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우리에게 겸손의 덕을 깨우쳐 줍니다. 농작물은 기온·강수량·일조시간 등 다양한 요소가 조화돼야 무럭무럭 자랄 수 있죠. 한 가지 요소만 뛰어나다고 풍년이 들지 않습니다.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성원이 협력할 때 비로소 건강한 공동체가 만들어집니다.

텃밭 동아리 ‘(중)앙상추(중앙상추)’는 해체된 공동체가 되살아나는 곳입니다. 동아리원 모두 학내 텃밭을 가꾸며 협력의 중요성을 배웁니다. 지난해에는 재배한 상추, 가지 등을 다른 학생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죠. 스승의 날을 맞이해 중앙상추를 이끌고 계신 이주영 교수님(다빈치교양대학)을 찾아갔습니다. 함께 텃밭을 거닐며 동아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중앙상추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중앙상추는 지난해에 만들어진 텃밭을 가꾸는 동아리예요. 204관(중앙도서관) 뒤에 위치한 텃밭에서 학생이 농작물을 직접 재배, 채집하고 나누는 동아리죠. 텃밭이 생기기 전 중앙도서관 뒤 공터는 돌이 잔뜩 쌓인 채 방치됐었어요. 중앙상추 동아리원이 그곳을 깔끔하게 정리해 밭으로 일궜죠. 처음에는 상추, 가지로 조촐하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깻잎·토마토·오이·무·고구마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어요.”

  -텃밭 동아리 지도교수를 맡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텃밭에 관심이 많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지난해 한 학생이 중앙상추의 지도교수 자리를 맡아달라고 저를 찾아왔어요. 예전에 제가 강의했던 <글쓰기> 과목을 수강했던 학생이었죠. 동아리 설립을 위해 열심히 자료를 만들고 발표를 준비하는 모습에 믿음이 갔어요. 동아리 아이디어가 독특해서 신선하고 좋아 보였죠. 그 학생이 바로 지금 중앙상추 회장이에요.”

  -학생에게 인기가 많으셨군요. 비결이 뭔가요?

  “제가 학부생일 때 선배들에게 받았던 사랑을 학생들에게 돌려주려고 노력해요. 저는 지도교수 이전에 중앙대를 졸업한 동문이니까요. 모든 학생에게 표현하진 못 했지만 중앙인, 그리고 선배로서 학생을 아끼는 마음이 가득하답니다. ‘세상은 작은 인연으로 아름답다’는 말을 가슴 속에 새기며 중앙상추에서 맺은 인연도 소중하게 여기고 있죠.”

  -텃밭 가꾸기의 매력이 궁금해요.

  “‘치유’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학기 동안 텃밭을 가꾸고 나면 학생들이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려줘요. 다들 마음이나 태도, 일상이 달라졌다고 말하더라고요. 콘크리트로 가득한 회색 도시에 지쳐있었는데 녹지가 치유 공간이 된 거죠. 함께 노력해서 농작물의 ‘폭풍성장’을 기다리는 것도 큰 재미였어요. 정성을 들인 만큼 더 좋은 텃밭을 가꿀 수 있으니까요.”

  -텃밭을 가꾸며 생긴 추억이 있나요?

  “지난해 11월 교양문화 페스티벌이 열렸어요. 에코캠퍼스 아이디어 공모전과 텀블러를 가져오면 커피를 담아주는 행사도 있었죠. 중앙상추 학생들이 행사 도우미로 참여했는데 저도 같이 일하며 많이 친해졌어요. 지난 3월에는 학생들에게 동아리 오리엔테이션에서 낭독할 시를 추천해줬어요. 박소란 시인의 <상추>라는 시인데 다 같이 재밌게 읽었다고 하더라고요.”

  -중앙상추에 학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설립 첫학기에 학생들이 근처 카페에서 커피 찌꺼기를 얻어와 거름을 주고 밭을 일구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중앙상추는 협력과 나눔을 통해 공동체가 되살아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농사를 통해 건강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기회를 주니까요. 언제나 푸른 중앙상추! 상추들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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