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군 생활을 할 때 같은 분대 최고선임이 킥복싱 선수였습니다. 같이 운동할 사람이 필요했던 선임은 갓 전입해 온 제게 운동을 가르쳐주겠다고 했죠. 얼떨결에 운동을 배우게 됐습니다.

  운동 첫날, 선임은 먼저 몸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며 중심 근육을 단련시키는 맨몸운동을 가르쳐줬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벤치 프레스나 데드리프트 같이 기구 운동을 배우고 싶었지만 선임은 스쾃, 팔굽혀펴기, 플랭크처럼 지루하고 따분한 운동만 가르쳐줬죠.

  그렇게 약 3개월 동안 맨몸운동만 했습니다. 기구 운동을 배우기 시작한 건 군살이 빠져 몸이 가벼워지고 슬슬 운동에 흥미가 붙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놀라웠던 점은 기구 운동을 꽤 금방 익힐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기자는 예전부터 운동에 탁월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운동이 몸에 잘 익었죠. 이유를 묻자 선임은 몸의 중심을 잘 잡아놨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어사전에 등재된 중심의 두번째 뜻은 사물이나 행동에서 매우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부분입니다. 이번 학기 중대신문은 늘 그래왔듯 기본에 충실한 신문이 될 것입니다. 신문의 기본은 사실을 보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가치도 사실 보도 위에 두어서는 안 됩니다.

  중심의 세번째 뜻은 확고한 주관이나 줏대입니다. 중대신문의 모든 기자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끊임없이 생각해 중대신문 만의 중심을 확립하겠습니다. 물론 두번째 뜻에서 말한 기본을 먼저 단단히 다진 후 그 위에 세워야 할 것입니다.

  국어사전에는 없지만 중대신문이 잡아야 할 또 다른 중심으로는 중앙인의 마음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앙인이란 중앙대 구성원 전체를 의미합니다. 학생은 물론이고 교수, 직원, 동문 심지어 부속 학교 학생들까지. 중앙이라는 이름 아래에 살아가는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는 신문을 위해 뛰겠습니다. 물론 어려운 일이겠지만요.

  중심은 사물이 부러져 쓰러지지 않게 해줍니다. 갈대와 오뚜기가 대표적인 예죠. 중심이 잘 잡힌 그들은 아무리 거센 힘도 버텨내고는 꼿꼿이 섭니다. 태풍이 지나간 이후에 나무는 꺾여도 갈대는 평온한 이유입니다.

  사람도, 글도, 신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의 중심이든 생각의 중심이든, 중심을 잡아야 부러져 무너지지 않습니다. 중심이 탄탄하면 외부 영향에도 휩쓸리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기도 수월합니다. 기자가 맨몸운동에서 기구 운동으로 쉽게 넘어갔을 때처럼 말이죠. 운동을 통해 느낀 중심의 중요성은 이후 기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무엇이든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가장 중요하게 가치를 매길 중심을 세웠습니다. 비록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전역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기자는 여전히 운동을 즐겨합니다. 그런데 값비싼 기구가 넘쳐나는 헬스장에서도 반듯한 고무 매트 하나만 찾습니다. 그리고 스쾃, 팔굽혀펴기, 플랭크를 합니다. 우리의 삶이나 행동 그리고 생각까지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가장 기본이 되는 가치로 귀결될 것입니다. 결국 중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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