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을 바로 세워야 한다”
  • 류정현 기자
  • 승인 2019.05.0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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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대 노조위원장 장지훈 인터뷰

 

탄핵 사태 이후 결자해지 결심

전화위복의 기회로 여겨

성과차등형 연봉제 도입 목표

총장 직선제도 제안 하겠다

향후 1년은 기초 작업에 열중할 것

관심 갖고 지켜봐주길 바란다

노동조합(노조)은 지난해 말부터 지난 3월까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임금협상안을 둘러싼 내부갈등이 법적 공방까지 치달았다. 결국 전 위원장을 탄핵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일어났다. 지난해 임금협상도 매듭짓지 못했고 노노갈등으로 생채기도 났다. 어지러운 와중에 지난달 26일 노조에 새로운 위원장이 자리에 올랐다. 그는 사소함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근본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두와 양복을 차려입기보다 운동화와 티셔츠를 입고 조합원을 위해 발로 뛰겠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근로자의 날, 장지훈 노조위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탄핵 사태 이후 중책을 맡았다.

  “지난 탄핵 사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을 바로잡는 과정이었습니다. 규약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조합 내 갈등을 부추기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근본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규약을 정리하고 조직도 절차에 맞게 구성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노조의 다양한 활동이 탄탄한 토대 위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었는데.

  “당시 논란이 됐던 내용을 조합원에게 알리고자 온라인 카페를 개설했습니다. 조합원이 총회에 참석해 투표권을 행사할 때 최소한의 내용이라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조합원이 알아야 하는 내용을 알리는 주도적 역할을 맡기로 결심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조합원의 관심도 뜨거웠다.

  “사실 탄핵 사태 이전에는 많은 분들이 위임장을 쓰시는 등 대체로 총회 참석을 꺼려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탄핵 투표에는 많은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결국 관심 있는 주제에는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탄핵 절차까지 밟게 된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운영위원회의 승인을 받거나, 제대로 구성된 총회에서 투표를 거치는 등 규약을 지키고 정당한 절차를 밟았다면 비록 내용이 부실한 임금협상안이라도 통과됐을 겁니다. 그런데 탄핵 당사자들이 이런 요소를 무시하고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고 상대방의 목소리는 전부 틀렸다고 생각한 탓에 모든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의견만이 진실이고 자신이 곧 정의라는 식의 주장은 위험합니다. 저는 조합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려 합니다.  판단은 조합원이 내려주면 됩니다.”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긍정적인 방향에 초점을 맞추자면 전화위복의 기회입니다. 조합원들이 그전까지는 노조를 동호회와 비슷한 단체라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탄핵 과정을 거친 이후에는 조합원들이 학내 현안에 관심이 적었음을 반성하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결국 탄핵은 보다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른 길로 향하기 위한 방법은.

  “사람 2명만 모여도 입장차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3명이 모이면 더 심해지죠. 중앙대 노조 조합원이 약 300명입니다. 그중에는 연령, 성별, 직무를 중심으로 저마다 이해관계가 상이합니다. 이 사이에서 벌어지는 모든 갈등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적인 말들로 조합원을 현혹하기보다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득표율이 꽤 높았다.

  “전체 유권자 수 총 289명 중 215명이 참여해 약 74.4%의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이중 찬성이 171명으로 약 80%에 달했고 반대가 42명으로 약 19%였습니다. 무효표는 2표였습니다. 저는 투표율 약 60%, 찬성 득표율 약 70% 내외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높아 놀랐습니다.”

  -출마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탄핵 사태 이후 지난 제12대 임원진은 위원장 후보로 출마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2번의 후보자 공고에도 후보로 나서는 분이 없었습니다. 상황을 정리하는 역할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결자해지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불출마 선언 이후의 출마를 의아하게 여기는 조합원도 있지 않나.

  “실제로 불출마 선언을 했는데 왜 입후보를 했는지 묻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뜻있는 분이 출마하시면 언제든지 사퇴하고 도와드리겠다고 말씀드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잘못했다고 말씀하신 건 아니었지만 이런 지적이나 질문 역시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노조 이름이 ‘바른’이다. 어떤 철학이 담겨있는지.

  “규약과 절차에 맞게 행동하자는 의미입니다.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절차와 틀입니다. 공동체 내부에서 사용하는 언어이고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중앙대와 노조에도 규정과 규약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지키지 않거나 심지어 누군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적용하는 탓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바른 노조’는 정해진 규칙을 지키는 노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앞으로 1년 동안은 이처럼 기초를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당장의 변화를 기대하는 조합원도 있을 텐데.

  “올해까지 계산하면 제가 노조에서 활동한지 8년째에 접어듭니다. 경험으로 미뤄볼 때 조합원과의 대화를 비롯한 세부적인 아이디어는 언제든지 실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고 대대적인 개혁을 이루는 작업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탄탄한 기초를 세운 뒤 핵심적인 부분을 바꾸는 방향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철학이 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반영되나.

  “사측과 예정된 여러 협상에서도 근본적인 내용을 다룰 예정입니다. 우선 MBO 인센티브를 확보하고자 합니다. 학교가 아무리 비영리단체라고 해도 직원은 1년 동안의 실적을 정당하게 평가받고 그에 따른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중앙대에는 이러한 체계가 없습니다. 성과에 대한 기여도를 수치화해 평가하지 않고 역량 평가라는 이름하에 통째로 묶어서 평가합니다. 따라서 직원들도 자신의 평가 결과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역량 평가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궁금하다.

  “자신의 인사 담당자에게 잘 보이려는 일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따라서 학생 교육을 목표로 삼기보다 자신의 실적을 위해 일하게 됩니다. 총장을 재단에서 임명하는 이상 총장은 재단에서 요구하는 실적에 치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총장은 부총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자를 임명하기 때문에 주요 보직자들 역시 총장의 요구에 맞춰야 합니다.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안타깝지만 현재 중앙대 구조가 이렇습니다.”

  -총장 직선제는 파격적인 공약이다.

  “교수, 학생, 동문 심지어 학부모까지 이르는 학내 구성원 모두를 위한 일입니다. 총장 직선제가 도입돼야 잘못된 구조와 부정적인 고리를 다 끊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총학생회장도 만날 수 있고 내년에 교수 노조가 설립되면 그들 또한 만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노조라서 하는 일이 아니라 중앙대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내용들이 임금협상에서 오가는 건지.

  “임금협상 때 이런 구조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직원들이 성과 창출에 집중하기보다 인사고과 평가에만 치중하는 이유는 직원 평가 구조가 연봉은 물론이고 승진과 정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근본과 구조를 강조하는 특별한 이유는.

  “대학과 그 구성원이 자신의 역할에 맞는 일을 해야 합니다. 직원은 올바른 교육행정을 실행해야 합니다. 교수는 보직에 혈안 될 게 아니라 교육과 연구에 집중해야 합니다. 학생은 이를 믿고 열심히 공부해 좋은 결과를 창출하면 됩니다. 근본과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중앙대는 점점 불행해질 겁니다. 그리고 최종 피해자는 결국 학생이 될 겁니다.”

  -노조만의 노력으로는 힘에 부칠 수도 있을 것 같다.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는 중앙대 내부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여의치 않다면 외부 단체와 함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앙대는 지금까지 학내 사안에 외부 단체를 끌어들이는 데 매우 소극적이었습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 연대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파업과 같은 강력한 수단도 있지 않나.

  “노조가 발휘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권리가 파업권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직원이 파업하면 결국 그 피해를 학생이 떠안게 됩니다. 이런 사업장 특징으로 파업을 쉽사리 결정할 수 없습니다. 또한 파업은 구성원 간 불필요한 갈등도 유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노조의 주장과 근거가 명확하다면 법률도 노조의 손을 들어줄 거라 생각합니다. 충분히 자신 있습니다.”

  -질 높은 후생복지 제도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있다.

  “직원 복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출산휴가, 임산부 복무 규정 같은 경우 관련 이행 근거가 명백하게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내용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입니다. 지난 2012년도, 2015년도, 2017년도 단체 협약에 모두 참여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까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직무급 직원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를 받는 것으로 안다.

  “직무급 직원은 다른 직원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상대적 박탈감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비슷한 수준으로 임금을 올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한 직무급 직원 선발 당시 계획했던 목적에 맞게 합리적인 업무분장을 실행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끝으로 조합원에게 한말씀 부탁드린다.

  “사내 정치에 치중하거나나 자리에 연연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저 노조를 바르게 세우는 일이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위원장에게 바라는 모습이 조합원마다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에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그저 결과로서 보여드리겠다는 말뿐입니다. 위원장을 믿어 달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말씀도 안 드리겠습니다. 그저 지켜봐달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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