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경계가 만든 선명한 고통
  • 김서현 기자
  • 승인 2019.05.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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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서 생각하며]


모호한 정의속 프리랜서
법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권악 보장도 어려운 이들

지난 2015년 세계 최대 네트워크 회사 시스코는 ‘10년 뒤 미국 노동자의 약 34%가 프리랜서로 일하게 될 것’이라 선언했다. 그러나이는 미국 노동자에게만 국한되는 예측이 아니다. 최근 국내 IT산업의 발전으로 비대면 노동이 늘어나며 기존의 노동 가치관이 보다 다양하게 변했다. 이에 국내 프리랜서 수 역시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프리랜서는 그 정의조차 확립되지 않은 상태이며 법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권익을 보장받지 못하는 등 고초를 겪고 있다. 프리랜서가 업무 과정에서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배경 및 원인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봤다.

  법적인 정의에서도 포함되지 못한

  현재 「근로기준법」상 프리랜서는 노동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프리랜서가 노동관계 법률(노동법) 혹은 「근로기준법」에 보호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는 제3장 ‘임금’에서 규정하는 ‘체불사업주 명단 공개’와 ‘임금 등 체불자료의 제공’ 등의 조항을 통해 임금 체불에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반면 프리랜서는 대금 체불과 불법 계약 해지에 대응할 수 있는 노동법적 절차를 적용받지 못한다. 또한 제2장 ‘근로계약’에 따라 안정적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노동자와 달리 프리랜서는 그때그때 이뤄지는 계약 조건에 종속되기 때문에 불안정한 수입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본인이 져야 한다.

  프리랜서가 「근로기준법」에 포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병훈 교수(사회학과)는 프리랜서의 정의 자체가 정확히 규정돼있지 않은 점이 그 원인이라고 짚었다. “프리랜서라는 개념이 일상적으로 통용되지만 이는 엄밀한 정의가 아니에요. 실제 프리랜서에 대한 범주 등이 법적으로 규정돼있지 않기 때문이죠.” 그는 프리랜서가 개인 사업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범주를 넘나드는 특징을 가져 분명히 정의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사업자처럼 보이지만 업체에 종속돼 일하죠. 개인 사업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계에 있는 직업이 바로 프리랜서예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계약된 사업주에게 종속돼있지만 독자적인 작업장 등이 없다. 또 스스로 고객을 찾거나 맞이해 제품, 서비스 등을 직접 제공하는 형태로 근무한다. 보험설계사, 대리운전사 등의 직업이 해당되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보호법」에 의해 보호받는다는 점에 있어 프리랜서와 차이점을 갖는다.
  
  경기청년유니온 이하은 정책팀장 역시 프리랜서의 정의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개념 정도에 그친다고 말한다. “법은 프리랜서를 언급하지 않고 있어요. 대중이 상정한 개념에 의존하죠.” 이러한 이유로 경기청년유니온에서는 프리랜서에 대한 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청년 프리랜서 노동 실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청년유니온은 프리랜서를 ‘어느 정도 전문화된 지식을 가졌으며 사업주의 사업장에 전속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자율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자’라고 정의했다. 

  프리랜서의 정의가 확립되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프리랜서의 업무 환경이 갖는 문제가 공론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병훈 교수는 프리랜서 권리 보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 움직임이 부재해 프리랜서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이 본격적으로 제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무 환경이나 계약 상황 등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제기하는 집단적 움직임이 있어야 문제 상황을 공론화하기 쉬워요. 프리랜서의 경우는 집단으로 범주화하기 어렵죠. 전반적인 업무 환경 문제가 공론화조차 되지 않고 관련 법 제정이 더 어려운 이유예요.”    
 
  정의가 모호한 프리랜서는 정확한 규모나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이는 다시 프리랜서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현재 국내 프리랜서 규모나 그들이 겪는 문제 실태에 대한 기초적인 통계 자료도 충분하지 않다. 경기청년유니온의 설명에 따르면 ‘서울시 프리랜서 실태조사’와 서울연구원의 ‘청년 비전형 노동실태’ 보고서 외에는 프리랜서가 현장에서 겪는 부당 행위를 구체적으로 담은 자료조차 미비한 상태다. 이병훈 교수는 프리랜서 실태가 파악되지 않아 문제 해결 논의 역시 활발하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프리랜서에 부담 안기는 민사소송

  프리랜서가 「근로기준법」에 따른 권익 보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 속 구제받을 수단은 매우 제한적이다.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리랜서는 민사소송 외의 다른 선택지를 찾기 어렵다. 이하은 정책팀장은 프리랜서가 맺는 계약 형태가 민사소송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만드는 원인이라고 꼬집는다. “프리랜서는 민법상 도급계약을 맺어요. 이는 대등한 개인 간에 이뤄지는 계약이기 때문에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가 없죠. 계약 관계상 불균형이 존재해도 법률적으로는 클라이언트와 프리랜서가 동등하기 때문에 민사소송이 최선인 거예요.” 도급 계약은 업무의 완수를 기준으로 보수를 받는 계약이다. 프리랜서는 주기적으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와 다른 계약을 맺기 때문에 대응 절차도 상이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하은 정책팀장은 프리랜서가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게 쉽지 않은 이유를 강조했다. “민사소송 자체가 프리랜서에게는 어려운 선택이에요. 프리랜서가 활동할 수 있는 업계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심리적 부담도 갖게 되죠.” 현재 상태로서는 프리랜서가 법적으로 구제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로 경기도의회가 경기도 청년 프리랜서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청년 프리랜서가 겪는 가장 어려운 문제로 ‘일감 구하기’가 1위를 차지했다. 프리랜서가 업무와 관련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대한 예민한 인식을 가졌다는 의미다. 

  이병훈 교수는 프리랜서의 활동 권리 등을 보장하는 법적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우선 그들이 노동자로서 권리를 인정받도록 관련 논의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업무수행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프리랜서 비중은 앞으로도 점점 커질 거예요. 하지만 프리랜서가 늘어나는 상황에 비해 이들의 권리 보호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죠.” 그는 사회적 이슈로서 프리랜서가 다뤄져야 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랜서와 관련한 정의나 실태 파악이 이뤄지지 않는 현재 이들이 법적인 보호를 받기는 쉽지 않다. 프리랜서 역시 노동자라는 인식이 고취될 때 프리랜서의 권리 보장을 둘러싼 법적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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