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재학 시절 정신간호학 전공 수업 중 ‘로고테라피(Logotherapy)’ 발제를 준비하면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아우슈비츠에 강제로 수용되어 인간의 존엄성을 완전히 짓밟힌 채 무자비한 약탈과 구타, 굶주림과 헐벗은 상태에서의 강제 노역, 무엇보다도 극단적인 죽음의 공포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경험을 담담하고 의연하게 때로는 익살스럽게 그려낸 정신의학자의 체험담은, 대학병원 5년차 간호사로 일하고 있던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저자는 강제수용소의 혹독한 환경 속에서 “시련과 죽음 없이 인간의 삶은 완성될 수 없다.”고 되뇌면서, “태도의 변화가 공포로부터 해방을 준다”는 것과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면 인간은 그 어떤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즉, ‘아무리 가혹한 시련 속에서도 우리는 그것에 대한 태도를 선택할 자유(freedom of will)가 있으며,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태도를 변화시킴으로써 극복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로고테라피를 창시하고, 2차 세계대전 후 실의에 빠져 있던 사람들에게 “인생을 두번째 사는 것처럼 살라”고 권고하면서 자신의 두번째 삶을 로고테라피 이론 구축과 설파에 헌신한다.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하고 취업하여 성실하게 일하다 보니 어느덧 20대 후반이 되었던 나는 문득, 내가 꿈꾸던 삶으로부터 점점 멀어져간다는 불안을 막연히 느끼고 있었다. 현실을 외면할 용기도 없이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탓하며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아직 남아있다!’라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이러한 태도의 변화는 스스로 만든 난관에 봉착되어 있던 나를 자유롭게 해방시켜주었을 뿐만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 부딪혀도 내가 선택한 일에 더욱 몰입하게 함으로써 매일의 작은 목표들을 꾸준히 실천해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었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학부와 대학원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로고테라피와 함께 이 책과 빅터 프랭클 박사를 소개할 때마다 그 때의 절박함이 살아나 내 목소리는 다시금 가늘게 떨린다. 저자의 우렁차고 유머러스한 대중 강연 동영상 시청 후 학생들의 숨결에서 느껴지는 깊은 울림은 넓은 강의실에 고요히 스며든다. 아마도 그 순간, 우리는 저자의 ‘로고테라피’를 향한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삶에 감동하면서, 저마다의 ‘삶의 의미’와 ‘선택의 자유’를 되새기며 진정한 내면의 자신과 만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타이른다. “성공을 목표로 삼으면 삼을수록 점점 더 놓치게 될 것이다. 성공이란 추구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결과로서 얻어지는 것이다. 자신의 의식이 명령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귀 기울이고, 힘껏 실행해나가라. 그러다 보면 마침내 성공이 바짝 뒤따라 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성공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윤정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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