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위해 카메라를 메고 다니면 많은 시선을 받게 됩니다. 크고 눈에 띄는 DSLR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호기심 어린 눈빛 속에 숨은 불쾌감과 방어적 태도를 분명히 읽어낼 수 있습니다.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들어 올리는 순간 그 눈빛은 노골적인 눈총으로 바뀝니다. 괜히 눈치가 보여 머뭇거리다 결정적 순간을 놓쳐버리기도 하죠. 지금은 적응이 돼 뻔뻔하게 촬영하기도 하지만 매번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최근 불법 촬영이 중대한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카메라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습니다. 사진기자 역시 예외가 아니죠. 취재 목적임을 밝힌 정중하고 간절한 부탁에도 가시 돋친 말투로 촬영을 거부당할 때는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억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고 자신을 위로합니다. 이런 부정적 분위기는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자초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카메라에는 잘못이 없을지라도요.

  스스로를 돌아봐도 결백하지는 않습니다. ‘좋은 사진’을 위해 출입이 금지된 곳에 들어가서 촬영하거나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보는 일이 많습니다. 행사 내내 왔다 갔다 하며 진행을 방해하고 셔터 소리로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기도 하죠. 어떤 순간에는 앞뒤 생각하지 않고 셔터를 눌러야 한다는 직감이 오기 때문입니다. 투정 어린 자기변호를 하자면, 사진기자로서의 직감은 피사체가 누리는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과 항상 부딪힙니다. 행복한 순간을 즐기는 사람들, 흥겨운 축제 무대, 엄숙한 기념식, 그 모든 장면을 기자가 방해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짧은 고민 끝에 결국 셔터를 누릅니다.

  사진이 갖는 힘에 대해서도 생각해봅니다. 가려진 진실을 드러내 세상을 바꾸기도 하지만 무기가 돼 누군가를 위협하거나 상처 입히기도 하죠. 이 양날의 검은 날카로우면서 닳지도 않습니다. 디지털 사진은 복제가 가능하며 사실상 영원히 보존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힘이 옳지 못한 방법으로 쓰이는 모습을 다양하게 목격했습니다. 기자가 느끼는 눈초리는 이에 대한 경계심이겠죠.

  그래서 찰나를 영구한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는 반드시 피사체에 대한 섬세한 마음가짐이 뒤따라야 합니다. 기자의 공적 시선이 침범하는 사적 영역에 대한 예민한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눈앞의 피사체에 대한 열망만 있다면 단순히 민폐를 끼치는 촬영자가 되겠죠. 문제의식뿐만 아니라 피사체와의 교감도 필수적입니다. 정중하게 다가가 경계를 허물고 촬영의 필요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합니다. 촬영이 서로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말이죠.

  당연한 것들이지만 매번 철저히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스스로 더 엄격하기로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기자가 일으키는 불편에 대한 부채감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촬영에 임하겠습니다. 카메라를 메고도 떳떳하도록, 사진이 건강하고 올바른 힘만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신중히 셔터를 누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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