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수많은 자신을 마주하다
  • 김준성
  • 승인 2019.05.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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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잡이란 ‘길을 인도해주는 사람이나 사물’을 뜻합니다. 흔히 가이드로 대체되는 단어인데요. 이번학기 문화부 기자는 길잡이가 돼 교환학생과 남다른 한국 문화를 체험합니다. 이번주 길잡이와 교환학생은 한국 사진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사진관을 비롯한 여러 촬영 공간에 다녀왔습니다. 이틀에 걸쳐 수업을 ‘자체 휴강’하면서까지 다녀왔는데요. 과연 한국 사진문화는 교환학생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을까요? 취업사진을 비롯한 본격 우정사진, 증명사진 촬영기. 지금 시작합니다! Let's go! 

 

한국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진이 존재한다. 특별한 날 친구들과 우정사진을 찍는가 하면, 여행 중 기상천외한 컨셉사진을 찍기도 한다. 사진관에서는 촬영 이후 사진작가로부터 “어떻게 보정해드릴까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사진을 찍는 목적마다 화면 속 자신의 모습과 역할은 저마다 달라진다. 교환학생은 한국 사진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일상에 깊이 스며든 한국 사진문화를 몸소 체험하기 위해 사진관을 비롯한 여러 촬영 공간에 다녀왔다.

 

  생소하다, 생소해!

  서울대입구역에 위치한 ‘우리동네사진관’에 들러 본격적인 취업사진을 촬영한다. 전진옥 사진작가가 직업별로 다른 모습의 취업사진 견본을 보여준다. “각각 경찰, 승무원, 아나운서 취업이력서에 붙는 사진이에요. 직업에 맞게 헤어스타일도 결정할 수 있죠.” 미국에서 온 에스더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3)은 다소 당황한 기색이다. “미국에서는 입사지원서를 제출할 때 사진을 첨부하지 않아요.” 에스더 학생은 미국에 취업사진이 없는 이유로 다문화를 꼽는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돼 있잖아요. 채용 과정에서 인종 차별 근절을 위해 마련된 장치가 아닐까 생각해요.” 또한 에스더 학생은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만으로 직업에 필요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덧붙인다. “취업사진은 직업 적합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 

 

소피 학생이 취업사진을 찍기 전 마련된 정장을 고르고 있다.

  캐나다에서 온 소피 학생(경영학부 3)이 대표로 취업사진을 찍는다. 전진옥 사진작가가 한쪽에 마련된 정장으로 갈아입은 소피 학생의 머리 연출을 도와준다. “빗에 물을 조금 묻혀 양쪽으로 가르마 머리를 해주세요. 너무 어색하지 않게요.” 이윽고 촬영을 마친 소피 학생이 전진옥 사진작가와 사진을 고른다. 소피 학생은 캐나다에서 여권사진을 찍었을 때를 떠올린다. “여권사진을 찍을 때였어요. 그땐 제가 사진을 고를 필요가 없었어요. 사진작가 분도 아무런 보정을 해주지 않더라고요.” 취업사진을 받은 소피 학생이 깜짝 놀란다. “원본사진을 봤을 때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웬걸! 포토샵을 거치니 머리가 더 풍부해졌네요! 제 얼굴 모든 부분이 달라지니 다소 생소하게 느껴져요.”

 

소피 학생이 취업사진을 촬영하기 전 머리를 단정히 묶고 있다.

  어깨동무로 피어난 우정

  우정사진을 찍을 차례다. 소피 학생은 ‘우정사진’이라는 단어를 처음 듣는 눈치다. “캐나다 사진관에서도 친구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다만 자주 찍지 않는데다가 ‘우정사진’이라고 칭하지도 않죠.” 김지원 사진작가가 어깨동무 자세를 요청한다. 모두 어색하게 웃을 뿐 누구도 손을 선뜻 올리지 못한다. 그러나 어색함도 잠시, 기자와 교환학생은 곧 죽마고우처럼 촬영에 임한다. 어느새 사진관이 함박웃음과 카메라 셔터 소리로 가득하다. 촬영을 마친 에스더 학생이 미국에는 스튜디오 촬영보다 야외 촬영이 많다고 설명한다. “사실 실내 사진관은 처음이에요. 미국에서는 약혼사진이나 웨딩사진, 심지어 고등학교 축제인 ‘프롬(prom)’ 사진 모두 야외에서 주로 촬영되거든요. 덕분에 우정사진 촬영이 무척 즐거웠어요!”

  이어 한국 젊은 층 사이에서 단연 인기인 ‘인생네컷’으로 향한다. 이곳은 스티커사진을 찍을 수 있는 간이 촬영부스다. 세로로 긴 스티커사진에는 총 4장의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안은 기껏해야 두명 내지는 세명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이다. 기자와 교환학생 모두 촬영부스 안으로 욱여 들어간다. 에스더 학생이 화면을 보며 키득거린다. “소피가 안 보여요!”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마친 소피 학생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는다. “문고리를 잡고 촬영해야 화면에 등장할 정도로 비좁아 힘들었어요.” 비좁은 공간에서 사진을 함께 찍는 활동 역시 추억이 될 수 있다. 에스더 학생은 이어 함께하는 순간의 소중함을 언급한다. “지금 이 순간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어 행복해요. 스티커 사진도 영화표나 콘서트 티켓처럼 소소한 기념품으로 챙기려고요.”

 

  고유한 개성을 찾아주는

  이어 강남에 위치한 ‘시현하다 스튜디오’에 들른다. 입구에서부터 고급스러운 액자사진들이 하얀 벽을 빼곡히 수놓는다. 이곳은 개인에게 어울리는 색을 찾아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내는 증명사진 스튜디오다. 에스더 학생은 경이롭다는 표정이다. “액자가 100개는 넘는 것 같은데요? 마치 박물관에 들어온 것 같아요.” 2층 방으로 자리를 옮긴다. 윤혜빈 사진작가가 에스더 학생에게 원하는 이미지가 있는지 묻는다. “어떤 이미지로 보이고 싶은지에 따라 배경색을 조율해 드릴게요. 원하는 색이 있나요?” 에스더 학생은 밝은 모습으로 보이고 싶다고 전한다. “행복한 모습이 보기 좋잖아요.” 윤혜빈 사진작가가 에스더 학생이 입은 검정 옷과 더불어 밝고 건강한 모습을 함께 표현할 수 있는 주황색을 배경색으로 결정한다. 에스더 학생은 윤혜빈 사진작가 색 선정에 찬사를 보낸다. “검정 옷에 잘 어울리는 색을 골라주신 것 같아요. 주황색 마음에 드네요!” 윤혜빈 사진작가가 프로필 사진 촬영을 진행한다. 증명사진과는 달리 규정에 얽매이지 않는 형식이 특징이다. “자유롭게 틀어 앉아보세요. 본인이 자신있는 얼굴 각도로 촬영할게요. 미소 살짝 지어주세요. 좋아요. 스마일~.” 

 

기자와 교환학생이 시현하다 스튜디오 포토존에서 다정히 셀카를 찍는 모습. 이처럼 사진은 우리 일상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존재다.

  윤혜빈 사진작가는 색다른 증명사진이 주목받는 이유로 개성이 반영되는 점을 꼽는다. “일반적인 사진관과는 달리 본인의 개성을 더 심어줄 수 있잖아요. 자신만의 색을 통해 표정이나 분위기도 그만큼 달라지고요. SNS를 통해 활성화된 측면도 있어요.” 촬영을 마친 뒤 기자와 교환학생은 스튜디오 내부 모습을 사진에 담아내기 바쁘다. 셋이서 함께 사진을 찍어본다. 소피 학생도 한껏 들뜬 표정이다. “오늘 찍은 사진들을 인스타그램에 올려야겠어요!”

 

  뜻밖의 사진이 주는 즐거움 

  돌아온 흑석역 한편에 마련된 증명사진 부스를 발견한다. 에스더 학생은 한국 지하철역 안에 없는 시설이 없다고 말한다. “편의점과 옷가게, 액세서리 매장에 증명사진 부스까지 있네요. 음료수 자판기 정도만 있는 미국 지하철역과는 정말 달라요. 시간이 여유롭지 못한 사람에게 증명사진 부스가 유용할 것 같아요.” 소피 학생이 의자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한다. 이후 화면에 포토샵 버튼이 뜬다. 소피 학생이 직접 코와 눈썹을 보정한다. “‘디지털 성형’이라고 적혀있는 점이 흥미롭네요. 얼굴 턱선 보정은 물론, 다양한 얼굴 부위를 스스로 보정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점도요!” 신이 난 소피 학생의 손동작이 날렵해진다. 그러나 출력된 증명사진을 빤히 바라보는 소피 학생은 시큰둥한 표정이다. “포토샵을 거치지 않은 원본사진이 마음에 들어요. 진짜 제 모습 같았거든요. 이 증명사진은 눈이 지나치게 크게 나와 마치 곤충같네요.”

  끝으로 에스더 학생은 한국과 미국의 사진문화 차이점을 언급한다. “한국에서는 얼굴 특징이나 겉모습에 중점을 두는 것 같아요. 그러나 미국에서 포토샵은 주로 배경 감도를 조절하거나 색을 보정할 때 쓰이거든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자존감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피 학생 역시 즐거웠다는 소감을 전한다. “한국의 여러 사진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즐거웠어요. 수업 빼먹은 보람이 있네요.”  

 

 

 문화수첩: 화면 너머 현실을 품어 봐요

 

  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의 신조어다. 최근 몇 년간 을지로 일대 레트로 감성 카페와 서울대입구역 인근 샤로수길 이색 맛집이 단연 인기다. SNS를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유통업체도 실내 조경뿐 아니라 메뉴, 소품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홈카페가 인기를 끌면서 직접 만든 음료를 사진 찍고 공유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도 Instagrammable은 일상적인 표현이 됐다. ‘The Color Factory’는 대표적인 Instagrammable 체험형 전시회다. 이곳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공유할만한 ‘색 다른’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특히 청록색 거대한 볼풀장은 인생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로 붐빈다. 천경우 교수(사진전공)는 해당 전시회가 사람들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불러낸 점이 흥미롭다고 언급한다. “사람들은 보통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소통하잖아요. 반면 해당 전시는 역으로 온라인에서 소통하던 사람을 현실공간으로 이동하게 만든 점이 흥미로워요. 이 시대의 소통방식인 공간체험을 적극 활용한 셈이죠.” 

 

  반면 천경우 교수는 정작 본질을 발견할 수 없는 인스타그램 속 사진을 경계한다. “인스타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공간을 갔을 때 감동하기보다는 실망하는 경우가 더 많죠. 총체적인 경험을 담아낼 수 없는 인스타그램이 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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