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청춘’ 삼총사
김지후씨(18), 황인진씨(18), 석예은씨(18)

 

  -고등학생이신 것 같은데…. 제 예측이 맞죠?!

  인진: “맞아요. 북촌으로 체험학습 왔는데 걷다 보니 한옥마을에 들어오게 됐어요.”

  -북촌 내 어떤 곳을 둘러보셨나요?

  지후: “‘어둠 속의 대화’라는 체험을 하고 왔어요. 빛이 없는 캄캄한 방에서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으로 100분 동안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는 활동이죠.”

  예은: “담임 선생님이 한번 해볼 만하다고 추천해주셨어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더라고요. 소리와 냄새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죠. 잠시나마 시각장애인들의 불편을 느낄 수 있었어요.”

  -뜻깊은 경험이었겠네요. 그런데 이제 시험 기간 아닌가요?

  인진: “곧 중간고사를 치러요. 내일부터 열심히 공부해야죠.”

  예은: “내일은 체육대회니까 이번주까지만 쉬고 다음주부터 열심히 하는 걸로 하자.(웃음)”

  -내일 체육대회가 있군요. 어떤 종목에 출전하시는지 궁금해요.

  지후: “피구 경기에 참여할 예정이에요. 저희는 못 하는데 잘하는 친구들이 ‘캐리’해줄 거예요.”

  인진: “저는 줄넘기요. 이단 뛰기도 할 줄 알죠.(웃음) 단체줄넘기 대회에서 상 받은 경력도 있답니다.”

  -이번에도 좋은 결과 있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세 분이 꿈꾸는 미래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인진: “제약회사 연구원이 되고 싶어요. 제가 중학생 때 아빠가 약물 오용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신 적이 있어요. 일주일 동안 병원에 계셨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죠. 그 이후로 이 꿈을 가지게 됐어요.”

  지후: “저는 영화감독을 꿈꾸고 있어요.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 알아보고 있죠. 영화 장르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구도와 기법은 미리 구상해봤답니다.”

  예은: “과학에 관심이 많아 자연계열을 선택했지만 그동안 해온 활동이 모두 미디어와 관련 있어요. 요즘 대학 입시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꼭 가고 싶어요!”

 

변해버린 어릴 적 나의 동네
정지민씨(24), 이제인씨(59)

 

  -안녕하세요. 골목길이 참 정겹네요.

  제인: “반가워요. 어릴 적 살던 동네를 딸과 함께 방문했어요. 이곳에서 재동국민학교와 풍문여중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1학년 때 다른 동네로 이사 갔거든요.”

  지민: “저는 미국에서 대학 졸업 후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지금은 한 달 정도 휴가를 내서 한국에 머물고 있죠. 마을을 돌아다니며 엄마가 살았던 건물들을 찾아봤는데 한 곳은 사라진 상태라 우울해하셨어요.”

  -많은 추억이 서려 있는 마을이겠어요.

  제인: “오래 살았던 주민은 마을 어디에 뭐가 있는지 다 알잖아요. 학교 끝나고 친구 집에 놀러 갔던 기억도 떠오르고…. 지금은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이곳저곳 뜯어고친 한옥이 많더라고요. 추억에 젖은 채 길을 걷는데 너무 요란하다는 느낌도 받았죠. 본질을 잃어버린 채 상업에만 집중한 모습이 참 안타깝네요.”

  -정말 속상하실 듯해요.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인가요?

  제인: “‘백인제 가옥’을 다녀왔어요.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공개돼있는 한옥 건물이죠. 친일파 이완용의 조카인 한상룡이 지은 근대 한옥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다 지난 1944년에 백인제 박사가 매입했죠. 보존이 매우 잘돼있더라고요.”

  지민: “저는 한옥에서 살아본 적은 없지만 한옥 특유의 느낌이 좋아요. 또 백인제 가옥에 놓인 장독대와 고무신을 보고 ‘이게 한국만의 색깔이구나’ 생각했답니다.”

  -그렇군요. 한국과 미국은 많이 다르죠?

  지민: “그렇죠. 가장 두드러지는 건 패션 문화에요. 한국인에 비해 미국인은 상당히 편하게 입고 다녀요. 그래서 미국에서 입던 대로 한국에서 입으면 후줄근해 보이기도 한답니다.(웃음) 또 미국에는 유행하는 패션이 있어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요. 한국에서 그러면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죠.”

  -제인씨, 딸과 멀리 떨어져 살면 서운하지는 않으신가요?

  제인: “글쎄요. 딸이 다 컸으니까 이제 가는 길이 다르죠.(웃음) 성인이 되면 출가하는 법이잖아요.”

 

수업과 맞바꾼 나들이
이영경씨(21), 강대훈씨(30)

 

  -데이트하러 오셨나 봐요.

  대훈: “맞아요. 오늘 날씨가 정말 좋네요. 평일인데 휴가라 이곳으로 나들이 왔답니다. 주말에는 어딜 가든 북적이잖아요. 지난 주말에 여의도한강공원으로 벚꽃 구경 다녀왔는데 벚꽃보다 사람이 더 많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이번주는 평일에 만나기로 했죠.”

  영경: “봄인 만큼 걷기 좋은 곳을 방문했어요. 사실 저는 오늘 공강이 아니에요. 땡땡이친 거죠.(웃음) 지금 학교에서 수업 듣고 있을 시간인데 여유 있는 데이트를 위해 과감히 강의를 포기했답니다.”

  -주로 서울에서 만나시나요?

  대훈: “저는 구리, 여자친구는 양천구에 살아요. 홍대에서 자주 만나곤 하는데 오늘은 중간지점인 종로3가 근처에서 만났죠.”

  -한옥마을까지 올라오는 데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대훈: “안국역에서 이곳으로 쭉 걸어왔어요. 오르막길이 이어져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올라와서 한옥마을 뒤로 넓게 펼쳐진 경치를 보니 화창한 날씨만큼 기분이 좋아졌답니다.”

  영경: “올라오면서 느꼈는데 한국인은 저희밖에 없을 정도로 외국 관광객이 대다수였어요.”

  -외국어가 많이 들려 이태원인 줄 알았어요.(하하) 한옥마을 분위기는 어떤가요?

  영경: “저는 오늘 처음 와봤어요. 일반 동네에는 이런 한옥 건물이 많지 않잖아요. 예스러운 환경이지만 이질적인 느낌 없이 도심과 잘 어우러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죠. 한옥이 밀집해있으니 분위기도 나름 괜찮네요. 나중에 꼭 이런 건물에서 살고 싶어요.”

  대훈: “한옥 건물은 북촌 한옥마을이 아니면 보기 힘든 것 같아요. 또 5년 전에 왔을 때랑 크게 달라지지 않았네요. 그때도 관광객이 많았죠. 그분들이 사진 찍는 걸 구경하는 것도 은근 재밌어요.”

  -인터뷰하다 보니 저녁 시간이 됐는데 배고프실 것 같아요.

  대훈: “검색해보니 근처에 맛집이 많더라고요. 한옥마을에 온 만큼 한식을 먹고 가려고 생각 중이에요.”

  영경: “분위기 좋은 카페도 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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