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난임 지원사업

시술비 지원이 해답은 아냐

심리상담·근로복지 개선 필요


난임 문제가 더 이상 개별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 현상으로 간주되며 지난 2006년부터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 사업(난임 부부 지원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올해도 보건복지부는 난임 부부 지원 사업이 포함된 모자보건사업 개정안을 발표했다. 분명 지난해 대비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더 다양한 시술이 보장됨은 물론 각 시술에 대한 비용 지원 또한 확대됐다. 하지만 난임 부부가 겪는 정신적 고통과 열악한 근로복지환경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필요해 보인다. 심리상담이 필요한 난임 환자 수에 비해 상담센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며 연간 3일까지 보장되는 난임 휴가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이후 꾸준히 개정된 난임 부부 지원 사업이 올해는 어떤 변화를 도모했으며, 여전히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전문가와 짚어봤다.

 올해도 새 옷 입은 난임 정책

 개정된 난임 부부 지원 사업은 지원종류, 지원범위, 선정기준, 시술 허용범위 등에서 지난해와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해당 사업이 지원하던 시술 종류가 신선배아 시술에 한정됐다면 올해부터는 인공수정 시술과 동결배아 시술도 지원 대상에 해당한다. 난임 시술비 지원 범위 또한 확대됐다. 체외수정 시술에 해당하는 신선배아와 동결배아를 구분해 각 시술 1회당 최대 50만원까지 시술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신선배아 시술의 경우 최대 4회, 동결배아 시술과 인공수정 시술은 최대 3회로 지원 횟수가 제한된다. 또한 지난해 지원 사업 대상 선정 기준은 ‘기준중위소득 130% 이하인 가구 및 의료급여수급권자’였지만 올해는 ‘기준중위소득 180% 이하인 가구 및 의료급여수급권자’로 선정 기준 범위가 확대됐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시행된 사업과 비교했을 때 이러한 변화는 미미하거나 오히려 축소된 부분도 있다. 지난 2017년 시행된 난임 부부 지원 사업의 경우 난임 시술(신선배아, 동결배아, 인공수정) 수혜 대상에 ‘기준중위소득 200% 초과인 가구’도 포함돼 있었다. 임장호 사무관(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은 난임 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정부의 재정 지원 정도에 차이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지난 2017년 10월부터 난임 시술에 건강보험 급여 혜택이 적용됐어요. 난임 환자가 건강보험으로 감액 혜택을 받다 보니 정부 차원의 지원 규모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죠.” 그는 사업을 다시 확대해달라는 사회적 요구가 있어 올해 사업 규모를 확충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률혼 외에도 사실혼 관계에 있는 난임 부부 역시 난임 지원 사업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국회에서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것으로 보여요.” 임장호 사무관은 모자보건사업이 사회적 요구에 따라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난임 환자 고립시키는 ‘우울’

 지난해 국립중앙의료원과 보건복지부는 ‘난임·우울증 상담센터’를 개소했다. 난임으로 인한 정서적 어려움 완화와 난임 여성의 우울증 개선을 돕기 위해서다. 이는 난임 시술을 받는 이들의 정신적 고통을 국가가 인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권희선씨(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는 전문적인 난임 심리상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난임 시술로 임신을 성공한 경우에도 유산에 대한 불안감이나 임신과 관련한 스트레스가 자연임신을 한 임산부보다 심한 편이에요.”

 그러나 난임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의 상황이 심각함에도 운영 중인 상담센터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체외수정 시술을 받은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정신적 고통, 고립감과 우울’을 호소한 여성의 비율이 86.7%로 집계됐다. 그중 ‘매우 심각’과 ‘약간 심각’에 응답한 여성은 각각 52.0%, 34.7%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현재 국가에서 운영하는 상담센터가 난임 여성의 정신·심리상담 수요를 충족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난임 심리상담이 필요한 고위험군의 난임여성은 대략 6만명으로 추산됐어요. 상담센터를 전국 단위로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죠.” 권희선씨는 난임 환자의 심리상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현실을 지적했다.

 여전히 부족한 난임 휴가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른 난임 휴가는 연간 최대 3일만 보장된다. 하지만 난임 시술에 소요되는 시간에 비해 난임 휴가가 짧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6년 발표된 ‘난임부부 지원사업 결과분석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체외수정의 경우 과배란 유도, 난자채취, 배아이식 등의 절차를 거치는데 대략 21~30일의 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한 번의 시술로 임신에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아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동일 보고서에서 직장 여성을 대상으로 ‘체외수정 1회 시술을 받기 위해 필요한 유급휴가일수’를 조사한 결과 7~21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75.1%에 달했다. 난임 휴가제가 실제 난임 여성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셈이다.

 정승연 사무관(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은 난임 휴가가 최대 3일로 보장된 배경을 설명했다. “난임 휴가제를 제정할 당시 전문 의료진에게 난임 치료에 필요한 기간을 여쭤봤어요. 난임 시술 1회당 평균 1.5일 정도가 소요된다는 답변을 받아 2회의 시술까지 고려한 휴가 기간이 확정된 거죠.” 그는 휴가 기간을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있다면 법률 개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대략 1년의 시간이 필요해요. 도입 후 1년 동안 여러 사례를 검토해야 개정 절차를 밟을 수 있죠.” 난임 부부 지원 사업이 매년 긍정적인 변화를 도모하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저출산 해소라는 목표 뒤 가려진 이들의 아픔을 이제는 정부가 품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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