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 전공 수업 시간에 이렇게 배웠다. 기막힌 신문을 만들 수 있는 공식인 줄 알았다. 편집장이 되고 나서 이 공식은 족쇄가 됐다. 평범하고 재미없는 기사 아이템은 제쳐 두고 매주 특이한 걸 찾기에 급급했다. 오로지 자극적인 제목과 독자를 놀라게 하는 기사가 필요했다.

  결과는 암담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아이템 취재는 난항을 겪었고 아이템은 사라졌다. 빈칸을 채운 건 결국 주변부 이야기였다. 지루하고 눈길도 가지 않는 기사는 대충 읽고 넘어가기도 했다. 편집장이라는 직함이 부끄러울 정도로 신문에 대한 애정은 식어갔고 윤전기 돌리는 순간이 오기만 바랐다. 그렇게 몰두했던 특별한 아이템 찾기 놀이도 흥미가 떨어졌다.

  그나마 ‘중대신문이 만난 사람’ 코너는 내가 배운 공식에 부합했다. 기상캐스터부터 장관까지 기자가 아니라면 만나기 힘든 사람의 이야기는 신선했다. 유명인을 만나 완성한 인터뷰 기사는 조금 더 특별해 보이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했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의 인생을 40매 남짓 되는 원고지에 풀어쓰는 일은 꽤 보람찼다. 지면에 찍힌 기사를 볼 때면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공식에 숫자를 대입해 정답이 딱 맞아 떨어지는 순간, 그때의 쾌감 말이다.

  어느 날 같은 취재원을 다룬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됐다. 질문과 답변 구성 모두 내 기사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취재원에게서 특별한 이야기만 골라 들으려고 했던 내가 자처한 결과였다. 그렇게도 추구했던 건 특색 없는 이야기에 불과했다. 그렇게도 무시했던 중요치 않은 주변부 이야기가 진짜 정답이었다. 취재원의 화려한 경력을 온갖 미사여구로 장식하기보다 아무도 그에게 묻지 않았던 평범하고 담백한 이야기가 기사 읽는 맛을 살릴 수 있었다.

  소설만 봐도 그렇다. 소설 속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된다. 하나는 줄거리를 이끄는 중심 서사고 다른 하나는 빠져도 줄거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자잘한 주변 서사다. 주변 서사는 마치 쓸모없는 부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루하고 언제까지 읽어야 하나 싶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주변 서사는 결말에 다다랐을 때 다양한 의미의 결을 만들어내곤 한다. 그래서 깨달았다. 특별할 것 없는 주변부의 이야기를 모아두고 뒤돌아봤을 때 중심 서사보다 중요한 의미로 읽힐지 모른다는 것을.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편집장 직함을 내려놓을 때쯤 알게 됐다. 사람이 개를 물지 않아도 뉴스가 될 수 있다는 진짜 공식을 말이다. 그제야 학내 곳곳에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렸고 웅크려있는 소수자의 몸짓이 보였다. 주변 서사로만 학내를 맴돌았던 그들의 이야기가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중대신문의 정답이다. 돌팔이 같은 공식에 얽매여 아쉬움만 남은 이번학기의 이야기는 내 삶의 주변 서사로 남겠지만, 언젠가 돌아봤을 때 중심 서사만큼 역할을 다하리라 믿는다. 새로운 공식을 수첩 가장자리에 끼적이고 수첩을 닫는다.

허효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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