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의 커다란 관심과 기대 속에 출범한 김대중 정부가 출범 한 달을 곧
맞이하게 된다. 우리 학교만의 사정만으로 본다면, 새 정부에 들어서 본교의
교수님들께서 정부 측에 가장 많은 사회봉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질 만도 하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전임 대통령의 사저와 가깝게 위치하
고 있는 점 때문에 겪는 불편함도 적지는 않지만.오늘 필자가 독자들과 같이
생각하고자 하는 문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대단히 커다란 의미를 갖고 출범
한 김대중 정부는 탄생과 출범이 갖는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의
패러독스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패러독스의 성공적인 해결에 `국민의
정부'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점이다.첫째 모든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이 쏠려
있는 경제정책에서의 역설이다. 불운하게도 전임 정부로부터 참담한 경제를
이어받은 현 정부는 이의 해결을 위해서 IMF와 선진국 채권은행들이 요구하
는, 어떤 면에서는 불가피한 개혁조치들을 취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자면
외국자본의 투자유치를 위해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조
치들이 취해지고 있다.

다시말해 세계경제의 논리에 따라서 시장의 논리를 앞세우는 다양한 신자유주
의적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조치들이 현 정부의 탄생에 지대
한 역할을 한 중산층 이하의 많은 서민들의 경제적 이해를 침해하게 된다는 점
에 있다. 여러 나라들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신자유주의적 개혁은 서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려 왔다. 한 마디로 IMF체제의 조기졸업을 위한 정책과 현 정
부의 주요지지기반의 이해가 맞부딪치는 딱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또 하
나의 역설은 개혁정치의 역설이다.

현 대통령의 취임연설에서도 나타났듯이 현 정부의 주요목표는 민주주의와
경제회복이다. 바로 그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서는 우리 정치사회의 여러
측면들이 개혁되어야만 한다. 지역갈등의 치유를 위한 공정한 인사정책과 경
제정책에서부터, 국민들의 깊은 불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제도정치권의 개
혁, 더 넓게는 전근대적인 요소들이 망라된 우리사회 전반의 부패구조의 개
혁등이 요구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같은 개혁을 실제로 집행하는 역할
을 떠맡게 되는 것은 대부분 기존의 관료, 정치인들이 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이들은 대개 개혁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어쩔수 없이 개혁의 주체의 한
부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이같은 패러독스들을 생각하면 우리는 스스로의
미래에 대해서 비관적인 전망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의 역설들을
넘어서 경제개혁과 대중의 경제적 삶의 보호가 조화를 이루고 또한 개혁의
주체와 대상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기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같은 기대가 충
족될 수 있는가는 한편으로 향후 1~2년의 전반적 경제적 성과에, 다른 한편
으로는 갈등하는 이익을 조정할 수 있는 최고지도자의 정치리더쉽의 능력에
달려있다.

장훈 <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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