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연구윤리를 세우기 위해서는
  • 신유정 기자
  • 승인 2019.05.27 1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통일된 기준 세워야

질적평가 활성화도  필요

연구윤리 독립기구 설립 필수

정부와 대학 연구자 모두 함께해야  

 

 

앞서 살펴본 미성년 공저자 문제·부실학회 참여 문제·위조·변조·표절 등 다양한 연구윤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연구윤리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교육부와 대학 사회 그리고 중앙대는 어떤 움직임을 보일 계획인지 살펴봤다. 

  통일된 개념 확립 필수

  최근 연구윤리개념이 확장됨에 따라 연구윤리위반 기준이 불확실해지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문제 되지 않았던 사안이 최근에는 연구윤리위반 문제로 떠오르며 연구자가 혼란을 겪는 상황도 존재한다. 교육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에서 제시하는 연구 부정행위 기준도 일관되지 못한 상태다. 대학연구윤리협의회 회장 엄창섭 교수(고려대 의과대학)는 “기관마다 서로 다른 연구부정 행위 기준이 연구자에게 혼란을 준다”며 “연구윤리의 올바른 실천을 위해서는 정부의 연구윤리 기준, 정의, 연구부정행위의 범위 등이 명확하게 통일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변화하는 연구 환경에 맞게 연구윤리 개념을 재정립하고 규정을 정비할 계획이다. 지난 13일 교육부와 과기부는 ‘정직하고 책임 있는 연구문화 정착을 위한 대학 연구윤리 확립 및 연구관리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교육부는 범부처·학계 협의를 통해 연구윤리 개념, 부정행위의 유형, 판단 기준 등의 명확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부처별로 관리하는 법령, 지침에서 규정하는 연구 부정행위의 유형, 판단 기준도 일괄적으로 정비할 예정이다. 

  부실학회 어떻게 피해가나

  교육부와 과기부는 부실학회 참여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도입할 계획이다. 한국연구재단은 부실학회 참여를 방지하기 위해 부실학회 점검 체크 리스트를 제안했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부실학회의 기준과 특성 등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한국연구재단에서 제공하는 ‘부실학술활동 예방을 위한 권고사항’에는 연구자들이 학회에 참여할 때 주의해야 하는 항목이 정리돼 있다. 학문 범위, 운영위원, 학회 장소 등 항목에서 부실한 학술대회의 특징을 서술한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스스로 자신이 참여할 학회가 부실학회인지 아닌지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연구자 네트워크에서 부실학회 공유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과기부는 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연구재단 등과 연계해 부실학회 참여에 대응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엄창섭 교수는 “KISTI에서 AI와 빅데이터를 이용해 연구자들이 부실학회를 판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부실학회 참석을 막기 위해 국가연구비로 해외 학술행사 참석 시 관련정보를 연구비통합관리시스템(통합EZbaro, 통합RCMS)에 입력하는 과정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참석자는 해당 시스템에 학술행사명과 주관단체명 등을 입력해야 한다. 또한 학술단체에서 운영하는 학술지에 게재용으로 제출한 논문과 학술행사 시에 발표한 자료도 첨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실적의 진실성 여부를 심의할 수 있다.

  관계 밝혀 해결할 수 있는 공저자 문제

  공저자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도 제시됐다. 공저자 문제는 주로 연구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개인이나 가족의 사적 이익을 추구할 목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전문가는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해 공저자 간의 관계를 밝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엄창섭 교수는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연구에서의 역할 분담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며 “또한 논문에 공저자 간의 관계를 밝혀 논문을 활용하는 사람이 직접 검토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해상충 규정을 정비해 연구 부정행위 발생의 개연성이 높은 연구자와 연구기관의 관리를 체계화할 계획이다.  

  질적 성과 중심 평가로 전환

  그간 대부분의 대학에서 교수의 실적은 논문 수를 기준으로 평가돼 왔다. 이로 인해 단순히 평가 기준을 채우기 위한 논문이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엄창섭 교수는 “논문 개수가 부족할 때 빠르게 실적을 채우기 위해 부실 학술지에 투고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며 “논문 평가 방식을 양적인 평가가 아니라 질적인 평가로 전환하면 논문 1편의 학술 기여도 또한 높아진다”고 했다. 

  교육부는 기존의 논문 편수 등 과도한 양적 중심 평가에서 대표논문에 집중한 질적 평가로의 전환을 유도할 계획이다. 연구 업적평가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연구윤리 관련 활동 시 업적 평가 가산점을 부여 하며 교원의 적극적 연구윤리 활동 유도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국가 R&D사업에 이미 도입된 질적 평가 방식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 실시를 구상하고 있다. 엄창섭 교수는 “질적 성과 중심 평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성평가를 진행하는 학문 분야 연구진 사이의 신뢰도를 쌓아야 한다”며 “연구진간의 신뢰도가 먼저 확립돼야 정성평가의 결과를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윤리 교육 확립부터 시작

  올바른 연구윤리 확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구윤리 교육이 필수적이다. 연구를 시작하는 시기부터 구체적이고 체계화된 교육 내용으로 연구윤리를 체득할 수 있는 교육을 제정해야 한다.

  교육부는 연구자 생애주기에 따른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운영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과기부가 발표한 ‘정직하고 책임 있는 연구문화 정착을 위한 대학 연구윤리 확립 및 연구윤리 개선방안’에 따르면 중·고·대학생부터 대학 총장에 이르는 연구윤리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을 지원할 예정이다. 

  연구윤리 교육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은 연구윤리 체득이 이뤄지기 위한 실습 교육이다. 엄창섭 교수는 “연구윤리 교육은 규범적인 이론 교육뿐만 아니라 실습 과정도 병행돼야 한다”며 “실습 과정에서 연구자 스스로 연구윤리를 체득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교육을 진행할 연구윤리 전문가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엄창섭 교수는 “통일된 연구윤리 교육에 기반한 연구윤리 자격증 발급이 필요하다”며 “확립된 하나의 기준을 바탕으로 올바른 교육이 가능한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연구윤리 교육 및 검증 전문가 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대학 연구윤리 위원과 담당 실무자의 역량강화 교육 워크샵을 개최할 계획이다. 

  중앙대 또한 연구윤리 교육을 체계화할 예정이다. 연구처는 교원의 연구윤리 교육 이수를 필수 항목으로 설정할 계획이다. 김원용 연구처장 및 산한협력단장(의학부 교수)은 “현재 대학연구윤리협의회에서 자체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는 있다”며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교수를 대상으로 연구윤리 교육 이수를 의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윤리 기구 설립 중요

  기존의 연구윤리위원회는 대개 연구윤리에 관한 문제가 생겼을 때 자문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실제로 연구 윤리에 관한 교육과 조사, 징계 등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독립기관이 필요한 실정이다. 

  교육부는 대학연구윤리 지원센터 설치 및 연구윤리 전문기관을 지정할 계획이다. 연구윤리 전문기관은 교육부와 대학,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학술 단체 사이에서 대학 연구윤리 문제를 총괄하고 조정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연구윤리 지원센터를 연구재단 부설기관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엄창섭 교수는 “연구윤리에 관한 기준, 징계, 교육 등을 구체화시키고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독립적 기구의 존재가 가장 중요하다”며 “해당 기구를 통해 연구윤리 관한 규정을 통일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또한 통합된 윤리센터를 설립해 독립 운영할 계획이다. 김원영 연구처장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연구윤리위원회와 생명윤리위원회,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통합해 하나의 독립기구로 운영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