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대표자의 공백을 언제까지 용인해 줘야 하나. 안성캠 총학생회(총학) 성평등위원회(성평위)가 여전히 꾸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안성캠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총여학생회(총여)가 폐지된 후 오늘(1일)까지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자리는 텅 비어있다. 총여와 성평위가 없는 동안 책임져야 할 일이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공백 동안 보호받지 못한 학생의 인권을 책임질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정상적인 기구가 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소수자에 해당하는 학생이 기댈 곳은 없었다. 지난해 11월 안성캠 학생 대표자들은 34년 역사의 총여를 하루아침에 폐지했다. 그렇다면 대체 기구인 성평위를 하루빨리 신설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학기 학생 사회는 성평위를 제대로 마련하지도 않은 채 나 몰라라 식으로 임기를 끝냈다. 당시 성평위를 바로 신설할 수 없었다면 다음학기 학생 대표자에게 선결 과제임을 분명히 전달해야 했다. ‘총여 폐지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던 대표자가 허공으로 사라진 결과다. 공백이 가져올 위험성을 몰랐던 학생 대표자들의 명백한 실수 아닌가.

  안성캠 총학은 공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총학은 “성평위가 구성될 때까지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내정자와 함께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내정자가 정해졌다면 진작 성평위를 꾸릴 수 있지 않았나. 총학의 나태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총학은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가 공백이 아닌 준비 기간이라고 전했다. 인준받지도 않은 내정자가 특별 기구장의 권한을 똑같이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성평위를 빨리 설치할 수 있는 방법은 있었다. 안성캠 총학 회칙 제22조 3항에 따르면 확운위 내부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여 긴급을 요하는 경우 총학생회장이 직권 소집을 공고할 수 있다. 성평위 부재가 바로 중대한 문제가 아닌가. 제61대 총학이 정식으로 출발한 지난해 12월에 이미 확운위를 소집해 성평위 인준안을 가결해야 했다. 지난해 11월 긴급 학운위에서 학칙에 기재된 총여 관련 조항을 모두 삭제하고 약 5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학칙의 공백이 채워질 기미가 어렴풋이 보이는 것이다.

  학생 대표자 부재로 학생자치에 뚫린 구멍은 새삼스럽지 않다. 학생 대표자의 책임의식 부재로 인한 전학대회 파행은 꾸준히 있어왔다. 지난달 18일 서울캠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는 ‘전학대회 불참·지각·조퇴 사유 및 실명 공개’안을 의결했다. 의결안에 따르면 서울캠 총학은 오는 10일 있을 전학대회부터 불참 대표자의 실명과 불참사유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안건은 온전히 학생 대표자의 태만한 태도 때문에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전학대회 참석은 전공단위 학생들을 대표하는 학생 대표자로서 마땅히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당연한 일을 강제했다는 점을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책임을 못다 한 학생 대표자를 공공연히 밝혀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나 중운위가 해당 안건을 결정한 만큼 학생 대표자는 공백이 주는 위험을 인지하고 자율적으로 메우길 기대한다. 나아가 학생대표자들의 적극적인 자치 활동으로 해당 안건이 다시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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