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엘라 휠러 윌콕스는 “하루 중 가장 달콤한 시간은 새벽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벽이 아주 값진 시간이라는 사실을 ‘달콤함’으로 표현했죠. 대부분의 사람에게 새벽이 달콤한 이유는 바로 ‘잠’ 때문입니다. 새벽은 대개 하루를 마무리하고 한시라도 빨리 잠을 청하는 때입니다. 자정이 넘어 동이 틀 때까지 우리는 달콤한 잠에 빠져있죠.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새벽이 달콤한 이유가 전혀 다릅니다. 이들이 맛보는 달콤함은 성취감입니다. 다른 사람이 잠든 사이 구슬땀을 흘린 끝에 맛보는 희열이죠. 건설노동자, 시장상인, 미화원 등은 새벽에도 잠들지 않았습니다.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새벽을 채워가고 있었습니다.

  이번주 사진부는 남구로역, 노량진역, 여의도역 등 각지의 새벽 풍경에 주목했습니다. 멈춰있지 않고 활발히 움직이는 새벽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죠. 당신이 잠든 사이에 보지 못한 새벽의 모습, 사진부가 보여드리겠습니다.

AM4:30, 남구로역 인력시장
AM4:30, 남구로역 인력시장

거리에 하나둘씩 불이 꺼집니다. 거리를 가득 메웠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에 빠져있는 시간이죠. 하지만 모두가 잠든 이 시간 더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직 어두운 새벽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희비가 엇갈린 남구로역

  남구로역 새벽 인력시장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남구로역은 수도권에서 가장 큰 인력시장입니다. 오전 4시 남구로역에는 낮에 볼 수 없었던 인파가 몰리기 시작합니다. 인파의 정체는 일자리를 찾는 건설노동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연락받고 나왔어요?”라는 말과 “일 있나요?”라는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남구로역에 도착했을 때 드문드문 보이던 노동자들은 오전 5시가 가까워지자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인도를 넘어 차도까지 건설노동자들로 가득 메워졌죠. 오전 5시부터 시작한 인력 모집에는 수천명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사람에 비해 자리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일을 구하지 못한 사람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죠.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밤낮 없는 눈치싸움

  “이제 시작이네요” 19년 차 경매사 박주상 대리의 말과 함께 양재동 aT화훼공판장의 경매가 시작됐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꽃들의 주인을 찾는 경매가 열렸죠. 경매장에서는 중매상과 경매상의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습니다. 경매사는 전국 화훼농가들에게 위탁받아 경매를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격을 한푼이라도 깎으려는 중매상과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경매사의 한바탕 눈치싸움이 일어나죠. 보는 사람마저 긴장하게 만드는 경쟁은 3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경매가 끝난 후 언제 보람을 느끼시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박주상 대리는 “보람? 보람 있는 건 가격이 잘 나왔을 때지.”라고 말했습니다. 농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생각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였죠. 경매가 진행되기 전·후 공판장은 분주했습니다. 경매 전 중도매상들은 꽃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죠. 경매 후에는 낙찰된 꽃을 점포로 옮기기 위한 상하차도 진행됐습니다. 수많은 꽃들이 트럭을 오고가는 동안 점점 아침이 밝아왔습니다.

화훼공판장에서 절화 경매가 한창이다.
화훼공판장에서 절화 경매가 한창이다.
화훼공판장. 꽃. 체크. 배달. 성공적.
화훼공판장. 꽃. 체크. 배달. 성공적.

  무거운 몸 이끌고

  세종, 대전, 부산 등 각지로 떠나는 직장인들이 서울역에 모여들었습니다. 직장인의 새벽은 바쁘게 돌아갔죠. 이들은 도넛, 김밥 등 간단한 메뉴로 미처 먹지 못한 아침을 때우며 열차를 기다렸습니다. 출발시간이 되자 열차에 몸을 싣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떠났죠. 지방에서 출발해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여의도역에는 회사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이른바 ‘지옥철’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답답한 공간에서 빠져나와 한숨을 돌리는 것도 잠시, 기계처럼 굳은 얼굴로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새벽부터 부산행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
새벽부터 부산행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
빠르게 노량진역 개찰구를 지나는 시민
빠르게 노량진역 개찰구를 지나는 시민
하품이 절로 나오는 새벽, 신발도 견딜 수 없는 출근길
하품이 절로 나오는 새벽, 신발도 견딜 수 없는 출근길

  노량진의 반짝이는 구슬들

  노량진의 새벽에선 다양한 모습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학원 앞에는 새벽부터 긴 줄이 나타났네요. 인기강사의 현장 강의를 앞자리에서 듣기 위해 미리 도착한 학생들이었습니다. 새벽 시간임에도 학생들의 눈은 반짝거렸죠. 학원을 지나 노량진역 옆 수산시장에서는 업무를 마감하는 상인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수산물을 담았던 상자를 치우고 있네요. 깨끗한 모습으로 다음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겠죠. 그 옆의 가판대에선 음료수를 팔고 있습니다. 새벽부터 일한 사람들의 잠을 쫓는 박카스, 커피 등이 보입니다. 열심히 땀 흘린 상인들은 한데 모여 잠깐의 여유를 가졌습니다.

노량진 고시학원 앞에서 기다리는 학생들
노량진 고시학원 앞에서 기다리는 학생들
판매품목은 오직 카페인
판매품목은 오직 카페인

  캠퍼스에 볕이 들기까지

  서울캠 앞 흑석동에도 새벽이 찾아왔습니다. 밤새 더러워진 학교를 치우는 미화원, 학교의 안전을 책임지는 방호원들과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학교 안 상점들도 불을 켜며 하루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은 청소와 물건 정리를 하며 학생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죠. 학생식당도 식자재를 채우며 중앙대의 아침을 준비했습니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흑석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흑석
상도에 아침을 배달하는 '프레시 매니저'
상도에 아침을 배달하는 '프레시 매니저'

  모두 잠들어 있을 것만 같았던 새벽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새벽을 열고 있었죠. 건설노동자·경매사·상인·직장인들이 저마다 고요한 새벽을 깨웠습니다. 고요한 듯 보이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시간, 새벽입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