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발할 꽃을 기대하며
한수아씨(31), 최가영씨(31)

 

  -안녕하세요. 친구끼리 놀러 오셨나 봐요.

  가영: “네. 저희는 대학교 친구랍니다. 이곳에서 홍대 근처 직장에 다니는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죠.”

  수아: “반가워요. 날씨가 화창해 실내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평소에 경의선숲길 자주 오시나요?

  가영: “2주 전에도 친구 만나러 왔어요. 산책하기에 딱 좋은 곳이죠. 홍대 길거리와는 다르게 북적거리지 않고 깨끗하답니다. 또 철길 일부가 남아있는 것도 보기 좋아요. 전체적인 숲길 외관을 해치지 않을뿐더러 경의선 철길이 이곳에 있었다는 기록이 남는 거잖아요. 일반적인 관광명소라기보다는 역사가 담긴 장소라고 할 수 있죠.”

  수아: “근처에 맛집이 많아 예전에는 종종 다녀가곤 했는데 직장이 인천에 있어 요즘엔 자주 오기 부담스럽네요. 

  저기 팻말 문구 괜찮지 않나요? ‘술 길 싫어요, 숲 길 좋아요.’ 마음에 드는 말이에요. 저녁에 오면 맥주를 많이들 마시더라고요.”

  -오늘(4일) 갑자기 기온이 올라 밖에서 활동하기 좋네요.

  수아: “며칠 전에 날씨 생각 안 하고 잡은 약속인데 다행이에요.”

  가영: “다만 벚꽃이 많지 않아 아쉬워요. 아직 필 때가 아닌가?”

  -서울 기준으로 내일(5일)부터 벚꽃 개화 시기라고 해요.

  가영: “그렇군요. 직장에 다니다 보니 벚꽃 보러 멀리 가지는 못할 것 같아요. 다음주 평일에 잠시 시간 내서 가까운 한강공원에라도 방문해야겠어요.”

  수아: “며칠 전 어머니가 창원에서 열리는 ‘2019 진해군항제’에 벚꽃 구경 다녀오셨어요. 벚꽃이 만개해 한 번쯤은 가볼 만한 장소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한 번쯤’이라면 여러 번 가기에는 별로라고 하시던가요?

  수아: “글쎄요. 굳이 여러 번 갈 필요는 없다고 하셨어요.(웃음) 수도권에서 창원까지 왕복 시간이 꽤 오래 걸리잖아요. 아무래도 자가용으로 다녀오셔서 고생을 많이 하셨나 봐요.”

 

굴곡진 인생
강창모씨(36)

 

  -무엇을 집중해 보고 계신 건가요?

  “여행 일정표를 확인하고 있었어요. 구미에서 서울로 3박 4일 수학여행 왔거든요. 연세대, 명동성당, 광화문 등 여기저기 다녀왔죠. 오늘이 3일째랍니다.”

  -선생님이시군요!

  “맞아요. 고등학교 2학년 학급 담임을 맡고 있죠. 지금은 학생들이 홍대와 연남동 일대에 가보고 싶었던 곳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자유시간이에요. 아마 도처에 아이들이 흩어져있을 거예요.”

  -그렇군요. 선생님은 몇 시까지 이곳에 계시나요?

  “오후 8시까지 자유시간이니까 그때까지 있을 예정이에요. 이곳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에 적합한 장소인 것 같아요.”

  -오늘처럼 업무 이외에도 서울에 종종 올라오시나요?

  “고향은 울산, 학교는 구미라 자주 오지는 않아요. 제대 후에는 대전 위쪽 지역으로 잘 안 갔던 것 같은데…. 아, 청계천 근처 세운상가에 가본 적이 있어요. 전자제품, 특히 음향에 관심이 많거든요. 그때랑 자전거 전국 일주 말고는 서울에 온 기억이 많지 않아요.”

  -자전거 일주를 하셨나 보군요.

  “네. 군대 후임과 둘이서 다녀왔어요. 20대 후반이었으니까 7년쯤 됐네요. 남양주에서 출발해 동해안, 남해안, 서해안, 마지막으로 한강을 거쳐 다시 남양주로 돌아오는 코스였죠. 보통 25박 걸리는 코스인데 저희는 17박에 끊었답니다. 하루에 약 100km를 꾸준히 달렸죠.”

  -정말 멋지십니다. 가장 좋았던 장소가 궁금해요.

  “제주도 에메랄드빛 바다가 떠올라요. 목포에서 배 타고 장장 5시간을 갔는데 바다를 보고 나서 제주도까지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죠.

  또 동해안 코스 중 12km 구간의 언덕이 있어요. 그곳에서 인생도 이 길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걸을 때는 모르지만 자전거를 타면 평지는 없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모든 길은 오르막 아니면 내리막이거든요. 인생도 길처럼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더라고요!”

 

당신과는 천천히, 산책을
이아율씨(26), 조영웅씨(31)

 

  -역시 어딜 가든 커플이 많군요. 안녕하세요!

  아율: “안녕하세요. 구리에서 데이트하러 왔어요. 마침 오늘 둘 다 쉬는 날이라 서울에 방문했죠. 홍대 근처에서 쇼핑하고 이곳에서 산책하고 있었답니다.”

  영웅: “저는 연남동에 오늘 처음 와봤어요. 사람이 정말 많네요. 과연 연트럴파크라 불릴 만해요.”

  -왜 연트럴파크인지 아시나요?

  영웅: “아니요. 뜻은 모르고 방문했는데, 왜죠?”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도심 속 녹색공간이라 그렇게 부른다고 하더라고요.

  아율: “아, 그래서 연트럴파크구나. 근처에 여러 대학이 있어 그런지 어린 친구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젊어서 좋겠다.(웃음)”

  -아직 젊으신데요.(하하) 강아지와 산책 나온 분들도 많네요.

  영웅: “여자친구가 강아지를 무서워해요. 자유롭게 산책하는 건 좋지만 도베르만 같은 대형견을 보면 상당히 겁날 수 있죠. 최근에 사람을 무는 사건도 이슈가 됐잖아요. 주인들이 조금만 조심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죠.”

  아율: “저희는 반려묘를 키워요. 저는 ‘고나’, ‘양나’, ‘이나’, 남자친구는 ‘아나’를 기르고 있죠. ‘나’자 돌림으로 지었어요. ‘고양이’ 글자 하나씩 따 고나, 양나, 이나라고 짓고 아나는 제 이름 가운데 글자인 ‘아’를 빌려 작명했답니다.”

  -평소에도 산책 자주 하시나요?

  아율: “둘 다 직장을 다니다 보니 평소 못 했던 이야기를 하며 걷는 걸 좋아해요. 산책은 저희가 즐기는 데이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영웅: “자외선차단제도 안 발랐어요.(웃음) 직장인들은 비타민D가 부족하다고 하잖아요. 날씨가 좋으니까 산책하면서 광합성 해야죠.”

  -산책할 때 꼭 챙기는 아이템도 있나요?

  영웅: “커플 슬리퍼요! 마침 오늘 동네에서 산책할 때 편하게 신을 슬리퍼를 구매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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