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으로 나아가는 그들의
디딤돌인가 걸림돌인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우리나라 장애인 교육 수준 중 ‘대학이상’ 비율은 약 15.1%에 해당한다. 지난해 한국대학진학률이 약 69%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격차는 매우 크다. 정부는 장애학생이 대학 입시(대입)에서 차별받지 않고 대학이라는 더 큰 세상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법률과 정책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장애학생이 대학 진학이라는 벽을 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애학생을 위해 갖춰진 대입 정책을 알아보고 이러한 제도가 장애학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차별 없이 대학의 문을 두드리도록

  장애학생의 학습권 보장은 그들의 인격과 행복추구권을 존중하는 결과로 연결되기에 가치 있다. 이들은 고등교육을 받아 자신의 능력을 개발할 수 있고 이 능력은 향후 그들이 사회로 나아가는 기반이 된다. 정부는 장애학생의 교육에 대한 관심을 고등교육과정까지 확대하기 위해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특히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는 장애학생이 대학 입학 과정에의 차별을 막는 법률이 명시돼있다. 제4조(차별의 금지) 제1항에 따르면 대학은 입학을 원하는 장애학생을 그가 지닌 장애를 이유로 입학 지원을 거부하는 등 교육 기회에 있어 차별해서는 안 된다. 또한 같은 조항 제2항에 따라 대학은 입학전형절차에서 필요한 수험편의 내용을 조사하거나 확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장애학생에게 별도 면접이나 신체검사를 요구하는 등 입학전형 과정에서 장애학생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이외에도 교육부는 장애학생이 차별받지 않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지난 2003년부터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신현기 교수(단국대 특수교육과)는 정부가 관련 법률을 시행해 차별 없는 대학 진학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산하 국립특수교육원은 장애학생의 대입제도를 안정화하기 위해 3년마다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를 실시하고 있어요. 또한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죠.” 지난 2017년에 결과가 발표된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는 선발, 교수·학습, 시설·설비라는 3개 영역으로 평가됐다. 그 중 ‘선발’ 영역에는 ‘대학은 모든 전형에서 장애학생에게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며, 차별 없이 다양하게 선발하여야 한다.’라는 평가기준이 포함됐다. 해당 평가 지표에서 좋은 등급을 받으려면 대학은 다양한 유형의 장애학생을 선발하고 장애학생에게 입학에 대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입 기준이 ‘학력 수준’에만 집중돼있어 여전히 장애학생에게 불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경근 교수(단국대 특수교육과)는 학력 수준으로 평가하는 경쟁 입시 방식이 장애학생에게 원천적으로 평등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어렸을 때부터 비장애인에게 맞춰진 교육 커리큘럼을 따르며 오랜 기간 불이익을 당해온 장애인 집단에게 학력 수준으로 경쟁하는 대학 입학 구조는 불리할 수밖에 없어요.” 그는 단순히 제도 변화를 넘어 대학 입학 방식이나 선별 방식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장애학생이 불편을 겪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모두가 존중받는 수능이 되려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비장애인 학생과 같은 환경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응시하기 어려운 장애학생을 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험특별관리대상자’에 대한 별도의 시험 체계가 운영된다. 시험특별관리대상자로는 중증/경증 시각장애, 뇌병변 등 운동장애, 중증/경증 청각장애 등으로서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장애학생이 포함된다. 장애의 유형과 정도에 따라 부여되는 시험 시간과 평가자료 및 보조기기도 상이하다.

  하지만 정해진 기준이 장애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기보다 천편일률적으로 도움을 제공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한경근 교수는 장애학생마다 장애 유형이나 정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장애 유형과 정도가 각기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장애학생 개개인의 요구에 맞는 도움을 제공하는 흐름이 바람직해요.” 그는 장애학생을 배려하는 과정에서 형평성과 역차별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큰 흐름은 장애학생마다 장애 유형과 정도가 다르기에 장애학생의 개별적인 사정을 존중하는 방향을 지향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알맹이는 빠진 특별전형

  ‘장애인 등 대상자 특별전형(장애인 특별전형)’이란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9조 제2항 제4호에 따라 각종 장애로 특별한 교육이 필요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장애인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1995년부터 시행됐으며 정원 외 특별전형으로 대학의 모집단위와 별개로 정원이 마련된다. 대학은 수험생의 장애 정도에 따라 합리적 기준을 대학 내 ‘대학입학전형관리위원회’에서 정해야 한다. 이때 특정 학과나 장애 유형에 한정하지 않고, 중증 장애학생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운영해야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관할하는 대입정보포털사이트 ‘어디가’에 따르면 오는 2020년도(현재 고등학교 3학년) 기준 우리나라 219개의 일반대학 중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장애인 특별전형을 시행하는 대학은 113개였다. 한경근 교수는 대학이 필수적으로 장애인 특별전형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대학도 나름대로 학생 선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당 대학 이사회의 입학 제도에 따라 장애인 특별전형 시행 여부를 결정하죠.” 

  장애학생에게 공평한 학습권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장애인 특별전형 제도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보완할 부분은 존재한다. 신현기 교수는 대학이 해당 대입 전형을 기피하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다. “대학은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선발한 학생의 수업료보다 복지비용이 과도하게 지출되는 상황을 우려하죠. 따라서 입학 기준을 강화하는 등 해당 전형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장애인 특별전형이 사회적 배려 대상자인 장애인을 위한 시혜적 조치에 불과해 내실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현기 교수는 대학이 장애학생을 위한 실질적 교육보다 입학 제도에 치중해있다고 말했다. “대학이 입학제도에 치중해 장애학생의 전공별 교수법은 개발돼있지 않아요. 교수 및 직원들이 장애학생의 교육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장애학생 고등교육정보를 관리할 필요가 있죠.” 한경근 교수는 대학이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장애학생을 선발하고 있지만 적절한 대책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보통 대학은 교육과정을 기획할 때 먼저 학과별 정원을 정하고 그에 따라 교수나 교비를 지원하죠. 그러나 ‘정원 외’로 입학한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지는 의문이에요.”

  오른손에 조막손 장애가 있음에도 메이저리그에서 11시즌 동안 7개 팀에서 활약한 짐 애보트 선수는 이런 말을 남겼다. ‘희망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불가능한 것은 없습니다. 장애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넘어서야 할 하나의 관문일 뿐입니다.’ 장애학생이 ‘대학’이라는 하나의 관문을 넘을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장애학생의 공평한 학습권 존중이 그 첫걸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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