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학기 ‘길잡이와 하루살기’ 지면을 사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난 3달간 문화부 기자는 직접 길잡이가 돼 교환학생과 총 11개의 남다른 한국문화를 체험했습니다. 지면을 함께해준 교환학생만 무려 13명에 달하죠. 이번주 한국 대학생 공강문화 체험 기사를 끝으로 길잡이와 하루살기는 쉼표를 찍습니다. 여러분은 공강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나요? 우리가 공강시간을 대하는 평범한 일상이 교환학생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지 궁금했습니다. 시간가는 줄 몰라 하마터면 다음 수업에 지각할 뻔했던 따끈따끈한 공강 체험기. 지금 바로 들려드릴게요! 

 

 수업과 수업 사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 

 장소에 다녀오다

 

오전 열시 반. 수업이 끝났다. 다음 수업까지 무려 네시간 반이 남은 상황.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선택지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친구와 카페에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가 하면, 중앙마루에서 따스한 햇볕을 만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재미는 캠퍼스 밖에 존재한다. 천원에 3곡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코인노래방은 물론, 손을 바삐 움직이며 게임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PC방이 대학가 곳곳에 포진돼 있다. 교환학생 눈에는 한국 대학생이 공강시간을 보내는 여러 활동이 어떻게 비칠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 22일 중앙대 정문 일대를 함께 돌아다녔다. 

 

  공강을 대하는 저마다의 자세

  “본국에서 수업 끝나면 무얼 주로 했나요?” 기자의 질문에 미국에서 온 에스더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3)은 학교 도서관을 언급한다. “주로 도서관에서 복습하거나 다음 수업내용을 예습했어요.” 이어 에스더 학생은 다양한 시설을 갖춘 학교건물로 향했다고 말한다. “제가 다닌 대학교에는 공강시간 학생들이 주로 찾는 건물이 하나 있어요. 다양한 식당은 물론 갤러리와 당구장, 볼링장도 마련돼 있는 복합공간이죠. 사진 보여줄까요?” 에스더 학생이 보여준 사진에는 실제로 볼링장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온 앤서니 학생(소프트웨어학부 4)은 공강시간에 주로 집으로 향했다고 말한다. “수업 자체가 많이 없는 편이라 집으로 곧장 향하곤 했어요. 혹은 카페를 가거나 캠퍼스 안에서 친구들과 수다 떨곤 했죠.” 

  “이곳은 한국 대학생들이 공강시간에 찾는 대표적인 장소예요.” 기자의 발걸음이 블랙앤화이트 당구장 입구 앞에 멈춰 선다. 앤서니 학생은 조금 의아한 표정이다. “당구는 프랑스에서 그리 인기 있는 스포츠가 아니에요. 그만큼 당구장이 드물기도 하고요.” 프랑스에서 온 콴틴 학생(소프트웨어학부 4)이 당구대 모서리마다 구멍이 없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프랑스에서 당구는 ‘Pool Variant’로 불려요. 미국 당구와 규칙이 비슷해 포켓볼 당구대처럼 여덟 군데에 구멍이 뚫려 있죠. 그런데 이곳에는 당구대에 구멍이 없네요.” 이때 송순자 사장이 다가와 사구에 관해 설명한다. “사구는 한국과 일본에서 주로 진행되는 당구 경기예요. 흰 공이나 노란 공으로 빨간 공 2개를 연달아 맞추면 점수를 얻을 수 있죠.” 에스더 학생은 포켓볼보다 사구가 훨씬 어렵다고 토로한다. “한 번에 공 2개를 어떻게 맞출지 머리를 굴려야 하네요. 포켓볼보다 더 많은 집중이 필요해 보여요.”

 

  송순자 사장은 이어 당구장이 금연구역이라고 설명한다. “과거 한국 영화에는 당구장 흡연 장면이 많이 등장해요. 하지만 이제는 실내 흡연실에서만 흡연할 수 있죠.” 앤서니 학생 또한 프랑스 당구장이 금연장소로 지정된 지 오래라고 말한다. “프랑스 역시 지난 2007년 2월부터 카페와 박물관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금연정책을 시행하고 있어요. 당구장도 마찬가지죠.” 콴틴 학생은 당구장 한편에 마련된 흡연실이 흥미롭다고 언급한다. “프랑스에는 이처럼 흡연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아요. 건물 밖 거리로 나가 흡연해야만 하죠.” 

 

  각국의 언어로 만드는 하모니

  이어 코인노래방으로 향한다. 비좁은 공간 속 기자와 교환학생이 오밀조밀 자리한다. 앤서니 학생과 콴틴 학생이 첫 곡으로 ‘La Vie en rose’라는 샹송을 선곡한다. 콴틴 학생은 해당 노래가 프랑스에서 대중적인 노래라며 선곡 이유를 설명한다. “무엇보다 부르기에 쉬울 것 같았어요. 프랑스에서 유명한 노래이기도 하고요.” 에스더 학생은 앤서니 학생과 콴틴 학생이 샹송을 검색해 찾아낼 줄 몰랐다는 눈치다. “화면 속 ‘POP’ 장르에서 프랑스 노래를 찾을 수 있으리라 미처 생각 못했어요. 그럼에도 다른 언어로 된 노래를 듣자니 참 황홀하더라고요. 다양한 국가의 노래를 검색할 수 있는 환경이 놀라울 뿐이에요.” 대만계 미국인인 에스더 학생은 대만 가수 ‘쑤뤼(蘇芮)’의 ‘견수(牽手)’를 부른다. “에스더, 목소리가 정말 아름답네요!” 기자의 특급 칭찬에 에스더 학생이 웃으며 손사래 친다. 이미 콴틴 학생은 에스더 학생의 노래에 매료된 표정이다. “중국어 특유의 소리와 발음이 인상적으로 다가와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어느새 마지막 곡만 남았다. 기자가 숨겨둔 비장의 노래를 선곡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뮤직비디오를 보던 콴틴 학생은 지난 2012년이 떠오른다고 이야기한다. “싸이가 지난 2012년에 에펠탑 앞에서 대규모 플래시몹을 펼쳤던 기억이 나네요. 프랑스인에게도 그만큼 각인된 노래죠.” 에스더 학생도 어느새 일어나 함께 말춤을 따라하고 있다. “제가 14살 때 나온 노래예요! 다 함께 따라 부르니까 더 재밌는데요?” 에스더 학생은 한국 학생들이 노래방에 열광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겠다는 말도 덧붙인다. “학업에 짓눌린 한국 대학생에게 노래방은 스트레스를 풀게 만드는 창구로 작용하는 듯 보여요.”

 

  앤서니 학생은 파리 일대에 노래방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펍이 있다고 소개한다. “프랑스 파리에는 노래를 직접 부를 수 있는 펍이 많아요. 모자 안에서 노래 제목이 적힌 쪽지를 뽑으면 해당 노래를 부를 수 있죠. 하지만 대학생이 즐겨 찾지는 않아요.” 에스더 학생은 미국에도 노래방이 존재한다고 언급한다. “작년 스물살 생일 때 미국에서 노래방을 처음 가봤어요. 그때에는 곡수나 이용시간에 따라서가 아니라, 사람 수 단위로 돈을 지불했어요. 친구들과 무려 3시간 넘게 노래했지만 10달러 정도만 지불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하에서 만끽한 새로운 문화

  마지막 여정인 지하 PC방으로 향한다. 그러나 가장 먼저 들어간 PC방에서 돌아온 대답은 전공단위별 게임 대항전으로 인해 여석이 없다는 말이었다. 또 다른 PC방으로 들어가 무인 결제 카운터 앞에 선다. 각자 40분을 이용할 수 있는 비회원권을 구매한다. 콴틴 학생이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학생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한다. “보이나요? 저마다 다른 게임을 하고 있잖아요. 다른 학생들과 같은 공간에서 어울려 게임한다는 점이 재밌네요.” 에스더 학생도 목소리가 한껏 격양됐다. “수요일 오후 PC방에 이 많은 인원이라니요! 옆 친구에게 소리치면서 게임하는 학생들 모습이 퍽 즐거워 보이네요.” 이어 에스더 학생은 자신의 남동생도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즐겨한다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미국에 살고 있는 남동생도 집에서 LOL을 즐기곤 했어요. 한국 대학생은 이렇게 PC방에서 LOL을 즐기는지 몰랐네요.”

 

  기자가 에스더 학생에게 자리에 앉은 채로 음식 주문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화면 우측 상단에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버튼이 있어요. 어떤 메뉴를 주문하시겠어요?” 에스더 학생이 고심 끝에 낙지볶음밥을 고른다. “화면에서 먼저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를 나중에 하는 방식은 처음 접해요. PC방을 찾은 손님을 더 오래 머물게 하는 현명한 방법인 것 같네요! 적어도 끼니를 챙기러 PC방을 나서지는 않을 테니까요.” 앤서니 학생과 콴틴 학생은 카레라이스를 주문했다. 콴틴 학생은 음식이 입맛에 맞는다고 말한다. “조리법이 간단해 보이지만 맛있네요.” 앤서니 학생도 동감한다는 표정이다. “학교 주변에 음식과 게임 모두 해결되는 PC방이 있다는 게 질투 날 정도예요. 몇 시간 동안 먹으면서 게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결국 기자와 교환학생 모두 주문한 음식을 들고 쓸쓸히 PC방을 나서야만 했다. 채 먹기도 전, 이용 시간이 모두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문화수첩: CALIFORNIA STATE UNIVERSITY, FULLERTON

 애매한 공강시간, 캠퍼스 밖으로 나설 필요가 없다고?

 

  에스더 학생은 이번학기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풀러턴 캠퍼스(CSUF)에서 왔다. 이곳은 약 4만명의 학생을 수용할 만큼 큰 캠퍼스 규모를 자랑한다. 캠퍼스 내 Titan Student Union(TSU) 건물은 CSUF 학생들이 공강 시간에 주로 찾는 공간이다. 매일 약 9500명이 방문하는 이곳에는 ATM과 스타벅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구비돼 있다. 푸드 코트에는 미국 정통 음식 뿐 아니라, 일식과 중식 그리고 멕시칸 음식도 판매하고 있어 기호에 따라 메뉴를 고를 수 있다. 박물관에서 볼 법한 Woolly 맘모스 뼈 모형도 기증받아 전시 중이다. 건물 지하에는 볼링장을 비롯한 당구장, 탁구장, 콘솔 게임기 등 학생 친화적인 시설이 존재한다. 볼링장 이용비는 신발 대여비 포함 학생 기준으로 5달러이며, 탁구는 한시간에 2달러다. 

 

  Student Recreation Center(SRC) 건물도 주목할 만하다. SRC 1층에는 야외 수영장은 물론, 암벽등반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이뿐만 아니다. 피트니스 센터와 실내 농구장과 배구장도 함께 마련돼 있다. 2층에는 러닝머신과 춤과 요가, 복싱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 춤으로는 발레와 밸리댄스, 힙합댄스, 살사댄스 등을 배울 수 있다. 심지어 야외에는 야구경기장이 펼쳐져 있다. CSUF는 학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여럿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3가지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먼저 ‘Farmer’s Market’이다. 농부들이 직접 과일과 채소, 치즈와 빵 등을 가져와 판매한다. 또한 수요일에 예술가를 데려와 콘서트를 개최하는 ‘Wednesday Concert Series’도 주기적으로 열린다. 시험 기간을 맞이해 과자와 음식, 선물을 건네는 ’All Night Study’ 이벤트도 존재한다. 에스더 학생을 비롯한 미국 대학생들이 밖으로 나서기보다, 캠퍼스 안에서 공강시간을 만끽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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