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잡이란 ‘길을 인도해주는 사람이나 사물’을 뜻합니다. 흔히 가이드로 대체되는 단어인데요. 이번학기 문화부 기자는 길잡이가 돼 교환학생과 남다른 한국 문화를 체험합니다. 이번주 길잡이와 교환학생은 한국 사주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강남에 위치한 사주집에 다녀왔습니다. 이밖에도 길거리에 위치한 사주 노점 일대를 구경하고 손금 앱을 직접 써보기도 했는데요. 한국만의 사주문화는 유학생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쳤을까요? 흥미진진했던 사주풀이, 지금 시작합니다! Let's go!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 했다. 우리는 미래를 두려워한다. 당최 알 길이 없어서다. 그러나 생년월일과 출생시간만으로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는 ‘사주(四柱)’다. 혹자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사주집을 방문한다. 또는 자신의 미래를 엿듣고자 사주를 본다. 사주뿐 아니라 관상, 손금, 신점 등을 받아볼 수도 있는 사주집은 데이트 코스로도 자리 잡은지 오래다. 외국인은 우리나라 사주 문화를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 14일 유학생과 함께 용하기로 유명한 강남의 한 사주집을 방문했다.

  나무로 알아내는 타고난 기질

  “사주가 미신이라고 생각하나요?” 윤중일 역술인의 첫마디에 카자흐스탄에서 온 아나라 학생(광고홍보학과 4)이 화들짝 놀란다. 바로 전까지도 사주는 미신이라고 호언장담했기 때문이다. 윤중일 역술인은 사주의 오묘한 원리를 설명한다. “사주는 음양오행 에너지를 통해 사람의 성질을 알아보는 일이에요. 생년월일과 출생시간에는 각각 ‘목화토금수’로 구분되는 저마다의 기질이 담겨있죠.” 아나라 학생이 출생정보를 밝힌다. “저는 1996년 9월 28일 새벽 3시에 태어났어요.” 이내 컴퓨터 화면이 아나라 학생 사주를 설명하는 한자들로 빼곡히 채워진다. 

  윤중일 역술인은 아나라 학생의 타고난 기질을 설명한다. “9월 28일은 ‘토(土)’의 기운을 가져요. 흙의 기운을 갖고 태어난 셈이죠. 이는 변하지 않는 기질, 즉 센 고집을 의미해요.” “고집이 정말 센 편인가요?” 기자 질문에 아나라 학생이 허를 찔린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새벽 3시는 호랑이를 의미하는 ‘인시(寅時)’에 속한다. 인시에 태어나면 나무의 성질을 지니게 된다. 아나라 학생 사주에 나무가 존재하는 이유다. 윤중일 역술인은 아나라 학생에게 결정적인 시험마다 실수하는지 묻는다. 아나라 학생이 그렇다고 답하자 윤중일 역술이 심신을 잘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무는 곧 간담을 의미해요. 간담이 콩알 만해 진다고 하잖아요. 간담이 작은 편인 아나라 학생은 평소 본인 마음을 조절하는 법을 배워두는 게 좋아요.”

  윤중일 역술인이 컴퓨터 화면을 유심히 본다. “사주에서 나무는 남자를 일컫기도 해요. 2014년 본인 사주에 ‘나무(木)’가 적혀 있네요. 혹시 이때 연인을 만나지 않았어요?” 아나라 학생이 그때 만난 연인과 여전히 교제 중이라고 말한다. 아나라 학생에게 궁금한 건 따로 있었다. “지금 연인과 결혼할 수 있을까요?” 윤중일 역술인은 둘 사이의 궁합이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아나라 학생과 연인의 사주 궁합이 잘 맞아야죠. 그렇지 않으면 병자(丙子)년인 내년에 헤어질 수 있어요.” ‘금(金)’을 의미하는 병자년에는 나무가 잘릴 수 있다. 사주 속 금은 나무에 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도심 한가운데서도 사주집을 발견할 수 있었다.

  관상과 손금 너머에는

  일본에서 온 히카리 학생(광고홍보학과 3)은 일본도 한국과 비슷한 사주문화가 있다고 말한다.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도 내년의 운세 등을 손금이나 사주로 해석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전화나 이메일로 사주를 보는 사람도 흔한 편이죠.” 한편 아나라 학생은 여러 심령술사가 등장하는 카자흐스탄 TV 프로그램을 언급한다. “카자흐스탄에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있어요. 과거를 들춰보는 심령술사가 등장하기도 해 인기가 높아요. 저도 어릴 때 챙겨본 기억이 나요.” 

  히카리 학생이 관상과 손금을 볼 차례다. 윤중일 역술인은 얼굴 위아래를 ‘상, 중, 하’로 구분한다. 이마에서부터 눈썹, 코, 턱을 기점으로 각각 초년, 중년, 말년을 의미한다. 윤중일 역술인이 히카리 학생에게 노후 대비를 권유한다. “말년을 의미하는 턱이 다소 약해 보여요. 턱살을 찌워야 관상학적으로 바람직해져요.” 히카리 학생이 다소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지금 추구하는 길을 걷다보면 결국 노후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 봐요.”

  히카리 학생의 손금을 유심히 보던 윤중일 역술인이 덧붙인다. “직업선이 끊어져 있어요. 본인 전공에 자신이 없거나 불확실하다고 느끼는 편이죠?” 히카리 학생이 하소연한다. “사실 전공 대신 다른 진로를 택하고 싶거든요. 예컨대 공연기획 분야요.” 윤중일 역술인은 끊어진 손금 위치를 짚어낸다. “이 부분이 34세를 의미하는 자리에요. 이보다 못 미쳐 선이 끊어졌으니 30대 전에 직업을 바꾼다고 봐야 해요.” 히카리 학생이 다급히 말을 꺼낸다. “잠깐만요. 사주를 그저 받아들여야만 하나요? 공연기획 분야 진로를 포기할 수는 없거든요.” 이에 대해 윤중일 역술인은 고개를 젓는다. “아니죠. 기질과 유형만을 가질 뿐 정해진 건 없어요. 예를 들어 욱하는 성질을 자제하다 보면 성격이 완화될 수 있잖아요. 얼마든지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죠.” 그는 이어 사주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유용성에도 차이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사업할 사주가 아님을 깨닫고 다른 직업을 알아본다면 사주가 유용했다고 봐야겠죠.”  

 

기자가 앱을 통해 손금을 알려주는 모습.

  도심 한복판에서 사주를 외치다

  휘청한 네온사인이 강남 거리를 환히 밝힌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곳이 있다. 푸드트럭을 개조해 만든 간이 사주집이다. 아나라 학생은 카자흐스탄에도 최근 사주가 유입됐지만 아직 보편화되지는 않았다는 말을 전한다. “미래를 점쳐준다는 명목으로 사기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인지 정부도 사주 광고를 제한하는 편이죠.” 

  아나라 학생은 사주문화에도 한국사회의 시대상이 반영된다고 말한다. “취업사주를 보면 한국사회의 이면을 확인할 수 있어요. 카자흐스탄에 취업사주는 존재하지 않거든요. 사주의 과도한 상업화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간이 사주집에는 커플이 앉아 사주를 보는 중이다. 히카리 학생은 해당 커플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본다. “커플끼리 사주보는 모습이 생소하네요. ‘서로 알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알아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요.”

  요즘에는 스마트폰 앱으로도 손금을 확인할 수 있다.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손금을 확인한다. 손금 정보에는 생명선을 비롯한 감정선, 지능선, 운명선 등이 나와 있다. “여기서부터 생명선이 시작되는 거죠?” 히카리 학생이 헤매자 옆에서 아나라 학생이 도와준다. “그건 감정선이에요.” “지능선 유년법을 한번 살펴볼까요?” 기자가 화면 속 손금 정보를 소리 내어 읽는다. “인생사 중에 결혼, 질병, 사망, 성공 등 여러 크고 작은 일이 발생한다. 이러한 일들을 손금에서 시기를 예측하기 위해 나이를 대입하는 법을 유년법이라고 한다.” 아나라 학생 미간이 찌푸려진다. “혼자서 해석하기에는 어려워 보여요. 사주집 가는 게 훨씬 편할 것 같네요.” 히카리 학생도 입맛을 다신다. “맞아요. 유용해 보이지는 않네요. 하지만 어느 정도 수요가 뒷받침되니까 앱이 개발된 거겠죠?” 과연 히카리 학생은 장차 광고기획자로 거듭날 상이었다.

 

 

  미래를 알고 싶은 마음, 모두 똑같은가 봐요

 -문화수첩: 러시아 스비야트키(Svyatki)와 일본 오미쿠지(おみくじ)

  러시아 시골 지역에는 ‘스비야트키(Svyatki)’ 전통이 대대로 내려온다. 스비야트키는 크리스마스이브부터 약 2주간 진행되는데, 과거 러시아인들은 1월 부근에 초자연적인 힘과 접촉할 수 있다고 믿었다. 소녀들은 목욕탕 등 어두운 곳에서 머리를 숙이고 목걸이와 팔찌 등을 벗어 영혼을 맞이한다. 언제 결혼할 수 있는지, 누구와 결혼할 수 있는지 등의 운세를 알아보기 위해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때로는 수탉이 사용된다. 수탉이 고르는 접시에 따라 미래 배우자가 달라진다고 믿는다. 수탉이 곡식으로 찬 접시를 고른다면 소녀는 남편으로 부자를 기대할 수 있다. 결혼 시기를 알기 위해 이웃집 창문에 기대 대화를 엿듣는 의식도 존재한다. 창문 너머 “아직 이르다”는 내용의 이웃 대화를 들었다면 결혼을 멀리한다. 반면 “가야 할 시간이다”는 말을 들었다면 결혼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 스비야트키는 차이코프스키의 곡 이름으로 활용되는 등 러시아 거장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도 했다.

  한편 일본에는 절이나 신사 등에서 길흉을 점치기 위해 뽑는 제비가 존재한다. 바로 ‘오미쿠지(おみくじ)’다. 오미쿠지는 약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과거 오미쿠지는 국정 방향이나 후계자를 선정할 때 신의 의사를 묻기 위해 활용됐다. 하지만 요즘에는 개인의 운세를 점치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오미쿠지를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돈을 넣고 숫자가 적힌 막대기를 뽑는다. 운세가 적힌 종이에는 일, 건강, 연애, 사업 등 1년이나 평생운수가 적힌 글씨가 빼곡히 적혀있다. 좋은 결과가 나타나면 제비를 가지고 돌아가지만 나쁜 점괘는 경내에 묶어 액운을 막는다. 교토의 한 신사에는 사자탈을 쓴 로봇이 오미쿠지를 전해주는 이색 자판기도 존재한다. 또한 최근에는 해외 관광객을 위해 다양한 언어로 적힌 오미쿠지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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