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캠 생활관은 1년에 2회 소방교육 및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생활관 관계자는 전체 관생 약 1900명 중 약 300명만이 해당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 훈련 참석에 강제성이 없어, 전체 관생 중 80% 이상의 학생이 화재 및 재난 상황에 대응하는 법을 교육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생활관같이 다수가 동시에 거주하는 공간일수록 현장에서 위급 상황에 더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많은 인원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발생한 사고는 큰 재난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빠르게 대처하려면 교육 및 훈련은 필수다.

  실제 학생들의 빠른 대처로 생활관 화재를 진압한 일이 있다. 지난해 7월 11일 새벽 1시 30분경 한국체육대학교 생활관에서 화재가 발생해 약 440명의 학생이 긴급히 밖으로 대피했다. 당시 화재 현장에 있던 학생들이 약 5분 만에 불을 진화했고 소방당국이 도착하기 전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다. 학생의 빠른 대처와 침착한 대응으로 큰 재앙을 막은 것이다. 같은해 10월에 을지대 생활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생활관 세탁실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약 30명의 관생이 빠르게 대피해 큰 인명피해 없이 화재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공공기관의 소방안전관리에 관한 규정」 제9조에는 ‘실(室)이 벽·칸막이 등으로 나누어진 경우 그 사용책임자는 해당 실 안의 화기 단속 및 화재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관생들은 본인 호실에서 발생하는 위급 상황에 적절히 대응해야만 한다는 의무를 지고 있다. 그런데도 20%가 채 되지 않는 관생만이 소방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관생과 생활관의 안전이 과연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음을 의심케 한다.

  심지어 안성캠 생활관은 무인경비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생활관 각 동에 방호원이 상주하고 있지 않다. 이는 화재 등의 위급 상황이 발생시 현장에 있던 관생의 1차 대응이 매우 중요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관생은 화재 대응 요령 숙지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학생의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가장 시급해 보인다. 관생들은 함께 지내는 관생과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려면 소방 훈련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안전과 자율 두가지를 다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이 해당 교육에 참여를 원해도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하는 실정이기도 하다. 현재 생활관이 소방 교육을 학생의 수업시간과 겹치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만 진행하기 때문이다. 안성캠 생활관 관계자는 훈련 시간을 파견 강사의 일정에 맞추기 위해 일과 시간에만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해당 시간에 수업이 있는 관생은 참여 의지와 무관하게 소방 훈련에 불참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주객전도다.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해 보인다. 아무리 좋은 강사를 초빙해 교육을 진행하더라도 많은 학생의 참여 없이 진행되는 정책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뿐이다. 소방 훈련 필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 환경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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