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가 살아가는 이유
  • 노유림 기자
  • 승인 2019.05.06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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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수혈용 혈액의 이면

 

어린이 날, 어버이 날…. ‘가정의 달’인 5월이 찾아왔습니다. 가정은 한 가족이 살아가며 함께 생활하는 집을 의미하죠. 가족이라고 하면 사람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증가하며 반려동물에 대한 가족 개념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KB경영연구소의‘2018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85.6%는‘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다’라는 말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려동물중에서도 가장 양육 비중이 높은 동물은‘개’입니다. KB경영연구소 2018 반려동물보고서에서 현재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중 75.3%가 개를 기른다고 답했죠. 반려견을 가족으로 여기는 가구가 얼마나 많은지 여실히 드러나는 수치입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 역시 아플 수 있습니다. 만약 반려견의 출혈이 심해 생명이 위급해진다면 수혈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견주들이 반려견의 건강을 우려해 수혈을 받게 하려 노력하겠죠. 하지만 반려견의 생명을 구할 혈액이 어디에서 오는지 아는 이는 드뭅니다. 개를 위한 수혈용 혈액은 어디서 어떻게 공급되는 걸까요?

  반려견의 헌혈을 통해 얻어지는 혈액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수혈용 혈액은 ‘공혈견’으로부터 채취됩니다. 공혈견은 한국동물혈액은행이라는 민간 기업이나 대학병원, 민간 동물병원 등에서 채혈을 목적으로 길러지는 개입니다. 주로 대형견 이상의 개가 공혈견이 되며 주기적으로 채혈을 당해 다른 개를 위한 수혈용 혈액을 공급하게 되죠.

  처음부터 수혈용 혈액을 얻기 위해 사육되는 공혈견이지만 이들의 복지와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법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난 2016년 동물병원 관계자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이‘혈액나눔동물의 보호·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지만 현재까지도 가이드라인 수준에만 머물고 있습니다. 명시된 사항을 어겨도 법적으로 제재를 받거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죠.

  실제로 해당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역시 알 수 없습니다. 별도의 감사나 관리점검이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에 대해서는 대상 시설이나 기관이 ‘주기적으로 자체 점검’해야 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죠. 현재 시행중인 「동물보호법」에도 공혈견과 관련된 별도의 조항은 없습니다. 타 생명을 살리기 위한 존재의 안전이 실태조차 파악되지 못한 채 법의 바깥에 놓여있는 셈입니다.

  존재 자체로 동물권 유린 문제를 안고 있는 공혈견은 역설적이게도 완전히 사라질수 없는‘필요악’입니다. 현재 대부분 국내 개 수혈용 혈액은 민간 기업인 한국동물혈액은행으로부터 공급되기 때문입니다. 헌혈로 얻은 혈액량이 부족하고 갑작스럽게 반려견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순간이 닥칠 때 공혈견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반려견은 생명의 불빛이 꺼지게 될 것입니다.

  개들의 생명이 긴급한 상황에서 수혈량을 맞추기 위해 공혈견의 존재가 불가피하다면 적어도 이들이 안전한 법망에서 보호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는‘생각의자’ 위 웅크린 공혈견을 향해 관심의 손길을 뻗어야 할 때입니다. 동물권으로 돌아보는 공혈견의 존재와 실태를 6-7면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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