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독일의 유명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이번학기 여론부에 몸담으며 이 말은 곧 기자 생활의 좌우명이 됐다.

  기자는 매주 다른 서울 명소에 방문해 시민들의 일상을 다루는 게릴라 인터뷰를 진행한다. 괴테의 말처럼 배는 항구에 머물 때 가장 안전하듯, 기자는 매일같이 드나드는 신문사에 있는 순간이 제일 안녕하곤 하다. 하지만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선 신문사가 아닌 서울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한다. 생생한 사연과 사진이 담긴 지면을 위해 신문사 밖을 열심히 뛰어다니자는 다짐으로 이를 좌우명 삼았다.

  실전은 마음처럼 순탄치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기도 전에 사람들은 찡그리는 표정으로 대화를 피하기 일쑤였고 그렇게 반복된 거절은 기자를 주눅 들게 했다. 어쩌다 응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인터뷰 취지를 듣고는 ‘개인적인 내용을 털어놓기는 조금 그런데…. 다음번에 진행하면 안 될까요?’라며 완곡히 거절했다.

  하루는 광화문에서 우여곡절 끝에 인터뷰를 마친 후 지친 심신을 끌고 신문사를 향하는 길이었다. 외모와 옷차림을 봤을 때 또래로 보이는 학생이 종이 상자를 목에 메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대부분 이어폰을 끼고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대꾸 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호기심 반, 안타까움 반으로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반가워하는 듯한 내색도 잠시 다소 어색한 표정과 말투로 취지를 열심히 설명했다. 기자에게도 거절당할 것을 걱정해서인지 떨리는 목소리였다. 들어보니 네팔 아동에게 생필품을 후원하는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며 소액이라도 후원을 해주십사하는 내용이었다. 후원 때문이기도 하지만 낯선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학생의 처지가 기자와 아주 비슷한 것 같아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을 꺼내 모금함에 넣었다.

  사회는 각박해졌고 우리의 개인주의 성향은 더욱 뚜렷해졌다.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는 공감과 관심 없이 흘려보내는 게 당연한 행위가 돼버릴 정도로 현대인들은 타인에 대한 무감각 속에서 살아간다.

  그렇기에 여론부 기자로서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여론면인 만큼 매일 분주한 일상을 살아가는 독자에게 타인의 일상이 주는 즐거움을 선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네와 같은 평범한 이들의 사람 냄새 나는, 꾸밈없는 일상을 들려주면 타인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라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첫 출발이었던 서울역부터 지난주 경의선숲길까지 총 6번의 항해를 다녀왔다. 이제 나머지 여섯 곳을 다녀오면 모든 여정이 마무리된다. 12번의 항해가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사람 냄새 진하게 풍기는 여론면을 장식하는 일’이겠다.

이웅기 여론부 차장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