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캠 총학생회(총학)가 중앙대 내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조직 위원회인 Feminism Organization in Chung-Ang University(FOC) 사업을 중단했다. 성평등위원회(성평위)는 이러한 총학의 독단적 결정을 규탄한다는 입장이다. 총학은 추후 간담회를 개최해 FOC와 성평위의 향방을 다루고 학생회칙 개정도 논의할 예정이다.

  성평위는 지난 2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단과대학 및 전공단위 내 FOC 모집 글을 게시했다. 이후 중앙운영위원회에서 FOC 제안서를 보고했다. 그러나 지난 8일 <총학생회의 FOC 기획안에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중대청원이 등록됐다. 해당 청원은 “FOC는 성평등 문화 확산이 아니라 여성 권익 향상 프로젝트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사업 재검토를 요구했다.

  청원이 추천수 200개를 넘자 지난 13일 총학은 성평위의 이름으로 답변을 게시했다. 포스터 속 로고를 사용하지 않고 FOC의 이름도 ‘중앙대 내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조직’으로 변경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성평위는 해당 답변에 전부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캠 성평위 장비단 위원장(정치국제학과 3)은 “총학 내부에서 페미니즘이 성평등과 다른 개념이라는 의견이 있었다”며 “성평위는 총학의 승인이 있어야 사업이 가능한 산하기구이므로 타협해야 했다”고 답했다.

  답변이 올라온 당일 <성평등위원회 해산, 인권센터와 인권복지위원회로 기능 통폐합과 학생회칙 수정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두번째 청원이 올라왔다. 이틀 뒤 이와 반대되는 의견인 <중대청원 시스템 개편과 FOC 사업 재진행을 요청합니다>라는 청원도 등록됐다. 두 청원은 모두 추천수 200개를 넘었다.

  지난 16일 총학은 두 청원에 하나의 답변만을 게시했다. FOC 사업을 중단하고 간담회를 열어 성평위의 추후 방향도 논의하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지난해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전면개정된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중앙대 학생회칙’에 관한 의견도 받겠다고 밝혔다. 서울캠 김민진 총학생회장(경제학부 4)은 “청원에서 FOC뿐만 아니라 성평위의 역할도 언급하고 있어 전반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한 “FOC가 여성주의 확산만을 위한 모습으로 비치게 됐다고 판단한 근거는 청원에 게시된 학생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성평위는 총학이 두번째 답변을 게시한 이후 약 5시간 만에 <중앙대학교 61대 알파 총학생회 회장단의 인권의식 부족과 권위주의적 태도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올렸다. 입장문에서 성평위는 집행부가 성평위와 충분한 논의 없이 답변을 수정 및 작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총학의 ‘여성주의를 강요하는 모습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는 답변은 성평위의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셈이라는 입장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민진 총학생회장은 “총학 산하기구의 존폐를 다루는 청원이므로 총학 차원의 답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내부 논의로 타협점을 찾으려 했으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간담회 일정과 진행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 장비단 위원장은 “인권 문제를 다수결의 원칙으로 다루는 방식은 위험하다”며 “영어영문학과 A교수 성폭력 사건의 징계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점은 성평위와 FOC의 필요성이 절박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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