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과제, 팀플 등 학업 부담부터 대학생활에서 겪는 수많은 인간관계, 학년이 올라갈수록 늘어나는 취업 고민 등은 학생들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이번주 중대신문은 중앙대 학생 정신건강 관련 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정신건강 실태를 파악하고 운영 중인 학생 고민 상담 서비스에 대해 살펴봤다. 또한 타대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과 비교해봤다.

학년 올라갈수록 짙어지는
마음의 적신호

학업부터 취업, 인간관계까지…
원인도 다양

중앙대는 매년 신입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관련 조사를 진행한다. 조사를 통해 어떤 학생들이 우울과 불안을 겪고 있는지, 스트레스 원인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중앙대 학생들의 정신은 건강하게 관리되고 있을까. 통계를 바탕으로 중앙대 학생의 정신건강 실태를 살펴봤다.

  중앙인 마음 들여다보기

  건강센터와 학생생활상담센터는 매년 신입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시행한다. 건강센터에서 신입생 및 편입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정신건강조사는 2월말부터 3월초 사이 각 단대별 입학식이나 오리엔테이션에서 진행된다. 재학생의 경우 매년 재학생건강검진 참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해당 조사를 통해 건강센터는 우울과 불안을 겪는 학생을 파악한다.

  건강센터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상증세를 보이는 학생에게 진료 및 상담을 권한다. 건강센터 박주옥 주임은 “건강조사 결과에 따라 우울과 불안을 겪는 학생에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방문진료 및 학생생활상담센터 이용 방법을 안내한다”고 말했다.

  학생생활상담센터도 신입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각각 정신건강실태를 파악한다. 지난해의 경우 4월초부터 4주간 각 학과의 협조를 구해 자기보고식 질문지로 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질문지로 삶의 만족도, 스트레스 경험 유형 등을 조사했다.

  학생생활상담센터 측은 “신입생 대상으로는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를 알아보고 재학생의 경우 생활실태와 학교 인식파악 등을 조사한다”며 “이를 통해 학교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켜 보다 나은 대학생활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학년이 오를수록 정신건강은 추락하고

  올해 실시한 건강센터의 정신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학생은 신입생보다 우울 및 불안 수치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 올해 실시한 신입생 정신건강조사에서는 참여자 총 3468명 중 243명에 해당하는 약 7%의 학생이 우울을 겪고 있다. 불안을 느끼는 학생은 59명으로 참여자 중 약 1.7%의 비중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조사의 경우 참여자 총 540명 중 85명이 우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입생과 비교했을 때 약 두 배가량이 증가한 약 15.7%다. 불안을 겪는 학생 또한 25명으로 약 4.6%에 달했다.

  삶의 만족도와 미래에 대한 낙관 경향 또한 재학생은 신입생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학생생활상담센터는 지난해 정신건강실태조사를 통해 삶의 만족도와 미래에 대한 낙관 경향을 조사했다. 신입생의 삶의 만족도는 평균 7.43점으로 대체로 높은 편이었다. 미래에 대한 낙관 경향에서도 신입생은 평균 7.25점으로 보통 이상의 점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재학생은 삶의 만족도 평균 6.43점, 낙관 경향 평균 6.47점을 기록했다. 신입생 때보다 학교생활이 행복하지 않은 셈이다. 송연우 학생(국어국문학과 3)은 “신입생 때는 뚜렷한 고민이 없었다”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현실에 대한 고민으로 우울함과 불안감이 늘었다”고 말했다. 학생생활상담센터 측은 “이러한 결과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이 대학의 현실에 적응하는 일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원인도 각양각색

  학생생활상담센터의 지난해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신입생과 재학생 모두 스트레스 경험 유형 중 학업 부담이 약 35.6%와 약 29.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학생들이 겪는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이 학업인 셈이다. A학생(경영학과)은 “단체생활을 하던 고등학생 때와 달리 스스로 과제나 출결을 챙겨야 한다는 사실이 낯설었다”며 “처음엔 대학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B학생(철학과 2)도 “복학 후 학업 수행을 둘러싼 고민과 성적 부담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재학생은 진로 및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약 24.2%로 학업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진로 및 취업 스트레스는 신입생의 경우 약 8.8%로 4순위 원인에 해당했지만, 2학년 약 12.9%, 3학년 약 23.7%, 4학년 약 37.5%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높아졌다.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진로와 취업 고민이 커지기 때문이다. B학생은 “이상적인 목표와 현실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컸었다”고 말했다. 또한 C학생(영화학과 3)은 “취직 경로가 다양하지 않고 한정적이라는 사실 때문에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인문사회계열은 취업에 대한 고민이 다른 계열단위보다 높았다. 재학생 중 인문사회계열의 진로 및 취업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비율은 약 27.5%로 모든 계열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D학생(정치국제학과 2)은 “전공에 자부심이 있었는데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두려움이 생겼다”며 “지금이라도 경영계열을 복수전공 해야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또한 “인문사회계열 학생 대부분이 진로와 취업 고민이 심하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신입생은 친구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약 15.6%로 학업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대학 입학 후 마주하게 되는 새로운 인간관계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남재조 학생(사회복지학부 1)은 “대학은 새로운 인간관계가 시작되는 곳이다”며 “그러나 소극적인 성격 탓에 먼저 친해지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는 신입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E학생(간호학과 1)은 “재수를 해서 동기들과의 나이 차이로 친해지기 힘들다”고 밝혔다. 진로 및 취업 스트레스와 반대로 친구관계 스트레스는 2학년 약 14.9%, 3학년 약 9.6%, 4학년 약 7.4%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경제적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의 경우 신입생과 재학생 모두 예체능계열이 가장 많은 스트레스 비율을 보였다. C학생은 “영화 제작에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며 “이로 인해 휴학하는 학생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건강상의 문제나 신체결함, 연인관계, 부모와의 관계 등 스트레스 경험 유형은 다양했다.

  중국인 유학생도 함께 관리 중

  학생생활상담센터는 2년마다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2017년의 경우 교환학생을 포함한 유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3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중국인 유학생 동원인력과 국제교류팀, 생활관과 협조해 조사가 시행됐다.

  중국인 유학생의 삶의 만족도에 대한 응답은 만족하는 편이 약 46.2%로 가장 많았다. 학교생활 중 차별 경험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 또한 차별을 받지 않았다는 응답이 약 69.2%로 가장 많았으나, 차별을 받았다는 응답도 약 26.4%에 달했다.

  가장 큰 스트레스 경험 유형은 다른 학생과 마찬가지로 학업부담이 약 35.6%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진로 및 취업 문제 약 14.9%, 대인관계 약 10.6%, 언어소통 약 7.7% 순으로 나타났다. F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3)은 “한국 학생들에게 다가가기가 매우 어려웠다”며 “특히 같이 모여있을 때 소외되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여전히 한국어 발음을 하는데 많은 한계를 느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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