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어떤 이유에서든 캠퍼스 곳곳을 누비게 된다.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실로 향하기 위해, 주린 배를 채울 밥을 먹기 위해, 그밖에 다양한 활동을 위해서는 캠퍼스 내 이동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가파른 언덕에 위치한 서울캠은 누군가가 이동하기엔 불편할 수 있다. 이번주 중대신문에서는 서울캠 장애학생의 캠퍼스 내 이동 문제를 짚어 봤다. 

 

장애학생 이동실태 분석

급한 경사의 서울캠 부지
장애학생 이동, 원활한가
언덕은 많고 길도 울퉁불퉁
학내 구성원 배려 필수적


현재 서울캠에는 15명의 장애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이동이 불편한 장애학생을 위해 ▲음성 안내 지도 ▲계단 옆 경사로 ▲장애학생 전용 승강기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 등이 캠퍼스 내에 설치돼 있다. 또한 장애학생의 이동 및 학업을 도울 수 있는 장애학생 도우미도 선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장애학생들은 이런 시설들을 온전히 이용해 이동에 불편함을 겪고 있지 않을까. 이동 측면을 중심으로 서울캠 내 불편 요소를 짚어봤다.

  ‘포탈’을 지나 언덕을 넘어

  장애학생들은 장애학생 전용 휴게실이 위치해 있고 자신이 소속된 단대의 건물인 310관(100주년기념관 및 경영경제관), 203관(서라벌홀) 등에서 주로 생활한다. 그러나 학교생활을 하며 건물 간의 이동을 피하기는 힘들다. 때문에 장애학생들은 경사가 급한 부지에 위치한 캠퍼스 특성상 이동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 기자가 직접 정문에서 후문까지 휠체어를 타고 계단을 제외한 경로로 이동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캠 정문에 들어서면 101관(영신관) 앞 잔디광장을 기준으로 좌측에는 104관(수림과학관) 옆 계단이, 우측에는 중앙마루가 위치해 있다. 두 곳 모두 계단인데다가 주변에 경사로가 따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휠체어가 양 계단을 넘어 보다 깊숙이 진입하려면 103관(파이퍼홀)이나 수림과학관의 승강기를 이용해야 했다. 파이퍼홀 2층, 105관(제1의학관) 4층, 106관(제2의학관) 3층으로 연결되는 일명 ‘포탈’을 지나니 그제야 204관(중앙도서관) 옆쪽이었다.

  계단을 이용하면 몇 분 걸리지 않았겠지만 계단을 오르지 않고 휠체어로 이동하려다 보니 최소 2번 이상의 승강기 이용이 필요했다. 승강기 대기시간까지 더한다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장애학생회 ‘WE,하다’ 소속의 원철연 학생(경제학부 3)은 “캠퍼스 내에서 승강기를 사용해 이동할 때 건물 안에서 걷는 거리가 매우 길다”며 “승강기를 이용하는 경로도 길다 보니 지칠 뿐만 아니라 시간이 더 소요된다”고 말했다.

  중앙도서관 옆에 도착한 뒤 해방광장 쪽으로 이동하는 경로는 굽이진 언덕이었다. 방향이 꺾이는 코너 부분에서 보도블럭이 갑자기 낮아지는 부분이 있었다. 휠체어가 갑자기 균형을 잃을 수 있어 위험한 구간이었다. 해방광장에 오르니 310관 지하 5층, 서라벌홀 4층, 303관(법학관) 지하1층 등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내리 펼쳐진 310관 에스컬레이터는 무용지물이었다. 

  후문 쪽으로 이동하고 싶었던 기자는 다시 한번 승강기의 층 표시기만 하염없이 올려다봐야 했다. 310관 혹은 법학관 내부 승강기를 거쳐야 후문 쪽에 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동에 불편을 겪는 장애학생들은 높은 언덕에 고초를 겪고 있었다. A학생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후문에서 정문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자동차를 타고 캠퍼스 바깥쪽으로 이동하면 괜찮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이동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캠퍼스에 언덕이 많고 올라오는 길 자체도 매끄럽지 않은 편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A학생은 정문에서 후문 간 이동이 번거로워 다른 건물에서 하는 동아리 활동에도 원활히 참여하기 힘든 면이 있다고 전했다.

해방광장 쪽으로 이동하는 굽이진 언덕 코너에서 보도블럭이 갑자기 낮아지는 부분이 있다. 사진 김아현 기자
해방광장 쪽으로 이동하는 굽이진 언덕 코너에서 보도블럭이 갑자기 낮아지는 부분이 있다.    사진 김아현 기자

  누군가에게는 유일한 방도

  이렇듯 승강기는 계단 이용이 불편한 장애학생들에게 필수적인 이동장치다. 그러나 강의 시간 전후가 되면 승강기 주변은 학생들로 북적여 장애학생이 승강기를 이용하기 쉽지 않다. A학생은 “310관 중앙 쪽의 승강기에는 사람이 많아 이용자가 적은 건물 안쪽 승강기를 이용한다”며 “강의가 연속될 때에 승강기를 이용하지 못하면 곤란한 경우가 있어 최소 1시간 정도는 공강을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승강기 이용이 필수적인 장애학생들은 기본적으로 강의시간 약 20분 전에는 강의실로 향하는 길 위에 있어야 한다. 지각하지 않기 위해 일찍 출발하면 그만큼 휴식시간이 짧아져 피로에 시달릴 수도 있다. 나은새 학생(간호학과 3)은 “휠체어를 사용하던 학생의 부모님으로부터 승강기가 유일한 이동 수단이라고 들었다”며 “지각하지 않으려면 다른 학생보다 약 30분은 일찍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미처 눈치채지 못한 곳

  시각장애 학생의 경우 승강기를 이용할 시 음성 안내 기능이 필요하다. 선택 층수와 취소 층수가 음성으로 안내되면 운행 상황 파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캠퍼스 내 일부 건물에서 음성 안내 기능이 설치되지 않은 승강기가 존재했다. 원철연 학생은 “가고자 하는 층수와 취소하는 층수를 알려주는 음성 기능이 없는 승강기가 있어 시각장애 학생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가 있다”며 “교내 승강기에 음성 기능 탑재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설팀에 따르면 현재 서울캠에 설치된 승강기는 총45대이며 이 중 장애인용은 총22대다. 시설팀 관계자는 “장애인용 승강기는 설치 당시 법에 따라 음성 안내 기능이 적용되지 않은 건물(106관 1대, 209관 1대, 301관 1대, 303관 2대)도 있으며, 장애인용이 아님에도 음성 안내 기능이 있는 승강기가 설치된 건물(201관)도 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 학생들의 이동을 돕는 교내 점자블록은 각 건물과 정문, 후문 보도블록 등에 설치돼 있다. 점자블록은 경로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시설팀 관계자는 “점자블록이 설치되지 않았던 계단과 도서관에 최근 추가로 점자블록이 설치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애학생회 측은 교내에 점자블록이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이기석 학생(사회복지학부 1)은 “서라벌홀 4층에서 법학관 지하 1층까지로 이어지는 길에는 점자블록을 아예 찾아볼 수 없다”며 “점자블록의 설치 개수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학관과 인접한 서라벌홀 출입구에는 문 앞을 제외하고 계단 초입이나 경사로 주위에 점자블록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또한 장애학생회 측은 계단 주변에 계단의 존재를 알리는 표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청룡연못과 서라벌홀을 잇는 법학관 계단에는 점자블록과 계단 난간 손잡이의 점자 표식이 존재하지 않았다. 시각장애학생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서는 길을 안내하는 역할의 점자블록이 큰 도움이 된다. 장애학생지원센터 진진주 전문연구원은 “모든 건물 출입구에 점자블록이 존재한다면 이동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법학관 계단에는 점자블록이나 점자 스티커 손잡이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사진 김아현 기자
법학관 계단에는 점자블록이나 점자 스티커 손잡이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사진 김아현 기자

  (*본 기사는 기자의 일회적 경험이며 장애학생이 실제 이용하는 인체공학적 설계 휠체어와는 기술적 차이가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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