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권익 보호 요구에

중앙정부·지자체 응해야

지난달 14일 경기연구원은 도내 프리랜서 노동실태 등을 분석한 보고서 ‘고용주 없는 고용 시대, 안전망이 필요하다’를 발표했다. 프리랜서 200명을 대상으로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 프리랜서 10명 중 3명이 보수를 아예 받지 못하거나 임금체불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처우에도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 중 약47.7%는 임금체불에 대응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었다. 프리랜서를 보호할만한 법적 제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인 프리랜서를 보호할 방법은 없을까. 프리랜서 복지제도가 완비된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프리랜서 보호제도의 발전 방향을 전문가에게 물었다.

 프리랜서, 미국에선 어떻게 보호받나

 미국 뉴욕시의 경우 지난 2017년 5월부터 「프리랜서 보호법」을 시행 중이다. 해당 법이 제정되기 전 뉴욕 내 프리랜서는 업무 수행과정에서 불이익을 겪고도 이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이들은 주로 ▲낮은 임금 ▲과도한 근로시간 ▲서면 계약 미체결 ▲임금체불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프리랜서를 보호하는 법안이 제정되며 프리랜서는 서면계약 체결을 통해 업무와 그에 대한 보수 및 지급 날짜 등을 고용주와 합의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프리랜서 노동자가 과한 업무에 시달리거나 지나치게 낮은 임금을 받을 가능성이 줄었고 보복행위 금지나 고충 처리 절차 등 권리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뉴욕시는 어떻게 「프리랜서 보호법」을 제정할 수 있었을까. 서울연구원 이수진 해외통신원은 「프리랜서 보호법」이 통과된 배경에 시민단체의 역할이 컸다고 말한다. “지난 1995년에 설립된 시민단체 ‘Free-lancers Union’은 꾸준히 프리랜서 권익 옹호 활동을 펼쳤어요. 매년 프리랜서 실태조사를 진행해 정부에 노동권 보장을 요구했죠.” 해당 시민단체에는 미국 전역에 걸친 약 40만명의 프리랜서 회원이 가입돼 있어 프리랜서 실태조사를 폭 넓게 진행할 수 있었다.

 한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윤자호 연구원은 프리랜서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프리랜서 권익 옹호의 첫걸음을 뗄 수 있도록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1995년부터 뉴욕시에서는 기존에 독립계약자로 분류되던 프리랜서 노동자를 위한 노동조합(노조)이 결성되기 시작했어요. 프리랜서를 고용주의 지시를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로 인식하는 문제의식이 자리 잡은 거죠.” 뉴욕시에 프리랜서 노조가 결성되면서 프리랜서 노동자는 비로소 그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정부에 알릴 수 있었다. “노조는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관계 등 프리랜서의 실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스스로 이익을 대변할 입법 운동을 펼쳤어요. 이러한 요구가 있었기에 프리랜서 보호법도 제정될 수 있었죠.” 뉴욕시의 성공적인 사례는 시민의 요구에 정치적 지지가 잘 맞물린 결과였다.

 그들에게 필요한 법적 테두리

 해외와 달리 국내에는 아직 프리랜서를 보호해줄 법이 없다. 방송작가, 촬영 보조 등 특정 직업군을 위한 ‘표준계약서’가 마련돼 있으나 프리랜서의 안전이나 보험에 대해서는 당사자와의 협의에 따른다는 등 그 내용이 모호해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에 프리랜서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법안이 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수원시비정규직노동자복지센터 이희원 센터장은 프리랜서 보호법을 제정하기에 앞서 법적 보호가 필요한 프리랜서가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랜서는 종류도 워낙 다양하고 범위도 넓은 직군이에요. 보호가 필요한 프리랜서는 계약상 프리랜서지만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와 같은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죠. 그런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해요.” 그는 구체적으로 ▲임금 및 수당 ▲연차유급휴가 제공 ▲사회보험 적용 여부 등을 계약 시 협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자호 연구원은 이를 위해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중에는 실질적으로 고용돼 근로하고 있는데도 노조법이 정의한 근로자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이 많아요. 노조법 개정을 통해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 역시 법의 테두리에 포함되도록 해야 하죠.” 그는 프리랜서를 위한 표준계약서도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 정부의 노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와 같은 정부 기관과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협력이 선행돼야 프리랜서 표준계약서가 정착될 수 있어요. 구체적으로 고용노동부에서 ‘프리랜서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수준의 지침을 배포하고 지자체에서 조례안을 발표하는 방법이 있죠. 공공부문에서 프리랜서의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윤자호 연구원은 공공부문에서 프리랜서 보호방안을 마련한다면 향후 민간 부문에 확대할 모델과 사례를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작은 소리 모여 큰 울림을

 전문가들은 프리랜서 보호망을 구축하려면 뉴욕시의 사례처럼 중앙정부와 지자체, 시민이라는 세 주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지난해 9월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 프리랜서 권익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조례안(프리랜서 권익 보호 조례안)’이 통과됐다. 해당 조례안은 프리랜서를 권익 침해와 차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지원계획과 공정거래지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조례안은 프리랜서를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에 적용받지 않고 계약의 형식과 무관하게 일정한 기업이나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채 자유계약에 의해 일을 하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근로기준법」에 적용되지는 않지만 ‘자유계약에 의한 종속관계’에 집중해 근로자의 특성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희원 센터장은 이러한 지자체의 노력이 확대되면 향후 국회 입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각 지자체가 제정한 조례가 실제 중앙 정부 차원의 제도로 확대된 사례를 소개했다. “많은 지자체에서 생활임금조례를 제정한 적이 있어요. 생활임금은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죠. 지자체 차원에서 이루어진 논의가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미친 사례에요.” 그는 이처럼 시민과 지자체 차원의 요구가 이어진다면 프리랜서 보호법도 제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자호 연구원은 프리랜서 보호법 제정에 있어 반드시 프리랜서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할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욕시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프리랜서를 위한 노조가 결성돼야 해요. 프리랜서 개개인의 목소리를 공론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노조와 같은 공식적인 창구가 마련된다면 그들이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 사회적으로 알릴 수 있죠.” 그는 노조 설립과 함께 업종별·산업별 프리랜서 노동 상황 실태조사 또한 뒷받침돼야 한다고 답했다. 프리랜서 노동권 및 사회적 안전망 보장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수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 프리랜서 보호 조례안을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하기 시작했고 이어 경기도 역시 ‘경기도 청년 프리랜서 지원 조례안’을 발의했다. 시민사회의 요구와 지자체의 노력이 중앙정부에 닿는 그 날까지. 유의미한 변화가 타지역으로 퍼질 때 프리랜서를 열악한 업무환경에서 구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