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을 차려 입고 주민등록증을 받으러 동사무소에 가던 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새삼 느끼며 애국심을 불태웠던 기억이 난다. 어느새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처음 맞는 지방자치단체 선거, 하지만 만 18세였던 나는 지자체 선거를 멀찌감치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주민등록증도 있고, 만 18세면 결혼도 할 수 있는데 선거권은 없다?

이제 그 볼멘 소리를 마이크를 대고 해보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소리쳐보자. 만 18세는 정치활동에 참여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리기만 할까. 만 18세면 이미 대학생이 되어 있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는 나이다. 사회초년생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사회에 적응해 나가려 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한참 사회에 대한 관심이 북돋아나고 갇혔던 사고에서 벗어나 비판의식 또한 충만해지게 된다. 18살이 어리다고 생각하는 것은 유권자로서 올바른 판단력을 갖춘 성인이라 보기 어렵다는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다른 나라들의 예를 들어보면, 세계 1백19개국 중 선거권 부여 연령이 18세 미만인 경우가 82%인 98개국이다. 이 중에는 17세, 16세, 15세에 선거권을 부여한 나라도 있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대부분 18세에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대 학생들은 만18세 선거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설문조사 결과 과반수를 훨씬 넘는 71.3%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중 ‘필요하지만 현재는 시기상조다’가 45.4%를 차지하기도 했다. 어리게만 보이는 사회초년생들, 그러나 “너희들은 어리니까 알 필요 없어”라고 말하는 순간 그들은 ‘정치에 무관심한 예비 20대’로 전락한다.

<김조영혜 기자> Oshine@press.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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