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놓고 '아플 수도' 없는 반려동물
  • 노유림 기자
  • 승인 2019.05.13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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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앉아보며

 

일상에서 마주하는 많은 일 중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며 무심하게 지나쳤던 경험이 있나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일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여러분의 공감을 필요로 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이번학기 기획부는 와 닿지 않았던 누군가의 일상을 생각하기 위한 작은 공간, ‘생각의자’를 마련했습니다. 생각의자의 아홉번째 주인은 ‘미흡한 의료체계에 놓인 반려동물’입니다. ‘반려동물 천만시대’라는 말이 흔히 쓰일 정도로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늘고 있는데요. 동물을 위한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동물 보건소의 부재로 불편을 겪는 반려동물 가구도 상당했습니다. 국가적 차원의 의료 보장을 받지 못하는 반려동물을 안고 의자에 앉아 생각해봤습니다.

일러스트 구순모 학생
일러스트 구순모 학생

 

동물을 위한 공공의료 차원의
동물보건소 부재

최소한의 의료서비스 찾아
헤메는 반려동물 가구

“먹고 자고 아프기도 하는 널 보며 난 이런 생각을 했어. 지금 이 순간 나는 알아. 왠지는 몰라 그냥 알아. 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인디밴드 가을방학의 ‘언젠가 너로 인해’ 가사에서도 드러나듯 보호자는 반려동물 건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그렇기에 반려동물의 건강상태는 반려동물 가구의 걱정거리이기도 하다. KB경영연구소의 ‘2018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질병 예방/치료비’는 반려동물 관련 지출 중 두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려동물 치료가 반려동물 가구에 특히 부담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비싸고 기준 없는 진료비 때문이다. 또한 몇몇 반려동물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동물병원조차 찾기 힘들다. 반려동물을 위한 공공 의료 서비스가 부재한 현실에서 반려동물 가구는 어떤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까. 반려동물과 함께사는 여러 보호자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부르는 게 값인 동물 의료비
  보건소는 전국 각 구·시·군에 설치돼 지역 보건 활동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특히 보건의료에 필요한 기술과 국가적 재정 지원을 받아 전염병 및 질병의 예방·관리 등 의료 사업과 관련된 업무를 주로 추진한다. 동물 보건소는 사람을 위한 보건소처럼 반려동물 및 유기동물을 위해 제공되는 공공 의료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제시된 개념이다. 동물 보건소 설립은 반려동물 및 유기동물을 위해 진료비, 접근성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이러한 국가적 차원의 동물 의료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

  A씨(32세)는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질병 등으로 인한 금전적 고민을 한 경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기르고 있는 고양이를 치료하기 위해 최대 200만원까지 치료비를 지출했었다. “고양이가 중병을 앓았을 때 지출이 컸죠. 가벼운 질병이나 상해 치료를 받을 때도 평균적으로 5만원에서 7만원 정도 들었고요.” 고양이, 고슴도치 등 다양한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는 B씨(30세)역시 반려동물 치료를 위해 상당한 금액을 지출했다. “고슴도치 수술비로 46만원을 지출한 적이 있어요. 고양이는 특수한 질병을 앓고 있어 주사약값만 150만원 가까이 나왔죠. 평균적으로 병원진료를 받기만 해도 10만원은 훌쩍 넘었어요.” 국가로부터 의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 비해 반려동물 치료는 상대적으로 더 큰 의료비 부담이 생긴다는 의미다. 

  물론 가격에 상관없이 반려동물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은 반려동물 가구가 짊어져야할 의무다. 하지만 단순히 반려동물 의료비가 비싼 게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동물병원별 통일되지 않은 의료비가 반려동물 가구의 의료비 부담을 더하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기르는 C씨는 동물병원에 따라 병원 진료비에도 차등이 있다고 말했다. “평균적으로 고양이가 치료받을 때 30만원 이상 지출하는데 병원마다 진료비가 너무 달라요. 반려동물이 최소 가격 기준에 맞춰 치료받을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죠.”
한편 B씨는 동물 보건소가 없어서 가장 불편하다고 느끼는 요소로 반려동물 의료비 감당 문제를 짚었다. “상대적으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저소득층이나 미성년자는 병원비를 감당하기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반려동물을 위한 보건소가 생긴다면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높은 치료비용 때문에 반려동물의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 역시 반려동물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을 다니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으로 동물 병원별 편차가 큰 의료비를 짚었다. “진료비에 대한 상세 내역도 알기 어려운데 가격 편차도 크더라고요. 반려동물 진료비가 어떻게 측정되는지 상세한 내역을 알거나 병원별로 진료 금액 차이가 줄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반려동물 의료체계의 가장 큰 문제가 통일되지 않은 반려동물 진료비라고 지적했다. B씨는 반려동물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동물 보건소가 설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 보건소가 생겨 반려동물이 일정한 진료비로 치료받을 수 있었으면 해요. 반려동물도 가족의 일원으로서 치료받는 게 자연스러워지도록 국가가 도와주면 좋을 것 같아요.”

  진료 한번 받기도 첩첩산중
  일반적으로 개나 고양이를 제외한 햄스터, 고슴도치, 토끼 등 소형 반려동물은 ‘특수동물’이라 불린다. 이러한 특수동물 보호자는 비싼 진료비보다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B씨는 햄스터, 래트, 고슴도치 같은 소형 반려동물이 치료받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특수동물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 적어요. 평소 1시간 정도 소요되는 동물 병원으로 진료받으러 다니지만 심각한 증상을 보일 경우에는 더 멀리 있는 병원까지 가야 하죠.” 그는 진료받을 수 있는 동물 병원이 한정돼있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반려동물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공공의료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아지와 햄스터를 기르는 서수민씨(21세)도 특수동물 진료를 제대로 봐주는 병원이 전국에 몇곳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햄스터 검진을 받으려면 동물 병원까지 두시간 정도 가야해요. 하지만 작은 동물들은 이동시간이 길어지면 이동 중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증상이 더 악화되곤 하죠.” 그는 반려동물의 목숨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해 생명이 꺼져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각 시나 구에 다양한 종류의 반려동물 치료를 봐줄 수 있는 동물 보건소가 있었으면 해요. 기본적인 반려동물 진료에 걸맞은 시설이 가까운 곳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죠.” 접근성이 좋고 다양한 종의 치료를 지원해줄 수 있는 공공의료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햄스터를 기르는 D씨는 반려동물을 위한 공공의료 서비스도 없는 상황에서 특수동물은 훨씬 소외돼있다고 지적했다. “개나 고양이를 중심으로 치료하는 동물 병원이 워낙 많아 특수동물은 치료 자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요. 특수동물도 초음파나 엑스레이 같은 최소한의 검진을 받고 치료가 가능해야 해요.” D씨는 평균적으로 햄스터가 진료나 약 처방을 받을 경우 3만원대, 초음파나 기타 검진을 할 경우 최대 8만원까지도 지출한다고 설명했다. 특수동물은 얼마 되지 않는 반려동물 보험조차 가입할 수 없다. 시중에 있는 반려동물용 보험은 주로 개나 고양이를 대상으로 판매되기 때문이다. 특수동물은 간단한 검진을 받기도 어렵지만 진료를 받게 되더라도 비싼 진료비를 낮출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다는 의미다. 그는 특수동물까지 진료할 수 있는 동물 보건소가 늘면 치료가 훨씬 용이하게 이뤄져 반려동물 가구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더 원활한 반려동물 치료를 위해
  E씨(32세)는 반려동물을 위한 기본적인 접종이나 검진 범위가 병원마다 달라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동물 보건소가 생긴다면 접종과 검진 범위를 정해주는 등 가이드라인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반려동물을 위한 기본 예방 접종 서비스도 제공됐으면 하고요.”
동물 보건소는 반려동물을 위해 최소한의 의료 서비스를 지원해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한다. E씨는 반려동물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으로 동물 보건소가 꼭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예방접종이나 정기검진 정도의 기본 치료를 담당해주는 국가 기관이 있었으면 해요. 반려동물에게 많은 돈을 투자하기 어려운 보호자도 기본적인 의료 케어를 받을 수 있도록 말이죠.”

  반려동물을 위한 의료 체계 확립뿐만 아니라 유기동물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동물 보건소는 필요하다. B씨는 반려동물의 초진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공의료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임시 보호하고 있는 고양이를 언급하며 반려동물로 입양 되기 위해 유기동물의 초진이 중요한 이유를 강조했다. “유기동물은 이전 환경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알기 어려워요. 이후 유기동물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검진과 치료가 잘 이뤄질 수 있는 동물 보건소가 생겼으면 해요.” 동물 보건소 차원에서 유기동물을 제대로 관리하고 치료해준다면 유기동물이 다시 반려동물로 입양되기 용이할 것이라는 의미다.

  많은 반려동물 가구가 국가적 차원에서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동물 보건소를 필요로 한다. 「동물보호법」 제2장 제7조 2항에 따르면 ‘소유자 등은 동물이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당한 경우에는 신속하게 치료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가구가 아픈 반려동물을 마음 놓고 치료받게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의료 서비스를 보장해줄 기관 역시 필요하다. 반려동물 천만시대에 반려동물 의료복지는 국가가 외면하지 말아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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