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모상(盲人摸象)’이라는 일화가 있다. 시각 장애인 네 명이 코끼리를 더듬으며 그 정체에 관해 토론했다. 꼬리를 만지던 사람은 “얇고 길쭉한 것이 밧줄이오.”라고 말했다. 옆에서 다리를 만지던 사람은 “밧줄이라니, 크고 단단한 것이 기둥이오.”라고 외쳤다. 과연 이들이 코끼리의 정체를 알아맞히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기자가 만나는 취재원도 맹인모상에 등장하는 시각 장애인과 같다. 취재원이 기자에게 전해주는 정보가 거짓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각자 입장에서 최대한의 정보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저마다 제공한 정보로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들의 답변이 전체를 아우르지는 못하지만 사건 파악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꼬리를 만지는 사람에게 “얇고 길쭉한 밧줄이라고 했는데, 정확히 촉감이 어떻게 느껴지나요?”라고 물어보자. “이것이 도통 가만히 있지를 않아. 주름도 있고. 사이사이에 털이 박혀 있는 것 같아.”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그것이 일반 밧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이처럼 취재원의 답변으로 사건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당 사건 취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자세한 답변을 듣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실제로 ‘308관, 화장실 선반 ’쿵‘’기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기자는 관계자에게 사고 발생 원인을 물었다. 돌아온 건 집기 설치 기간이 빠듯했다는 답변뿐이었다. 이에 기자는 구체적인 기간과 일정이 빠듯해진 이유를 물었다. 덕분에 입관생이 과별 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자 입관 기간을 앞당겼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시각 장애인 10명이 코끼리를 만진다면 4명이 코끼리를 만졌을 때 얻을 수 있는 정보량보다 더 풍성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꼬리와 다리뿐만 아니라 귀와 코, 상아 등 코끼리를 그려내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거머쥘 수 있다. 더불어 코끼리가 있었던 장소에 방문한다면 코끼리의 흔적까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취재도 마찬가지다. 표면에 드러난 정보만을 가지고 기사를 완성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취재원을 확보하고 최대한 많은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실제 생활관 기사를 쓰기 위해 교직원뿐만 아니라 사설 업체에 자문해야만 했다. 나아가 이전 기사를 공부하고 관련 정보를 정리하면서 보다 선명한 윤곽을 그릴 수 있었다.

  진실을 구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경험을 통해 각자의 관점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사건의 한 측면만을 바라본다면 결코 전체를 아우를 수 없다. 마치 기둥과 밧줄만으로는 코끼리 모습을 그려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기자는 여러 단편적 사실을 바탕으로 사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사람들이 진실을 파악할 수 있도록, 밧줄과 기둥이 아니라 코끼리를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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