다”고 주장했다.

  해당 의견에 장비단 위원장은 “여성의 월경은 신체와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모든 학생이 예비군 훈련 날짜에 맞춰 수업을 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여성만이 아닌 성소수자를 위한 활동도 진행 중이며 다음학기에는 콘돔 무료 배포도 예정돼있다”며 “남학생을 생각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한편 노창석 학생(국어국문학과 3)은 “남학생의 예비군 문제와 여학생의 월경 문제가 같은 지위에서 논의되는 방식은 옳지 않다”며 “페미니즘과 여성학 관련 수업을 개설해 보다 성평등한 학교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마 위에 오른 답변 태도

  한편 간담회 중 총학생회장의 회피적인 답변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상민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3)은 “여러 학생이 총학생회장에게 구체적인 대답을 요구했으나 성평위에 대한 입장조차 섣불리 답변하지 않겠다고만 밝히고 있다”며 “앞으로 총학의 행보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대성 학생(사회복지학부 4)도 “간담회 이후 구체적인 입장과 방안이 없다면 간담회의 실효성도 없어진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장의 답변 태도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강세희 학생(정치국제학과 3)은 “총학과 소통하고자 간담회에 참석했다”며 “그러나 사전준비가 미흡한 듯한 발언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김민진 총학생회장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으나 성의 없이 느껴졌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한편 향후 계획에 대해 장비단 위원장은 “앞으로도 소수자 및 젠더권력에 의한 피해자와 적극적으로 연대하고자 한다”며 “오늘 제시된 의견을 수렴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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