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정훈 기자
                                                                                                                                               사진 김정훈 기자

개강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새학기의 설렘도 잠시, 어느새 중간고사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수업을 열심히 듣던 학생, 여유를 즐기던 학생 너나 할 것 없이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시기죠. 이맘때쯤 학내 커뮤니티는 평소보다 조금 더 소란스럽습니다. 바로 시험의 족보(기출문제)와 강의 녹음본을 사고파는 학생들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족보와 녹음본을 공유하는 일은 꽤나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금전적 거래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이런 행위는 현행법상 엄연히 불법입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크게 경각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위법이라는 걸까요?

  「저작권법」 제4조에 따르면 강의는 어문 저작물로 구분됩니다. 해당 저작물의 저작자는 바로 강의자죠. 때문에 강의 녹음은 원칙적으로 강의자에게 동의를 구한 후 행해져야 합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학생이 강의자에게 명시적 동의를 구하지 않고 녹음하는 실정입니다.

  그렇다고 녹음한 사람 모두가 법적으로 처벌받는 것은 아닙니다. 「저작권법」 제30조는 개인적 이용을 위한 공표 저작물의 복제는 권리 침해 예외 사항으로 규정합니다.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개인이나 가정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에서 이용하는 경우는 복제가 허용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사적인 차원에서만 저작물을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상 크게 위배되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인 복습 등만이 해당되는 사안이죠.

  그러나 이 녹음본을 다수에게 공유할 때는 문제가 생깁니다. 정진근 교수(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는 “사적인 사용을 넘어 금전적 거래를 자행하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하는 경우 저작권을 침해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저작자가 신고할 경우 형사적 처벌이 가능한 사항이죠. 은밀히 전달되는 족보 역시 같은 사안입니다. 저작자의 동의 없이 배포하거나 금전이 오고갈 경우 모두 저작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강의 내용을 정리한 노트 필기를 거래하는 것은 어떨까요? 노트 필기의 경우에는 원본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따져보는 ‘실질적 유사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노트 필기는 공부한 내용을 자신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창작물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나름대로 이론을 해석하거나 추가로 공부한 내용을 덧붙이는 것들이 그러합니다. 이런 학습물은 저작권  침해 사례로 보기는 힘듭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내용이 온전히 본인의 학습물이라고 보기 힘든 경우와 해당 필기를 금전적으로 거래하고 배포할 경우에는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정진근 교수는 “시판되는 책을 요약해 판매한 행위를 복제권 침해로 인정한 판례가 있다”고 소개합니다. 요약된 책만 봐도 원본 내용을 파악하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두 자료가 실질적으로 유사했다는 점이 판례의 근거입니다.

  「저작권법」 제136조에는 저작권법에 대한 벌칙이 명시돼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에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할 수 있죠. 

  이렇듯 현행법은 저작물을 둘러싼 권리를 분명히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앙대의 상황은 어떨까요? 이번주 중대신문은 무심코 족보와 강의 녹음본을 공유하는 행위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짚어 봤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4면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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