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공시문 두드리는 청춘에게 양분을
  • 손의현 기자
  • 승인 2019.04.07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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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를 박차며

청춘이라는 새싹이
노동시장 재목으로 자라도록

‘장래희망 넘버원... 공무원? 강요된 꿈은 아냐, 9회말 구원투수.’ 방탄소년단의 데뷔곡 ‘No more dream’ 가사 일부다. 많은 청년이 공무원을 준비하는 현실은 가사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올해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실시한 ‘공무원 시험 준비 현황’ 조사에 따르면 국내 20‧30대 성인 남녀 2442명 중 38.9%가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이는 청년 10명 중 4명이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이라는 의미이다. 전문가들은 청년 공시생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 대책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해외에서는 공무원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살피고 국내 노동시장의 구원투수인 청년층이 적절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짚어봤다.

  해외 청년도 공무원만 바라보고 있을까

  청년 공시생 증가는 국내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고용조건이 좋은 일자리와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 간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유빈 연구위원은 일자리의 질이 양극단으로 나뉘어 있다고 지적했다. “평균 이상 수준의 고용조건을 지닌 일자리가 부족해요. 반면 임금도 낮고 불안정한 비정규직이 상대적으로 많죠.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임금과 복지 수준이 확보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돼요.” 국내 노동시장이 위축되는 추세도 청년 공시생이 증가하는 데 영향을 준다. 김태기 교수(단국대 경제학과)는 노동시장의 중요한 축이자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던 제조업 분야에서 고용이 감소했다고 짚었다. “지난 3년 사이에 제조업과 같은 양질의 일자리와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이 축소됐죠. 반면 정부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사회 서비스업의 일자리는 늘었어요.” 그는 사회 서비스업 일자리는 정부지원금이 중단되면 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국내 경제 고용창출력 부진과 청년 공시생 증가 현상은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해외의 많은 청년도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국내처럼 일자리 간 고용조건 격차가 심하지 않은 편이다. 김유빈 연구위원은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일자리 간 임금 격차가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들어가도 안정적인 일자리와 적정한 임금수준을 보장받을 수 있기에 많은 청년이 굳이 공무원이라는 직종에 몰리지 않죠.”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기업과 대기업,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업무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임금이나 근로 조건의 격차가 심하다고 짚었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비슷한 업무를 할 경우 같은 수준의 근로조건과 임금이 보장돼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자체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많은 청년층은 안정적인 임금과 복지가 보장되기에 공공 일자리 취업을 선호한다. 반면 김태기 교수는 스웨덴과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의 공공 일자리 급여는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국가들은 시험이 아닌 직무능력으로 채용하는 등 민간기업과 유사한 방식으로 공무원을 채용한다고 전했다. 또한 김태기 교수는 북유럽 국가가 공무원을 안정적으로 채용할 수 있는 이유로 정부가 외환보유액 일부를 투자용으로 출자해 만든 ‘국부펀드’를 언급했다. “북유럽 국가는 풍부한 자원에서 나오는 자본을 바탕으로 한 국부펀드가 있어요. 이 국부펀드에서 사회 서비스나 공공 일자리를 지원하는 거죠.” 그는 이러한 배경으로 북유럽 국가가 개인과 기업의 증세 부담 없이 공공 일자리에 드는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분 가득한 일자리를 마련하려면

  해외는 풍부한 자원을 갖추고 있거나 공공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우리나라와 다르다. 따라서 국내 노동시장에 맞게 방법을 강구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청년 공시생 증가 현상을 완화하려면 ‘양질의 일자리 마련’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현대경제연구원 A연구위원은 청년층을 위한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력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부분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신규 일자리를 대상으로 세금을 감면하는 등 혜택을 줘야 해요. 또한 벤처창업을 지원해 노동시장에서 청년층이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죠.” 그는 벤처기업이 성장해 새로운 고용창출이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노력과 함께 현재 일자리 수준을 높이는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 김유빈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의 근로 조건을 높여 양질의 일자리로 거듭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처럼 정부와 기업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을 위해 임금과 고용조건을 일정수준으로 보장해주는 방법이 있죠.” 또한 근로시간을 적정 수준으로 단축해 장시간 노동하는 관행을 지양하고 개인의 여가 및 문화생활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A연구위원은 청년 일자리의 임금 수준과 고용조건을 개선해 청년층 공시생 쏠림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우수한 청년 인재들이 공무원 시험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판단돼요.” 그는 고용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청년을 지원하기 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일자리 매칭 서비스를 강화하고 청년층이 직무 중심적인 취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짚었다. “청년 노동시장에서 학력과 일자리 간 미스매치가 심화되고 있어요. 따라서 고등학교와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직업 현장 교육을 강화하고 노동시장에서 이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정책도 마련돼야 하죠.”

  지난달 발표된 인사혁신처 자료에 따르면 올해 9급 공무원 공채 선발인원은 4987명이며 접수 인원은 19만5322명으로 경쟁률은 39.2:1 정도다. 노동시장의 신규취업자수가 감소하고 청년 실업률이 증가하는 현실 속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청년층이 능력과 열정을 제대로 인정받고 나아가 국내 노동시장을 선도하는 재목으로 성장하려면 고용창출력 회복과 일자리 수준 향상이라는 양분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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