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노조에게, 당연한 일을 당언하며
  • 박성배 기자
  • 승인 2019.03.25 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중지란(自中之亂)’. 같은 편끼리 하는 싸움을 뜻한다. 현재 중앙대 노동조합(노조)의 상황이다. 지난해 진행된 임시총회에선 고성이 오갔으며 지쳐버린 조합원은 퇴장했다. 제13대 노조 지도부가 제12대 노조 임원진을 형사 고발하기도 했다. 묵혀둔 문제들이 터지며 탄핵 발의도 진행됐다. 결국 지난 21일 제13대 노조 지도부는 탄핵당했다.

  시작은 하나였다. 제10대 노조 당시 폐지된 기존의 주말근로수당과 초과근로수당을 받기 위해 제11대 노조가 꾸려졌다. 임금협상 준비도, 법무·노무적 지식도 부족했지만 잘못을 바로잡으려 힘든 여정에 나섰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지난 2015년 주말근로수당은 다시 받게 됐으나 ‘포괄산정임금제(포괄임금제)’로 초과근로수당 지급이 단체협약서에 명시됐다. 또한 상여금 1100% 중 720%를 기본급에 포함하고 380%는 복지수당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통상임금의 성격을 지닌 복지수당을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명시하게 됐다. 지난해 5월에는 380%의 복지수당을 초과근로수당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연봉제급여규정이 개정됐다. 노조는 대학이 졸속으로 개정을 강행했다며 그제야 법적 조치를 준비했다.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고 노조 내부에서 갈등만 증폭됐다. 누가 포괄임금제를 도입했고 연봉제급여규정 개정에 빌미를 줬는지 책임을 떠넘기고 비난하고 있다. 서로가 정치적이라 지적하며 정작 자신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잘잘못을 가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본’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기본적인 절차는 지켜지지 않았다. 투표는 강행됐고 절차적 문제만 드러났다. 노조 규약은 제멋대로 해석됐고 갈등의 쟁점일 뿐이었다. 일부는 미흡한 규약의 해석을 두고 억지스럽게 주장했다. 일부 조합원은 노조위원장에게 “기본과 절차를 어겨가면서까지 정당성을 훼손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중요한 순간엔 ‘전문성’이 없었다. 지난 노사 간 협상 결과와 최근 벌어진 갈등이 부족한 전문성을 방증한다. 괜찮은 줄 알았던 포괄임금제는 미지급된 임금 지급 방안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기본급이 인상된다며 가져온 380%의 복지수당 관련 조항은 지난해 5월 발생한 연봉제급여규정 개정의 빌미가 됐다. 뒤늦게 법률 자문을 구했지만 너무 멀리 와버렸다.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어떤 일도 해결할 수 없다. 전문성도 기본이 지켜진 후에야 힘을 얻을 수 있다.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 구한 법률 자문도 기본적인 절차와 규약이 흔들리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임금협상안 없이 협상을 체결하지 못하면 결국 피해는 노동조합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기자는 노조 조합원에게 조심스레 당연한 사실을 당언하고자 한다. 어렵고 복잡할수록 ‘기본’을 지키고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처음부터 천천히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무엇이 부족했고 앞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면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