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덕업일치'의 무거움
  • 정준희 기자
  • 승인 2019.04.1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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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폰을 머리에 쓰는 것마저도 일이야. Music은 내게 휴식이었는데, 언젠가부터 내게 숙직을 시키네… Music makes me cry.”

  가수 휘성의 「돈 벌어야 돼」는 슬픈 노래다. 삶의 기쁨이었던 음악이 더 이상 즐겁지 않고 자신을 울게 한다며 털어놓는다. 그는 지난 2002년 데뷔해 「안 되나요..」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인기를 누렸다. 휘성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덕업일치’에 성공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돌연 「돈 벌어야 돼」를 발표했다.

  휘성이 음악에 염증을 느꼈던 그 무렵 내 사진은 걸음마를 시작했다.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아버지께 물려받아 사진에 입문했다. 곧 네모난 프레임의 매력에 푹 빠져 사진 활동을 직업으로 발전시키고자 마음먹었고 지난해 중대신문에 입사했다. 약 1년 동안 셔터 버튼을 수만번 눌렀다. 중앙대 100주년 기념식, 3·1절 100주년 기념식 등을 촬영하는 쾌거도 이뤘다. 그야말로 배부른 사진생활이었다.

  그러다 올해 갑자기 탈이 났다. 체한 것같이 더 이상 사진을 소화할 수 없었다. 휘성처럼 큰 성취를 이룬 것도 아닌데 벌써 진저리가 났다. 사진은 내게 휴식이었지만 언젠가부터 카메라를 쥐는 것마저 부담이 됐다. 사진은 이제 나를 눈물짓게 했다. 음악이 ‘일’이 돼버린 슬픔을 노래한 휘성의 마음도 내 감정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많은 사람이 덕업일치를 동경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또한 취미는 개인의 자아실현과 밀접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은 기본적인 욕구 때문이다. 하지만 덕업일치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취미활동이 즐거운 이유는 그것을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미가 직업이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하고 싶지 않을 때도 그 일을 해내야 한다. 화창한 날 활짝 핀 벚꽃을 찍는 것은 당연히 즐겁다. 하지만 비에 젖은 벚꽃을 찍기 위해 우비를 입고 사진을 찍을 때도 기쁘기는 힘들다. 원했던 일 만큼 원하지 않았던 일을 숱하게 마주한다.

  이 부분을 감내하더라도 부담은 여전하다. 바로 성과에 대한 압박이다. 사회인에게 성과는 생계와 직결된다. 취미일 때는 본인이 원하는 수준만큼 작업할 수 있다. 직업이 된다면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해야 한다. 아마추어가 많은 사진 업계가 좋은 예다. 사진기자가 촬영한 사진은 일반인이 찍은 사진과 확연히 달라야 한다. 비슷한 수준의 사진을 제공한다면 사진기자는 도태된다.

  ‘잘 하는 일을 직업으로,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하라’는 말이 있다. 이전에는 패기 없는 자가 내뱉은 변명이라고 여겼다. 막상 덕업일치를 해보니 이는 변명이 아니라 충고였다. 직업은 삶의 근간이다.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결정해서는 안 된다. 덕업일치의 답답한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 고민 없이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다면 다다를 종착점은 정해져 있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했던 일을 잃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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