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손길에 안기지 못한 공혈견
  • 김서현 기자
  • 승인 2019.05.0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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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서 생각하며]

 

법적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
공식 보고 없는 자체 점검만

공혈견 빠진 동물보호법
법제화 판단 기준 미흡해

지난달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개그맨 박성광이 공혈견을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고 출연해 이목을 끌었다. 그는 개를 위해 수혈용 피를 공급하는 공혈견의 처우가 좋지 않다며 공혈견 후원 프로젝트 참여를 독려했다. 공혈견 문제는 올해 들어 갑작스럽게 등장한 게 아니다. 지난 2015년 공혈견 복지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이후 지난 2016년 ‘혈액나눔동물의 보호ㆍ관리 가이드라인’이 제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공혈견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공혈견의 동물권이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황과 그 이유를 전문가와 함께 짚어봤다.

 

  예시답안에 그친 가이드라인

  지난 2016년 제정된 ‘혈액나눔동물 보호ㆍ관리 가이드라인’은 혈액나눔동물의 정의부터 복지원칙, 사육환경까지 공혈견 관리 방안을 폭넓게 다뤘다. 송정은 광주메디컬센터 원장은 해당 가이드라인이 기준을 통일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고 말한다. “자체 기준으로 채혈할 때보다 사육환경이나 채혈기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통일돼 개선됐다고 볼 수 있죠.”

  그러나 해당 가이드라인은 공혈견 복지 문제에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송정은 원장은 해당 가이드라인이 법적 강제성을 갖지 않기 때문에 공혈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더라도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뿐 처벌은 이뤄지지 않아요. 결국 관리자의 실천 의지에 공혈견의 현실이 달린 거예요.”

  「동물보호법」에는 공혈견을 비롯해 공혈동물과 관련된 조항이 없다. 송정은 원장은 법 제정을 통해 공혈견 관리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시로 공혈견의 사육환경을 점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동물보호법」에 공혈견 관련 법 조항이 들어가야만 현실성 있는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어요.” 농식품부 이승환 사무관 역시 가이드라인은 안내에 머무를 뿐이라고 짚었다. “가이드라인은 법적 의무조항이 아닌 권고사항이죠. 그렇다보니 공혈견을 사육하는 시설이나 기관은 해당 사안에 대해 점검을 받을 의무가 없어요.” 실제로 적용 대상을 다루는 가이드라인의 3번 조항은 ‘혈액동물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 시설 또는 기관은 준수 여부를 주기적으로 자체 점검한다’고 명시한다. 공혈견의 동물권에 대한 확인이 의무가 아닌 선택인 것이다. 

  공혈견 복지가 법적으로 규정돼있지 않아 이뤄져야 할 조치 역시 진전이 없다. 이승환 사무관은 법에서 명시하는 규제가 없기 때문에 공혈견의 관리 전환에 대한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혈견 복지에 관한 조항은 법에 명시가 돼 있지 않아 혈액 채취 기간 이후 공혈견이 어떻게 관리전환이 되는지 보고하지 않아요.” 공혈견의 관리전환은 혈액을 채취하는 일정 시기를 마치고 내부인 또는 일반인에게 분양하거나 해당 기관에서 기초 사육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승환 사무관은 관리 전환에 있어 공혈견과 반려견의 경우가 대조된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로 길러지는 개의 경우 반려동물 관련법에 명시가 돼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관리 전환에 대한 보고를 받죠.” 「동물보호법」 제4조 1항 6호에서는 동물 학대 방지와 반려동물 운동ㆍ휴식 시설 등 동물복지에 필요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혈견은 반려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법제화되지 못한 이유

  공혈견과 관련된 법안 발의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16년 이상일 전 국회의원이 반려동물과 관련한 영업 종류에 동물혈액판매업을 포함시키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사업자 신고를 의무화하고 그들이 동물보호와 공중위생 등에 관한 교육을 받도록 함으로써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법안 발의 목적이다. 그러나 현행 「동물보호법」에 해당 사안은 반영되지 못했다. 이승환 사무관은 공혈견 사육과 관리를 둘러싼 문제가 법 제정의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이유는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법을 제정할 때는 규제 범위와 효율성을 고려해요. 하지만 공혈견과 관련된 문제는 법적으로 규제해야 할 만큼 피해가 크다고 판단하지 않은 거죠.” 공혈견의 피해 규모가 작다고 판단한 이유는 혈액 판매 주체를 한국동물혈액은행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혈액판매 관련 기관을 하나의 업체라고 상정한 것이다. 이승환 사무관은 농식품부를 비롯한 입법 주체가 전문 영업자의 범위로 대상을 판단했다고 설명한다. “안건을 논의했던 지난 2016년 당시 공혈견 혈액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한국동물혈액은행만 관련 업체에 해당했어요. 대학병원과 민간 동물병원은 혈액을 파는 것이 아니라 병원을 내원한 동물에게 수혈을 해주기 때문에 영업을 한다고 보기 어렵죠.”

  설상가상으로 공혈견 복지에 관한 법적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이승환 사무관은 현재 공혈견 관련한 논의는 확인된 바가 없다며 공혈견에 관한 논의가 부족함을 암시했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업무보고자료에서 설명하는 ‘2019년 업무추진 여건과 방향’에 공혈견과 관련한 내용이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는 게 이를 보여준다.

  공혈견에 관한 사회적 관심 없이는 공혈견 복지 문제 해결이 진전될 수 없다. 이승환 사무관은 공혈견의 동물권이 보장되기 위해 동물 학대를 경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동물보호법」 제8조에 동물 학대에 대한 내용이 명시돼있어요. 공혈견에 대해서도 동물학대를 경계하는 시민의식의 제고가 필요해요.” 송정은 원장은 공혈견 보호관리지침이 잘 지켜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기희생을 통해 많은 생명을 살리는 공혈견은 공혈 기간이 끝난 후 어떻게 살게 될까요? 은퇴 후 분양 없이 윤리적 안락사를 당할지 희생의 보답으로 좋은 환경 속 반려동물로 전환될지는 사회적 관심이 결정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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