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8일 박양우 동문(행정학과 77학번)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임명됐다. 23살에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문화관광부 관광국장, 뉴욕대사관 한국문화원장, 한국예술경영학회장 등 여러 직무를 수행했다. 박양우 동문은 지난 2006년 8월 노무현 정부 시절 제12대 문화관광부 차관을 맡기도 했다. 문화예술계의 달인인 그가 친정에 돌아왔다. 문화·체육·관광을 다시 한번 부흥시킬 박양우 동문을 만나봤다.

사진 정준희 기자
사진 정준희 기자

 

열정과 헌신으로

이해당사자를 아우르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다

“문화·예술·관광은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국가를 부강하게 하죠”

“환영합니다. What can I do for you?” 서글서글한 눈매를 지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양우 동문(행정학과 77학번)이 악수를 건넸다. 소탈한 웃음과는 다르게 맞잡은 손에서는 왠지 모를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11년 1개월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박양우 동문은 다시 시동을 걸었다. 핸들을 꽉 잡고 문화·체육·관광의 목표 지점까지 이동할 준비를 마쳤다. 그를 만나 장관의 무게와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노란색 넥타이를 보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 노무현 정부 때 차관을 맡고 시간이 지나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 장관이 됐다.

  “우선 이 넥타이는 중앙대 넥타이입니다. 여기 ‘CAU’ 로고가 있죠?(웃음)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나라 인권, 민주주의, 지방분권을 위해 힘쓴 분이었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대단한 지도자였다고 생각하죠.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철학을 성숙시키는 과정을 이행하고 있어요. 연속선상에서 철학을 발전시키는 임무를 맡아 굉장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임명된 소감이 궁금하다.

  “소감을 크게 두가지로 나눠 이야기하고 싶어요. 우선 감개무량합니다. 지난 2008년 2월 29일 문화관광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공직 생활을 마치고 3월 1일부터 바로 중앙대 교수로 생활했습니다. 문화관광부를 떠난 지 11년 1개월 만에 친정에 다시 돌아오니 감개무량할 수밖에요. 이름은 문화체육관광부로 바뀌어 있었지만요.(웃음) 또 다른 측면으로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맡는 일이 정말 다양하거든요. 어떤 일을 맡고 있을까요? 기자님이 한번 말씀해보세요.”

  -‘문화체육관광부’라는 이름에서 힌트를 얻자면, 문화·체육·관광 산업에 초점을 두지 않을까.(웃음)

  “네, 모두 맞습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를 아우르는 관광산업을 일으켜야 합니다. 신문, 출판, 광고, 방송 등 미디어 산업도 관리해야 합니다. 물론 종교도 빠뜨릴 수 없죠. 정부의 대변인으로서 국가의 정책을 홍보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문화·체육·관광 분야를 진흥시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죠.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요.(웃음)”

  -무거운 책임을 이겨낼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장관의 소임을 다하려면 본인이 맡은 일은 확실하게 알아야 합니다. 이는 업무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정책을 이끌어 나갈 것인가’를 생각하며 철학과 비전을 갖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죠. 또 철학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게 필요합니다. 이때 역량, 지식,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죠. 약 30년간 관련 일을 맡았으니 업무는 굉장히 친숙합니다. 제 경력을 바탕으로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직자 자세도 필요합니다. 열정과 헌신. 이 두가지는 공직자의 여러 자세 중 가장 중요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관계있는 문화계, 예술계, 종교계, 체육계, 관광계, 언론계 등 모든 이해당사자를 이해하고 설득해야 하죠. 그들과 함께하려면 열정과 헌신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또 공직자는 이해당사자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정신도 있어야 합니다.”

  -임명 후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자, 이 종이에 있는 일정을 한번 보시죠. 조금 빠듯하죠? 오늘 하루만 해도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전문가들과 토론을 가졌습니다. 체육기자단 37명과 간담회를 하고 청와대에서 회의하고 오는 길이예요. 기자님과 인터뷰가 끝나면 내부회의를 비롯해 저녁 일정이 또 있죠.

  임명 후 초기인 지금은 문화·체육·관광과 관계된 현장을 둘러보는 걸 우선으로 두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소속된 유관기관이 50개 정도 돼요. 업무 보고, 지시, 협조 요청 등 여러 일을 수행하고 있죠.

  현장을 둘러보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현장에 계신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자분들이 요구하는 걸 수요라고 한다면 요구에 맞는 정책을 펼치는 게 공급이라고 할 수 있죠. 따라서 공급을 제대로 하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굉장히 필요합니다. 그러한 이유에서 불편한 점은 무엇인지 문제점은 없는지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검토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죠.”

  -문화체육관광부 단독으로는 모든 일을 담당하기 벅차지 않나.

  “맞아요. 현장만 봐서는 안 됩니다. 모든 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만의 힘으로 이뤄낼 수 없기 때문이죠. 정부 산하 다양한 부처와 협동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선 법무부와 이야기를 해야겠죠. 예산이 필요하면 기획재정부랑 논의해야 하고요. 따라서 부처 간 회의가 정말 많습니다. 부처 간 회의만 해도 일주일에 네 개 정도 있죠.”

  -차관을 지낼 때와 차이가 있다면.

  “차관이든 장관이든 ‘공직자’이기 때문에 열정과 헌신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장관은 정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자리기 때문에 훨씬 중압감이 크다고 할 수 있죠. 책임감도 더 크고요. 또 장관은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행정 정책의 최고 책임자기도 하지만 국무위원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어요. 국무회의는 국가 전체의 정책을 논의하고 심의하는 자리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모든 주요 정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국무위원으로서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하죠.”

사진 정준희 기자
사진 정준희 기자

 

  박양우 동문은 인터뷰 내내 문화·체육·관광에 대한 사랑을 감추지 않았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 그에게서 여러 아이를 애지중지하는 어머니가 보였다. 꾸준한 관심과 애정으로 상처를 낫게 하고 성장시키듯 그의 목소리에서도 간절함이 묻어 나왔다.

  -문화관광부 관광국장으로 활동할 당시 대규모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다시 한번 대규모 외래 관광객 유치에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떻게 하면 많은 외래 관광객을 한국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요? 면접 질문이라고 가정을 해보죠.(웃음) 기자님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입사하고 싶은 피면접자라면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든 답변이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 만약 담당 면접관이 제게 보고를 했다면 조금 혼났을지도 몰라요.(웃음) 구체성이 없기 때문이에요. 관광산업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면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기도 쉽습니다. 관광산업은 복합산업이죠? 관광이라고 했을 때 바로 떠오르는 것만 해도 여행사, 호텔, 항공, 관광 상품 등 여러가지입니다. 실제로 관광산업과 관련된 업종만 30개 이상이죠. 따라서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선 관련 업종이 잘 운영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래서 정부는 ‘시장의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이 많은 나라는 중국, 일본, 미국 순입니다. 최근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고 K-pop 등 문화산업이 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죠. 정부는 중국의 여행 자유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중국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장 확대가 필요한 거죠. 작년에 약 1535만명의 외래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찾았습니다. 지금 같은 기세로는 올해 1800만명을 예상하고 있죠. 한한령이 시행되기 전만큼 외래 관광객 유치를 회복하고 더 나아가야 합니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춰야 합니다. 공항, 선박 등 교통시설을 하드웨어라고 한다면 관광 상품이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죠. 즉 우리나라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상품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수준높은 의료를 바탕으로 의료 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DMZ를 이용해 평화생태관광을 개발할 수도 있죠. 또 K-pop 같은 한류 관광 상품도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겠죠? SNS 등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동원한 홍보가 필요합니다. 또 안내 서비스와 환대 서비스를 잘 갖춰야 하죠. 말이 잘 통할 수 있도록 외래 관광객을 친절하게 도와주는 일도 필요합니다. 이처럼 다각적 방면에서 일을 함께해냈을 때 외래 관광객을 성공적으로 유치할 수 있습니다.”

  -지난 국정농단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우선 블랙리스트는 슬픈 이야기며 아픈 상처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의 핵심은 자율과 자유입니다. 누구나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예술을 창작할 수 있어야 하죠. 이러한 예술은 창작에서 끝나지 않고 국민에게 유통되고 향유되어야 합니다. 국민이 예술을 즐겨야 진정한 의미의 예술이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자율·자유·창의를 제도화하는 일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제도화를 해도 문화풍토가 자리 잡지 않으면 안 됩니다. 따라서 정부는 자율과 자유를 보장하는 문화풍토가 자리 잡는 데 앞장서려고 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하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구현하려고 합니다. 팔 길이 원칙이란 팔 길이만큼 거리를 둔다는 뜻입니다. ‘정부가 예술가 가까이서 지원은 하되, 그 이상은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뜻이죠. 이 원칙을 문화예술 정책의 기본 철학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문화·체육·관광이 우리나라 국민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으면 하는지.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문화와 예술은 두가지 모두를 가능케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국민이 행복하려면 국민이 가장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합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하고 싶은 여가활동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관광활동’을 선택한 사람이 가장 많았습니다. 2위가 ‘취미·자기계발 활동’, 3위가 ‘문화예술관람’, 4위가 ‘스포츠 활동’이었죠. 결과를 보면 1위부터 4위 모두 문화체육관광부 업무입니다. 이처럼 문화나 예술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것이죠.

  문화예술은 정신적 행복만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경제 가치로 환산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문화산업만 해도 약 117조 규모의 시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 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방탄소년단이 창출하는 경제효과는 약 5~6조입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매출의 약 25배에 달하죠. 한류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국민 행복과 국가 경제 부강에 크게 기여하는 문화예술이 국가에서 마땅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앙대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젊은이로서 꿈과 비전을 추구했으면 합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한 패기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목표를 설정했으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 4년 동안 땀과 눈물을 흘릴 정도로 노력하길 바랍니다. 대학 생활을 허송세월로 보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노력 없이 열매는 맺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생은 짧지 않고 깁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긴 안목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두번째로 당부하고 싶은 점은 ‘시대의 흐름’입니다. 이 흐름에 민감해지길 바랍니다. 10년, 20년 후에는 세상이 더 빠른 속도로 변화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최근 5세대 통신 시대가 도래했듯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올 겁니다. 따라서 언어에 관심을 갖고 연마하길 바랍니다. 국제 공용어인 영어는 물론이고 중국어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예술이나 체육 등 예체능 관련 장기를 하나씩 계발하기 바랍니다. 춤을 잘 춰도 좋고 노래를 잘 불러도 좋습니다. 예체능 장기가 인생을 훨씬 풍요롭게 만들고 사회에 나가서도 장점으로 활용될 때가 있기 때문이죠. 아! 정말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당부하고 싶네요.(웃음) 본인이 중앙대생인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길 바랍니다. 세계 유수 대학과 경쟁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좋겠어요. 자부심을 가지고 세계 최고의 대학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 줬으면 합니다.”

사진 정준희 기자
사진 정준희 기자

 

당신에게 중앙대란?

“지난 2016년 당시 <중대신문이 만난 사람> 인터뷰에서 중앙대는 ‘어머니의 품’ 같은 곳이라고 말을 했었죠? 지금도 같은 생각이에요. 중앙대는 제게 영원한 어머니의 품이죠. 자랑스러운 모교고요. 청춘 때 꿈을 꾼 곳이고 꿈을 이뤘던 곳이니까요. 중앙대에서 공부했던 4년 덕분에 공직자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처럼 중앙대는 기댈 수 있는 기둥이기도 합니다. 즉, 어머니의 품이기도 하지만 아버지의 등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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