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은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스승의 은혜는 강의실이나 연구실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젊음이 끓어 넘치는 동아리방(동방)에도 스승의 은혜가 곳곳에 숨어있죠. 이번주 중대신문은 동방에서 학생들과 직접 열정을 공유하는 동아리 지도교수님을 인터뷰했습니다.

붓글씨로 인연을 잇다

인연은 어디서나 만들 수 있지만 오래도록 이어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각자 삶에 치이다 보면 소중했던 사람들이 서로를 잊기도 하죠. 그런데 중앙대에 동아리와 긴 인연을 이어 온 교수님이 계신다고 합니다. 서예로 선배와 후배를 이어 주는 중앙서예연구회 유홍식 지도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님을 만나 봤습니다.


  -지도교수를 맡으신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사실 중앙서예연구회 출신이자 중앙대 87학번으로 입학한 선배예요. 학부생 시절 유일하게 몸담았던 동아리가 중앙서예연구회였죠. 이후에도 학교에 남아 자연스럽게 지도교수 자리를 맡게 됐네요.”

  -대학생 때부터면 정말 깊은 인연이네요.

  “동아리에 얽힌 추억이 많아요. 전시회가 다가올 때 즈음이면 자리 쟁탈전이 벌어졌어요. 작품을 만들기 위해 같은 글씨를 수백번 연습해야 하는데 연습할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고 몇 날 며칠을 동아리 선후배들과 동고동락했어요. 동아리방 바닥에서 잠도 자고 라면도 끓여 먹었던 기억이 나요."

  -붓글씨처럼 반듯하고 올곧은 학생이셨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서예라고 하면 정자세로 앉아 글씨만 쓸 것 같은데요. 저는 서예보다 노는 걸 더 좋아했어요. 서예라는 취미로 연결된 사람들끼리 즐겁게 놀러 다니곤 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여름방학을 맞아 동아리 선후배 4명이서 배낭을 메고 한달동안 전국 일주를 다녔죠. 동아리 친구들 본가가 있는 지역들만 골라서 머물렀죠. 동아리 친구 부모님께 큰절 한 번 올린 다음 밥도 얻어먹고 잠도 잤어요. 여건이 안 될 때는 가져갔던 텐트를 치고 길거리에서 노숙도 해봤고요.”

  -끈끈한 우정이 생겼을 것 같아요.

  “그럼요. 지금까지도 가족만큼이나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소모임을 만들어 볼링이나 등산, 여행을 함께 하기도 해요. 워낙 오래된 친구들이다 보니 힘든 일이 있으면 만나서 속풀이도 하고요. 저를 볼 겸 동아리에 찾아오는 동문도 많아요.”

  -교수님께서 ‘징검다리’ 역할을 해 주시는군요.

  “제가 중앙대에 있다 보니 더욱 편한 마음으로 찾아오는 것 같아요. 동문과 재학생 사이를 이어 주는 매개체라고나 할까요? 동문들이 동아리 학생의 스승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요. 학생들이 여는 작품전에 찾아와 품평도 하고 학생이 글씨를 따라쓸 수 있도록 체본을 남겨 주기도 하거든요. 지금도 글씨를 잘 쓰는 동문은 학생들에게 서예를 직접 가르쳐주시기도 해요.

  -아직도 동아리를 찾는 선배가 많다니 놀라워요.

  “지난번에는 동아리 45주년 기념전시회가 있어 동문 약 70명이 작품을 전시했어요. 저도 선배들 성화에 못 이겨 작품 하나를 냈네요.”

  -어떤 작품을 내셨나요?

  “축기견초(築基堅礎)라는 글귀예요. 집을 잘 짓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터부터 튼튼히 닦아야 한다는 뜻이예요. 대학 시절 저를 가르쳐 주셨던 스승님의 체본을 반복해서 받아썼죠. 기초 위에서 훌륭함이 나온다는 말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이건 중앙대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기도 해요.”

  -멋진 글귀군요.요즘에도 붓글씨를 쓰시나요?

  “늘 마음은 붓글씨에 가 있죠. 아직도 연구실 한 켠에는 화선지랑 붓, 벼루가 놓여 있어요. 요즘에는 너무 바빠 시간을 내지 못했지만 여유가 생기면 다시 붓을 잡고 싶어요. 예서체도 써 보고 난이랑 바위도 그려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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