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하기에는 무서운
  • 박수정 기자
  • 승인 2019.04.15 0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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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대응하나

족보 및 녹음본 매매 엄연한 불법
대학본부 “징계 대상 될 수 있어”

강의 족보와 녹음본을 무분별하게 공유하는 행위는 엄연한 저작권법 저촉행위다.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저작물을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하거나 금전적 거래가 오가는 경우 위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학내 차원에서도 족보와 녹음본 공유 문제를 의식하고,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을까. 구체적 문제 상황과 해결 방법을 짚어봤다.

  족보도 실력인가요

  원칙적으로 시험문제 역시 저작물이기 때문에 함부로 복제해서는 안 된다. 금전적 거래까지 행해지는 경우도 불법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족보를 구매하는 학생들은 저마다 족보를 ‘사야 하는’ 이유를 말했다.

  족보를 구매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높은 성적을 위해서다. 특히 강의자가 매년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출제하는 경우 족보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족보를 구매하려던 A학생(창의ICT공대 3)은 “유형화된 시험 문제가 나오는 수업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족보를 구한다”고 밝혔다. 강의 내용이 난해한 경우 족보를 통해 학습 방향을 파악하기도 했다. A학생은 “기출문제로 교수님의 시험 유형을 이해하고 공부의 방향을 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족보 거래 시 취할 수 있는 부당한 이익을 지적하는 학생도 있다. 타인의 저작물을 판매해 이익을 얻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B학생은 “원작자가 아님에도 거래를 통해 금전적 이익을 얻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족보 공유는 금전거래뿐만 아니라 친밀한 사적 관계에서도 행해진다. 선·후배나 동기 사이에 족보가 공유되기도 한다. 이에 족보가 더욱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학생 여론도 있다. 모든 학생들이 족보를 쉽게 구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족보가 없는 학생들은 족보를 구한 학생들에 비해 시험에서 불리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B학생은 “족보 공유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며 “지인에게서 족보를 구하기 힘든 학생들은 심적 부담감도 느낀다”고 전했다. C학생 역시 “열심히 공부해도 족보를 구하지 못해 시험점수가 낮으면 억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족보 공유 및 판매 문제는 기출문제를 공식적으로 공개함으로써 일부 해결할 수 있다. 중앙대 내에도 이런 방식을 시행하는 강의자가 존재한다. 신우철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첫 수업에 일괄적으로 기출문제를 공개한다”며 “학생간의 부당거래를 막고 강의 내용 파악을 도와 수강 변경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D교수(경영경제대)는 “시험 2-3주전에 2,3개년도 족보를 공개한다”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효과와 더불어 학생들이 공부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학본부는 족보 거래를 막기 위해 강의의 전반적인 정보를 담는 강의계획서 양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학사팀 관계자는 “강의계획서 양식에 기출문제를 기재 및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마련해놨다”며 “강의계획서 내용을 작성하는 것은 강의자가 자율성을 갖는 부분이기 때문에 해당 사항이 강제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강의실 내 녹음 행위는 학생들 스스로 저작권 의식을 갖지 않는다면 온전한 해결이 힘들다. 녹음 행위는 개인 핸드폰을 이용해 손쉽게 시행할 수 있어 강의자가 허락받지 않은 학생의 녹음 유무를 파악하기도 힘든 실정이기 때문이다. 강의 녹음에 대하여 D교수는 “학생들이 녹음을 요청할 경우 허락은 한다”며 “다만 최근에는 학생들이 직접 요청한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실제 녹취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신우철 교수는 “강의 녹취를 허락하지 않는다”며 “강의자의 허락 없는 강의 녹취와 파일거래는 음성권과 저작권을 침해하는 범법행위다”고 덧붙였다.

  징계 사유 될 수도

  대학본부는 해당 사안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학사팀 관계자는 “녹음본까지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강의 매매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오른 이후 교무처는 중앙인 사이트 등을 통해 강의매매가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족보나 녹음본의 무분별한 공유와 관련해서는 따로 저작권 교육이나 공지가 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족보 및 녹음본의 무분별한 공유는 학칙에 의해 징계받을 수 있는 사항이다. 학사팀 관계자는 “족보나 녹음본을 금전적으로 거래하는 행위 역시 징계 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학생상벌에 관한 시행세칙」 제5조에는 ‘징계의 사유 및 징계권자’가 규정돼 있다. 해당 항목에 따르면 학생신분을 벗어난 행위를 하여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는 징계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족보와 녹음본의 거래는 범법행위이므로 해당 사안은 학생의 본분에 어긋나는 행위로써 징계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학사팀 관계자는 “학생지원팀이나 학사팀 등 대학본부에 해당 사건을 신고해 적발되면 징계위원회(징계위)가 열릴 수 있다”며 “사건 당사자의 소속 단대에서 징계위를 열기 때문에 매매 주체의 신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족보와 녹음본의 매매는 학내 커뮤니티에서 대부분 익명의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건 주체를 직접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 때문에 불법 행위에 경각심을 가지는 개인의 노력이 가장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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