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평가, 학생 경쟁력 강화하고 있을까
  • 박성배 기자
  • 승인 2019.06.0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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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는 왜?

중앙대 학점 평가방식

대학 사회에 ‘절대평가’ 바람이 불고 있다. 학점별로 비율이 정해져있던 상대평가와 달리 학생이 받은 점수에 따라 성적을 부여하는 것이다. 연세대와 고려대, 이화여대 등의 대학은 발 빠르게 절대평가 체제로 변화를 맞이했다. 학점은 학생들의 주요한 관심사이자 대학 생활의 큰 요소다. 서로 다른 평가방식은 학생들의 학업과 학교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번주 중대신문은 중앙대와 타대의 학점 평가방식을 살펴 봤다. 홍희지 기자

학점 신뢰성 높이기 위해 도입

“몇 문제 차이로 학점 달라지기도”

중앙대는 지난 1998년 성적 평가방식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전환했다. 학생 경쟁력을 강화하고 학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이후 학점 배분 비율과 수강인원은 몇 차례 개정을 거쳤을뿐 아직 상대평가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중앙대의 성적 평가방식과 목적을 알아보고 이를 둘러싼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봤다.

  상대평가부터 D+ 의무부과제까지

  현재 중앙대는 상대평가 방식을 성적 평가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해당 방식에 따르면 학생의 성적에 따라 배분 비율을 고려해 학점을 차등 부여한다. 도입 당시 학내 구성원의 반발도 있었다. 상대평가 방식의 부작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지난 1998년 ‘성적 상대평가제’ 실시하자 당시 총학생회(총학)는 상대평가 방식이 성적 강제배정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제1캠퍼스 총학은 “석차에 의해 학점이 부여되면 고득점자는 상대적으로 성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타대에 비해 학생 경쟁력이 약화돼 취업에 불이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발에 대학본부와 총학은 논의를 거쳐 같은해 11월 합리적인 방법의 상대평가 시행에 합의했다.

  현재 중앙대의 교과과정은 크게 A유형과 B유형으로 나눠 배분 비율을 달리 운영한다. A유형 교과목의 학점 배분 비율은 A학점 이상 35% 이내, B학점 이상 누계 70%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수강 성적 하위 5% 이상에 D+학점을 부여하는 ‘D+ 의무부과제’도 존재한다. 다만 해당 평가방식은 수강정원 40명 이내 강의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영어강의를 비롯해 B유형에 속하는 교직과정 과목, 군사학 과목, 일부 실험·실습·실기 과목에서는 A학점 이상 50% 이내, B학점 이상 누계 90%를 부여한다. 

  D+ 의무부과제는 지난 2008년 학사제도 개편이후부터 적용됐다. 학사팀 임형택 과장은 “당시 학사관리 선진화를 위해 학사제도 개편 작업이 있었다”며 “면학 분위기 제고를 위해 일반이론과목에서 D+학점 이하를 5% 이상 의무 부여하는 조항이 신설됐다”고 말했다.

  중앙대의 모든 강의가 상대평가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강의의 경우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방식으로 진행한다. 「학사 운영 규정I」 제39조 5호에는 ‘20명 이내 강좌의 수강자는 비율에 상관없이 평가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 2017년에는 40명 이내 강의는 D+ 의무부과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개정돼 절대평가제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소수 인원이 수강하는 강의나 상급 학년이 수강하는 강의는 학업부진 학생이 적어 학점 부여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정 이전에는 수강자 2명 이내 강의에 한해서 절대평가를 적용했다.

  여전히 아쉬운 평가방식

  일부 교수와 학생은 중앙대의 성적 평가방식에 아쉬움을 표했다. 일부 학생은 상대평가 방식에서의 변별력 확보가 오히려 도입 취지를 무너뜨린다고 말했다.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해당 방식을 도입했으나 지나친 경쟁으로 학업 성취보다 시험에 치중하게 됐다는 것이다. A학생(경영경제대)은 “상대평가 방식 하에서는 학생이 어느 정도까지 공부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변별력을 위해 지나치게 지엽적인 부분이 시험에 출제돼 해당 부분까지 암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러한 점은 학업 성취도를 확인하는 시험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강 인원이 적을수록 학생이 받는 학업 부담이 커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신규빈 학생(철학과 2)은 “상대평가 하에서 인원이 소수인 전공단위는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는 인원 자체가 적어 학점 받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강환웅 학생(기계공학부 3)은 “수강 인원이 적으면 예상보다 낮은 학점을 받기도 한다”며 “학습 의욕을 상실해 낙오자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근소한 차이로 성적이 나뉜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수강생 대부분이 열심히 공부하더라도 고정된 성적 비율 때문에 누군가는 낮은 성적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B교수는 “성적 분포가 밀집된 경우 A와 B+에 있는 학생들 일부가 근소한 차이로 나눠지는 경우가 있다”며 “이러한 경우 배분 비율을 조금 조정할 수 있는 재량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규빈 학생은 “강의 수강생 중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이 많으면 적은 차이로 학점이 달라진다”며 “이러한 경우가 많아지면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학업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이유

  중앙대는 상대평가 방식의 도입 당시와 이후 몇 차례 개정을 거칠 때도 엄격한 학사관리로 학점의 신뢰성을 높이고 학생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상대평가제 도입 당시 교무처는 “타대는 엄격한 상대평가로 학점에 신빙성을 인정받지만 중앙대는 절대평가를 실시해 기업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이후 중앙대는 지난 2008년 CAU2018+의 세부 과제인 학사관리 선진화로 학사제도를 더욱 엄격히 강화했다. 절대평가 방식은 영어강의, 실습·실기강의 등 일부 강의를 제외하고 폐지했다. 또한 학사경고 기준을 이전보다 높이고 D+ 의무부과제를 도입했다. 당시 교무처도 외부 기업이 중앙대의 학점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학사팀은 성적 평가방식이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갖춰 이뤄져 왔다고 밝혔다. 학사팀 관계자는 “대학 교육을 향한 사회적 신뢰 형성이 중요해 지난 10년간 상대평가 방식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왔다”며 “중앙대 학점의 신뢰성은 대외적인 언론 보도 등으로 잘 알려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앙대는 A학점 비율이 낮은 대학 순위에서 수차례 상위권을 차지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중앙대는 지난 2013~2016년 동안 서울 주요 대학 중 A학점 비율이 낮은 대학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학생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공기업 취업, 대학원 진학, 장학금 수령 등에서 타대보다 불리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인재개발팀은 중앙대의 학점 부여 방식이 엄격하다는 자료를 기업 인사팀에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재개발팀 관계자는 “중앙대는 엄정한 학사관리로 외부에서 인정받고 있다”며 “메일로 이러한 자료를 기업에 발송하는 등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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