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愛犬)을 위한 혈액은 어디에서 오는가
  • 노유림 기자
  • 승인 2019.05.06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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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앉아보며

 

일상에서 마주하는 많은 일 중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며 무심하게 지나쳤던 경험이 있나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일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여러분의 공감을 필요로 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이번학기 기획부는 와 닿지 않았던 누군가의 일상을 생각하기 위한 작은 공간,‘ 생각의자’를 마련했습니다. 생각의자의 여덟번째 주인은 ‘공혈견’입니다. 채혈을 목적으로 길러지는 개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필요악’으로 여겨지는 공혈견은 제대로 된 법망에서 보호받고 있지 못한데요. 「 동물보호법」바깥에 위치한 공혈견을 안고 의자에 앉아 생각해봤습니다.

 

피를 주기 위해
삶을 사는 견(犬)


그들을 지키기엔
허술한 보호벽

 

사진 정준희, 박진용 기자
사진 정준희, 박진용 기자

지난 2월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서 발표한‘2018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개를 기르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18%다. 이는 고양이 3.4%, 토끼, 새 등을 기르는 가구 3.1%에 비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가구가 많아지면서 반려견의 건강 상태 관리 역시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됐다. 특히 출혈이 심할 때 이뤄지는 수혈 과정은 반려견의 생명을 위해서라면 견주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자발적 헌혈을 통해 혈액을 마련하는 사람과 달리 개에게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수혈용 혈액이 제공된다. 채혈하기 위한 목적으로 길러지는‘공혈견’이 있기 때문이다. 채혈을 위해 살아가는 공혈견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을까. 공혈견의 실태를 짚고 이에 대한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봤다.


  혈액 나눔‘당하는’개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도 출혈이 심각해지면 수혈을 받는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박순석 원장은 개의 혈액형을 크게 세가지로 구분한다고 설명했다. “수혈 시 부작용을 유발하는 적혈구 항원‘DEA(DogErythrocyte Antigen)’이 13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그중에서도 크게 세 유형이 수혈할 때 중요해요.”특히 그는 개가 처음 수혈받을 경우 혈액형이 달라도 수혈이 가
능하다고 덧붙였다. “개는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는 자연발생항체가 없어요. 그래서 첫 수혈 때 혈액형이 달라도 항원항체반응이 거의 발생하지 않죠. 하지만 첫 수혈 후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두번째 수혈부터는 반드시 동일한 혈액형으로 수혈해야 해요.”개에 따라서도 혈액형이 다르기 때문에 수혈하는 혈액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개를 수혈할 목적으로 공급되는혈액이 어디에서 오는지 아는 이들은 별로없다. 직장인 이은비씨(29)는 현재 말티즈를 기르고 있다. 그는 헌혈견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개 수혈용 혈액의 공급 과정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헌혈을 하는 개가 있다고 알고 있었지만 채혈이 이뤄지는 조건이나 기준은 정확히 몰라요.”푸들과 믹스견을 기르는 구희강 학생(조선대 간호학과), 말티즈를 기르는 표예담 학생(조선대 간호학과)역시 개 수혈용 혈액이 어떻게 채취되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개를 위한 수혈용 혈액은 이은비씨의 말대로 헌혈견에서 채혈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공혈견’이라 불리는 개에서 혈액을 뽑는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공혈견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없다고 설명했다. “공혈견은 통상적으로 채혈을 위해 사육되는 개예요. 대학병원이나 민간 동물병원, ‘동물혈액은행’이라는 민간 기업 등에서 기르고 있죠.”공혈견은 오직 다른 개에게 피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길러진다는 설명이다. 공혈견은 별도로 종이 지정돼있지 않지만 수혈에 필요한 혈액 채취량을 충당해야하기 때문에 주로 대형견이다. 그는 대체적으로 리트리버, 그레이트 피레니즈, 도사견 등 대형견 종이 공혈견으로 기능한다며 덧붙였다.

  법적기준 없는 복지와 안전
  그러나 사육되는 공혈견의 복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현재 공혈견의 사육 환경과 채혈 기준에 대한 강제성 있는 법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형주 대표는 공혈견이 떠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공혈견의 처우라고 지적했다. “공혈견과 같이 특수한 목적을 위해 사육되는 개들의 처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자신을 희생한 동물이라면 이에 적합한 보상이 이뤄지고 살아있는 동안 동물권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적절한 운동 기회나 사육환경이 제대로 제공되는지는 확인할 수 없죠.” 그는 현재 공혈견이 특정 위생 조건을 충족하는 환경에서 길러져야 한다는 등의 법적 조치가 없다는 점 역시 문제가 된다고 전했다.

  지난 2016년 농식품부 방역관리과를 비롯한 동물병원 및 동물보호단체 등에서 혈액을 채취하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혈액나눔동물의 보호·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지만 이는 법적인 효력이 없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다른 동물의 수혈 등 치료 목적이나 항체 및 의약품 생산 등 의학적 목적을 위해 혈액이 채취되는 동물’을 ‘혈액나눔동물’로 정의해 복지원칙과 사육 환경을 제정했지만 이를 시행하는 건 자체 내규로 관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공혈견과 같은 혈액나눔동물이 있는 시설 등에서 가이드라인을 자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가이드라인 7항 ‘혈액나눔동물의 관리’에서는 ‘영양 균형이 맞는 사료를 매일 1회 이상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하며, 깨끗한 음수용 물을 상시 비치하여야 한다.’, ‘채혈 후 20일 이내 채혈을 원칙적으로 금한다’같은 지침이 존재하지만 공혈견을 기르는 시설 또는 기관에서 해당 조항을 지켜야 할 의무는 없다. “공혈견이 해당되는 가이드라인처럼 지침이 존재하지만 이를 어겼을 때 법적인 처벌이 이뤄지지는 않죠.”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가이드라인에 기재된 보호 조항의 이행 여부에 강제성이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해당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것은 공혈견을 데리고 있는 시설의 도의성에 맡기고 있으며 관리감독 역시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보호 조항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혈액을 채취하는 사람에 대한 위생 기준도 부재하는 상황에서 공혈견의 혈액이 어느 정도의 양과 빈도로 채취되는지는 알 수 없다.

  현행법에서는 공혈견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명시하고 있을까. 동물학대 등의 금지와 관련된 「동물보호법」 제8조 2항 1호에 따르면 동물에 대해 도구·약물 등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다만,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 등 농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예외 조항이 있어 공혈견의 존재는 불법이 아니다. 이형주 대표는 「동물보호법」에 피를 주기적으로 채취하는 공혈견과 관련해 별도의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 하위에 동물학대와 관련한 조항이 존재하긴 하지만 공혈견을 언급한 조항은 없어요. 별도의 사육 지침이나 조항과 같은 법적인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거죠.”

  파악조차 되지 않는 ‘불가피한 존재’
  역설적이게도 동물병원 등 시설 내에 공혈견은 꼭 필요한 존재다. 많은 공혈동물을 두고 대부분의 동물 혈액을 공급하는 한국동물혈액은행이 민간 기업이기 때문이다. 박순석 원장은 급작스럽게 개 수혈용 혈액이 필요한 순간을 대비해 공혈견이 부득이하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동물병원에서는 공휴일이나 야간에 수혈용 혈액이 갑자기 필요할 수 있어요. 이런 경우 민간 기업으로부터 혈액팩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죠. 각 병원에서 키워지는 공혈견이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줘야 하는거에요.” 급한 수혈상황에 대비해 대학병원이나 민간 동물병원 등에서 공혈견을 기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공혈견과 관련된 실태조사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제 국내에 있는 공혈견의 수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조희경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조사한 결과도 없고 공혈견을 별도로 등록하는 규정도 없기 때문에 공혈견의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규모나 복지환경 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공혈견은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 조희경 대표는 공혈견의 동물권을 위해 강력한 복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혈견을 혈액나눔동물로 바꿔부르며 사회적으로 불편한 시선을 외면하기보다 구체적인 보호 법률이나 기준이 마련돼야 해요.” 국내 헌혈견의 수만으로 필요한 혈액량을 달성하기 어렵고 긴급한 상황이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공혈견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그러나 존재의 중요성과는 달리 이들이 보장받아야 할 동물권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공혈견이 다른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살아간다면 정작 동물보호법망의 그늘 속 공혈견은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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