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널리 모아 간직한 시장
  • 김준성
  • 승인 2019.03.11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길잡이란 ‘길을 인도해주는 사람이나 사물’을 뜻합니다. 흔히 가이드로 대체되는 단어인데요. 이번 학기 문화부 기자는 직접 길잡이가 돼 교환학생과 남다른 한국 문화를 체험합니다. 평범한 일상이 교환학생에겐 특별한 하루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번주 길잡이와 교환학생은 우리나라 대표 재래시장인 광장시장에 다녀왔는데요. 광장시장에서는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오감을 만족시켜준 그 순간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준비되셨나요? Let's go! 

 

 

 

종로5가역 8번 출구 앞. 걸음을 옮기자 광장시장 북2문이 반겨준다. ‘널리 모아 간직하다’는 뜻의 광장시장은 약 110년 세월을 견뎌온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시장이다. 이곳은 한복과 먹거리, 혼수품과 구제 의류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그 나라를 제대로 알고 싶으면 전통 시장부터 방문하라는 말이 있다. 시장은 한 나라의 문화를 집약해 보여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프랑스에서 온 유학생은 우리나라 전통 시장을 어떻게 이해할까. 중국과 프랑스 전통 시장과는 어떤 점이 비슷하고 또 다를까. 이를 자세히 살피기 위해 시장 안으로 들어선다.

 

다양한 먹거리부터

한복과 구제시장까지

모두 한 공간 에서 

 

  광장시장도 식후경

  시장 지붕을 수놓은 만국기 아래 수많은 상인과 손님, 관광객으로 점심시간 거리는 발 디딜 틈 없다. “우리 뭐부터 먹어요?” 중국에서 온 허유은 학생(언어교육원)이 묻는다. 때마침 가게 아주머니가 이리 와 앉으라며 손짓한다. 포근한 인상의 아주머니 앞에 가지각색 나물이 듬성듬성 놓여있다. “보리밥은 한국전쟁 직후 나라가 가난할 때 주로 먹던 음식이에요. 당시엔 쌀이 귀했거든요.” 기자의 설명에 허유은 학생 눈이 휘둥그레진다. “가난할 때 먹었다고요? 부자가 먹는 음식 같은데요. 그만큼 맛있다는 말이에요!” 프랑스에서 온 앤서니 학생(소프트웨어학부 4) 양푼이 어느새 깔끔하다. 앤서니 학생은 프랑스 시장에서는 음식을 먹을 기회가 적다고 말한다. “보통 프랑스 시장에선 재료만 팔거든요. 이렇게 직접 요리한 음식을 팔지 않죠. 그나저나 보리밥 되게 맛있네요!”  

  ‘낙지탕탕이’를 맛본 적 있는가. 낙지탕탕이는 산낙지와 육회를 칼로 ‘탕탕’ 내리쳐서 붙여진 이름이다. 재미난 이름만큼 입안에서 꿈틀대는 낙지의 움직임이 유쾌하다. 음식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앤서니 학생에게서 비장감마저 느껴진다. “프랑스엔 산낙지 음식이 없지만 육회 비슷한 ‘타르타르(Tartare)’라는 음식이 있어요. 날달걀을 터뜨려 비벼 먹는 점도 낙지탕탕이와 비슷하죠.” 이때 허유은 학생이 중국 사람은 산낙지를 먹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중국에도 회가 있기는 하지만 중국 사람은 날 것을 즐겨 먹지 않아요. 볶거나 튀겨먹는 편이죠.” 

 

  다양한 상품은 덤!

  광장시장 2층에는 구제시장이 펼쳐져 있다. 1950년대 피난민을 중심으로 이뤄진 군수품 거래가 현재 모습의 구제시장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곳은 일본,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들여온 개성 강한 구제 옷을 취급한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구제시장을 둘러보는 허유은 학생 표정이 심드렁하다. “중국에선 대부분 인터넷 쇼핑몰로 옷을 사요. 구제 옷도 마찬가지고요. 개인적으로 구제 옷은 찝찝해서 안 입는 편이기도 해요.” 앤서니 학생을 쳐다보니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프랑스 구제시장을 설명한다. “프랑스에도 구제시장이 있어요. ‘프리페리(Friperie)’라 불리죠. 작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이 이곳과 흡사하네요.” 

  한복을 파는 공간도 있다. 두 학생은 담청색, 진홍색, 황갈색 등 고운 빛깔로 수 놓인 한복에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특히 허유은 학생이 한복가게 사장님에게 한벌 가격과 박음질 방법을 물어볼 정도로 열성적이다. “옷소매 부분은 직접 손바느질을 하기도 할 만큼 세심한 정성을 요해요.” 잠시 말을 멈춘 사장님이 갸웃거리며 되묻는다. “한복 한벌에 40만 원 정도인데 살 건 아니죠?” 모두 손사래를 치며 황급히 자리를 뜬다.

  중국과 프랑스에도 전통의상을 파는 시장이 존재할까. 앤서니 학생은 프랑스의 저마다 다른 전통 의상을 이해해야 한다고 답한다. “프랑스는 지역마다 전통 의상이 다양해요. 전통 의상마다 용어가 다르기 때문에 ‘코스튬(Costume)’이라 통칭해 부르죠. 전통의상이 하나가 아닌 만큼 모든 전통의상을 한곳에서 파는 시장은 없는 것 같아요.” 허유은 학생은 웃으며 중국에서는 주로 전자 상거래로 전통 의상을 구매한다고 전한다. “‘타오바오(Taobao)’라는 쇼핑 앱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어요. 저도 앱에서 구매했는데 사진 한 번 보실래요?” 그가 스마트폰으로 중국 전통의상 ‘한푸(漢服)’의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2만원가량의 제품이 먼저 눈에 띈다.

 

  전통이란 이름 아래

  죽은 사람에게 입히는 옷인 ‘수의’를 파는 가게도 눈에 띈다. “수의는 시신이 뒤틀리거나 부패하지 않는 역할을 해요. 혹시 프랑스에도 비슷한 장례 문화가 있나요?” 기자의 궁금증에 앤서니 학생은 프랑스에는 수의처럼 정해진 옷이 없다고 대답한다. “옷은 보통 가족이 정해주는 편이에요. 죽은 사람이 생전에 좋아한 옷을 입히거나 정장을 입혀주곤 하죠.”    

  전통 혼례에서 주고받는 폐백 음식을 파는 가게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신부는 처음으로 시부모를 뵐 때 밤과 대추, 육포를 선물하곤 했어요. 항상 정성을 다해 모시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거든요.” 기자의 설명을 잠자코 듣던 허유은 학생이 높이 쌓인 밤대추고임을 보더니 깜짝 놀란다. “중국에도 폐백 음식이 있지만 이처럼 높게 쌓진 않아요. 반면 음식의 의미를 헤아리는 건 우리 전통과 비슷해 보이네요. 중국에선 평안과 발음이 유사한 사과를 폐백 음식으로 분류하거든요.” 

  한바탕 구경을 마치고 시장을 나오는 앤서니 학생의 발걸음이 사뭇 가볍다. “프랑스에는 모든 상품을 파는 큰 시장이 없고 특화된 작은 시장만 있어요. 광장시장 안에 작은 가게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인상 깊네요.” 허유은 학생도 한마디 거둔다. “광장시장은 한국 전통문화를 잘 보여주는 공간 같아요!” 눈과 입, 전통까지 사로잡은 광장시장은 외국 학생 마음마저 사로잡을 정도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문화수첩: 앤서니 학생과 허유은 학생이 추천한 시장은?

  -앙팡 루즈 시장(marche des enfants rouges)  

  1615년에 문을 연 ‘앙팡 루즈 시장(marche des enfants rouges)’은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이다. 루이 13세 시대에 문을 연 이곳은 주로 야외에서 열리는 프랑스 시장과 달리 실내 공간을 갖추고 있다. 햄과 생선, 유제품 등 식료품을 비롯해 빵과 꽃을 판매한다. 규모는 작지만 일본, 모로코,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을 갖춘 알짜배기 공간이다.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하루 이틀을 여는 프랑스 시장과 달리 이곳은 월요일만 쉰다. 파리 중심가인 3구에 자리 잡고 있으며 프랑스 역사기념물 목록에도 등재돼 있다. 제법 잘 정돈된 시장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다.

 

  -홍챠오 시장(紅橋 市場)

  베이징에 위치한 홍챠오 시장(紅橋 市場)은 1979년 농수산물 시장으로 시작했다. 현재는 지상 5층 지하 3층 현대식 건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은 ‘진주시장(Pearl Market)’으로도 불릴 만큼 각종 진주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또한 의류와 가방, 액세서리 등을 주로 취급하는데 모방(Imitation) 제품으로도 유명하다. 건물 3층에서는 돌로 만든 도장 등 중국 전통 공예품과 골동품을 접할 수도 있다. 전체 1000여 개 매장에서 2500명 가까운 상인이 상주하고 있으며 시장 주변에는 각종 레스토랑과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들어서 있다. 해외 단체관광 쇼핑 코스로도 주목받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