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친구와 가방과 함께 후쿠오카에서 도쿄까지 간다는 커다란 계획만 가지고 무작정 일본으로 떠났다. 비행기를 타고 미세먼지로부터 도망치면 아무런 걱정도 없을 듯싶었다. 실은 그 여행은 걱정거리로 가득 차 있던 여행이었다.

  시작부터 우리의 숨통을 조인 것은 후쿠오카에서 오사카로 갈 방법이었다. 우린 후쿠오카와 오사카가 그리 멀리 있는지 알지 못했고, 거기서 우리는 비행기를 한번 더 타야했다. 수하물 7kg 규정을 맞추기 위해 옷을 전부 껴입은 채로 뒤뚱뒤뚱 대며. 항공사 직원은 날 한번 쓱 쳐다보고 미소를 짓고는 수하물 무게를 안 재 보셔도 된다고 말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는 가방을 잃어버렸다. 오사카에서 시즈오카로 가는 심야버스에 두고 내린 것이다. 그 가방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종일 시즈오카에서 고생했고 그 가방을 숙소로 부쳐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즈오카는 온천 하나밖에 볼 곳이 없었고, 우리는 쓸쓸한 부두에 앉아 웃었다.

  마지막까지 비행기를 놓쳤다. 기차역에서 우리는 헤맸고 기차는 코앞에서 떠났으며 예약 취소 전화는 두꺼운 터널에 가로막혀 걸리지도 않았다. 가방은 받지도 못했다. 마지막에 우리나라로 돌아올 돈을 빌리고 밥을 먹고 있을 때 우리가 떠나고 3시간 있다 택배가 도착했으며 현재는 반송됐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렇게까지 운이 안 따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그 외에도 우리는 수많은 사건을 겪었다. 한마디로 우리는 여행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실패를 한번의 여행에서 전부 겪었다. 사실들만 놓고 보면 정말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여행이다.  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 여행은 한편의 코미디 영화였고 우리는 배우였다. 최고의 여행이었다.

  실패와 좌절의 향연 속에서 나와 친구 각자 감당 할 수 없는 크기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포기하고 웃었다. 상황은 계속해서 우리가 상상치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고, 이미 늦은 상황에서 누가 잘못하고 잘했는지 따지는 건 의미가 없음을 뼈져리게 느꼈다. 만약 우리가 여행 그 어느 한 과정에서 싸웠다면 그 여행은 진정으로 최악이었을 것이고, 서로 얼굴만 봐도 열받는 사이가 됐을테지만 우리는 그 모든 상황들에서 서로 웃으며 견뎌냈다.‘어떻게든 되겠지’ 아마 이 말이 여행 중에 가장 많이 한 말 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어떻게든 되었다. 우린 집에 멀쩡히 돌아왔고 가방은 되찾았다.

  그 때 배웠던 것은 지금도 내 안에 남아있다. 실패의 크기가 어느 정도든 그 모든 것들은 과거의 일이며 과거를 되돌릴 순 없다. 이젠 그냥 그 실패를 누군가와 함께 크게 웃고 떠나보낸다. 인생은 길고 앞으로도 수백 수천번 계속해서 나는 실패하고 좌절할 것이다. 상황이 얼마나 최악을 달리든 간에 그 순간에 계속 묶여 살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김태형 학생

소프트웨어학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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