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해요.”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를 보다 마음에 와닿은 대사다. 소설작가 ‘유달’은 까칠하고 무례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코넬리’만이 유달의 강박적인 태도를 보듬어줬다. 못난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준 코넬리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의 괴팍한 태도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삶이 바뀌어 가던 어느 날 유달이 코넬리에게 어렵게 말을 꺼낸다. “당신은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해요.”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그 대사를 곱씹어보고 있었다. 기자 활동을 하며 경험한 사랑을 그 어떤 말보다 잘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회문제를 들여다보고 원인과 해결방안을 짚는 기획 기사를 작성하려면 전문가 인터뷰는 필수다. 돌이켜보면 여러 전문가의 도움이 있었기에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장애 학생의 대입제도에 관한 기획을 준비할 때였다. 전공 수업을 뒷전으로 한 채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전문가에게 연이어 거절당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한 교수님께서 ‘손 기자’라고 친근하게 부르시며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인터뷰 말미에는 오히려 해당 주제를 취재해줘 고맙다고 덧붙이셨다. 마치 유달처럼 다듬어지지 않은 기자에게 따뜻하게 손을 내민 코넬리 같았다.

  취재를 도와주신 모든 전문가는 기자와 인연도 없거니와 성함조차 들어본 적 없는 분들이었다. 기사를 쓰며 문득 궁금해졌다. 이들은 일면식도 없는 기자에게 어떻게 손을 내밀었을까.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 기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성의를 다하는 이유를 쉽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부족한 존재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니었을까. 미숙한 존재라도 무시하지 않고 함께 성장하려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과 함께 전해진 이 사랑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었을까.

  인터뷰 중간 교수님은 중앙대에 장애 학생들을 위한 제도와 기반이 진정 ‘의와 참’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부끄럽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이었기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핵심을 짚는 교수님의 통찰력과 그 와중에도 부족한 기자를 보듬어주려는 친절함은 기자를 변화시켰다. 다른 누군가를 존중할 준비를 마친 뒤 공존의 가치를 외치고 있었는지 성찰하게 했다. 대학에서 장애 학생을 위해 마련한 제도는 시혜적 조치에 그치지 않았는지, 우리와는 무관하다며 문제에 대해 관심조차 없었던 건 아니었는지 반성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부터 취재에 급급하기보다 기사를 작성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찾게 됐다. 사실을 나열하기보다 주어진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자는 진심을 기사에 담아내게 됐다. 코넬리의 진심 어린 사랑으로 유달이 변화를 꿈꾸게 됐듯, 전문가가 내민 사랑의 힘은 크고 넓었다. 지금은 비록 미숙하더라도 더 나은 기자가 되고 싶게 만들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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