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Feminism Organization in Chung-Ang University)사업이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중대중심’ 등에서 논란이 된 후 현재 중단된 상태다. ‘페미니즘’이란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FOC의 설립을 반대하는 여론에 총학생회(총학)가 내린 사업 중단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FOC 포스터에서 사용한 ‘비너스의 주먹’ 로고가 논란이 되자 총학은 로고 사용을 멈추고 단체명을 변경하겠다고 답했다. ‘부정적 인식을 피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라는 총학의 답변은 총학이 페미니즘을 부정적인 인식이라 치부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과연 총학이 성평등위원회(성평위)와 FOC의 설립 취지 및 단체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총학은 논란의 이유를 ‘여성주의 강요’라 짚으며 성평위 설립목적과 FOC의 역할이 본래 목적에서 멀어졌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성평위는 페미니즘이 학내 성차별을 타파하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사전에 총학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총학은 청원 답변서에서 성평위와 협의한 내용은 무시한 채 성평등 문화와 페미니즘이 서로 다르다며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성평등 이룩과 페미니즘은 분리할 수 없다. 총학이 페미니즘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면 이와 같은 대응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총학은 학생 대표자로서 올바른 성평등 의식을 갖지 못한 여론에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해 논란을 자정해야 했다. 그러나 타당한 설명 대신 FOC 사업을 중단해버렸다. 성평등 문화를 이끌어나가야 할 총학이 오히려 페미니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공공연히 퍼트린 셈이다. 그야말로 직무유기다.

  간담회를 열고 회칙을 개정하겠다는 총학의 독단적 판단에서 성평위는 배제됐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발생한 것이다. 총여학생회가 폐지되는 등 학내 성평등 기구가 축소된 후 학내에는 더 이상 성평위를 제외하고는 성평등 문제를 전담하는 학생 자치기구가 없는 실정이다. 성평위와 총학의 역할이 더 중요한 이유다.

  바로잡아라. 총학의 미성숙한 대응에 실망한 학내 구성원은 이미 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총학은 ‘학생회비를 사용하는 기구가 여성주의를 강요하는 모습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으로 그릇된 인식을 캠퍼스에 공공연히 드러내지 말아야 했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점을 바로 잡고 올바른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다.

  성평위는 총학의 산하기구다. 따라서 정책 실현이나 예산 책정 시 총학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렇기에 총학은 성평위의 의사를 충분히 들어야만 한다. 독단적으로 산하기구의 의견을 묵살하거나, 정책을 한 번에 무산시켜선 안 될 것이다. 적어도 총학이 캠퍼스 내에 성평등을 이룩하길 원한다면 말이다. 

  총학과 성평위는 중앙대 캠퍼스의 성평등 문화를 이끌어가는 주체들이다. 간담회에서 유의미한 논의가 오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적어도 성평등 문화의 뒷걸음질에 총학이 앞장서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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