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함’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조르바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쓴 『그리스인 조르바』에는 60대 광부 조르바가 등장한다. 어린아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그는 현재에 충실한 인물이다. 그에게 중요한 건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 자네 뭐 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 해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삶을 예찬하고 본능에 따르는 조르바의 모습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담대한 그가 부러워 책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 가방에 책을 넣고 다녔다.

  이후 조르바는 일상 속에 빠르게 스며들어왔다. 특히 취재 과정에서 그가 주는 용기의 힘이 놀라웠다. 교환학생과 태권도 체험 프로그램을 다녀왔을 때 일이다. 1시간가량 프로그램을 마치고 발견한 녹음 파일은 단 10분 분량이었다. 식은땀이 나는 순간, 조르바가 떠올랐다. 억울한 일보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곧장 태권도장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사범님께 닥친 상황을 소상히 설명했다. 용기를 내 취재답변서를 부탁했다. 손이 차가워지는 건 어찌할 수 없었지만 우물쭈물했다면 끝내 돌파구를 찾지 못했을 테다.

  지난주 교환학생과 한의원을 체험하기 전 겪은 일화도 있다. 취재요청 차 중앙대 근처 한의원에 들렀다. 그러나 한의사와 직원들 모두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평소라면 재빠르게 눈치를 채고 되돌아갔을 테지만 이내 조르바를 떠올렸다. 그들의 표정에 함께 곤혹스러워하기보다 취재요청을 하는 데에만 집중하고자 했다. 한의원 체험 기사가 지면에 실리면 발생할 수 있는 홍보 효과를 강조했다. 더 나아가 지난 기사를 보여주며 신뢰감을 보태고자 했다. 완고한 설득 끝에 결국 취재 협조를 받아냈다. 이후 발행된 신문을 전해드리러 다시 한의원에 들렀다. 신문을 펼쳐든 한의사가 건넨 한마디가 선명하다. “좋은 글 고마워요.”

  취재를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에 흔들릴 때가 온다. 우리 뜻대로만 일이 풀린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물이 엎질러진 상황을 인정하고 이에 조치를 취하는 대처자세가 중요하다. 물을 그저 바라보는데서 나아가 이를 주워 담거나 새로운 물을 준비하자는 뜻이다. 충분치 않은 취재 기간, 무엇에 집중할지는 오롯이 기자 몫이다. 물론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수월한 기사 마감을 원한다면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추천한다. 

  조르바 덕분에 이번학기를 대하는 새로운 태도를 배웠다. 전보다 대담해지는 것이다.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는 상황에서 위기를 돌파할 방법은 분명 존재한다. 순간에 충실하고 본질에 집중하자. 더불어 조르바는 두려움을 두려워 않는다. “인생이란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법이지요.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브레이크를 써요. 그러나 나는 브레이크를 버린 지 오랩니다. 나는 꽈당 부딪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밑져야 본전이라면 대담히 부딪쳐보자. 조르바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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