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남자프로배구의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대한항공 점보스를 꺾고 2년 만에 우승 타이틀을 거며줬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한항공 점보스의 우세를 점쳤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공격, 수비 모두 상대를 압도하며 3전 전승으로 트로피를 가져왔다. 현대캐피탈 구성원 모두가 기뻐했던 그날,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은 우승이 확정 후 인터뷰에서 굵은 눈물을 쏟아냈다. 경사도 이런 경사가 없는데, 그는 왜 눈물을 흘렸을까.

 사실, 현대캐피탈은 시즌 내내 세터 포지션에서 약점을 노출했다. 최태웅 감독은 시즌 시작 전 주전 세터가 팀을 떠나면서 발생한 공백을 백업 세터인 이승원으로 메우려고 했지만 이승원 선수는 부상과 부진으로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하는 활약을 보였다. 자연스럽게 팬들은 최태웅 감독과 선수를 비판하게 됐고, 한술 더 떠 부진해도 주전으로 계속 기용했던 최태웅 감독에겐 ‘돌태웅’이라는 굴욕적인 별명까지 붙었다. 하지만 이승원은 마침내 챔프전에서 깔끔하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며 현대캐피탈의 우승에 크게 일조했다.

  최태웅 감독은 이러한 시간들을 떠올리자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그는 ‘승원이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는 게 너무 싫었다. 도와주고는 싶은데 못 도와줘서 너무 미안했다’고 말하며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평소에도 그는 이승원을 비판하는 여론을 의식한 듯 그가 가진 능력을 믿는다고 언론에 수차례 말해왔다. 감독이 선수의 방패막이가 된 셈이다. 하지만 선수의 멘탈적인 부분은  선수 본인이 해결하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밖에서 속만 태우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믿음을 버리지 않은 최태웅 감독은 우승이라는 보답을 받으며 진정한 승자가 되었다.

 만약 눈앞의 성적에 매몰되어 선수를 도구로만 여겼다면 한계를 깨고 나온 선수를 볼 수 있었을까. 웜업존 에서 경기를 보며 기대만큼 자신의 기량을 꽃피우지 못한 그저 그런 선수로 남게 됐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성적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선수를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지도자들이 즐비한 대한민국 스포츠계와, 불과 몇 년 전까지 그러한 지도자를 ‘야구의 신’이라며 추앙했던 언론의 틈바구니에서 최태웅 감독은 새로운 메시지를 던졌다. 선수를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고 존중하고 배려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잠재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존중과 배려는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태도다. 하지만 이 태도를 망각하여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유명 연예인이 여성을 즐거움을 위한 도구가 아닌 자신과 똑같은 한 명의 인간으로 여기고 배려했다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경악스러운 범죄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때로는 우리에게 소외된 기본적인 것들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임을 자각해야 할 때가 아닐까.

박진우 학생
사진전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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