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에 내몰린 보금자리, 혹시 당신의 집은?
  • 신혜리 기자
  • 승인 2019.02.2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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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고 늘려 만든 부실한 자취방
단속은 유명무실

"원룸 있음. 보증금 300 월 40. 즉시 입주 가능” 대학교 앞 골목 곳곳에는 이런 내용의 종이를 흔히 볼 수 있다. 타 지역에서 올라온 학생을 포함한 다수의 대학생이 학교생활을 위해 근처 원룸을 찾는다. 그러나 일부 건물주가 방 쪼개기, 불법 용도변경, 불법 증축 등의 시공으로 학생을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고 있다. 중앙대 근처 주택가도 예외는 아니다. 이는 중앙대 학생의 안전과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다. 정문부터 후문까지, 흑석동과 상도1동 내 주택가의 위반건축물 실태를 알아보고 여러 위반 사례를 파헤쳐봤다.

 

  다가구 불법로 위반건축길

  동작구청 주택과 및 건축과에 따르면 학교 주변에서 적발된 위반건축물은 흑석동이 총 184건, 상도1동이 총 407건이다. ▲기존의 방을 나눠 호수를 늘리는 무단대수선(방 쪼개기) ▲건물 용도를 무단으로 바꾸는 불법 용도변경 ▲무단으로 층수나 면적을 늘리는 불법 증축 등이 해당한다. 기자는 학교 근처 주택가 중 위반건축물로 지정된 건물의 건축물대장을 뽑아 직접 비교해봤다.

  먼저 정문 주변 주택가로 향했다. 정문 앞 식당가를 지나 골목길로 들어서면 나오는 흑석로11길. 어느 건물의 건축물대장에는 거주하는 가구수가 6가구라고 기재돼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무려 31가구가 살고 있었다. 무단대수선, 이른바 방 쪼개기다.

  학생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흑석로13가길의 한 건물은 건축물대장에 근린생활시설이라 적혀있다. 근린생활시설이란 일반적으로 주택가와 인접해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도울 수 있는 시설물을 뜻한다. 하지만 해당 건물 1층에는 떡하니 ‘원룸 있음’이라는 종이가 붙어있다. 무단으로 용도를 변경한 사례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니 건축물대장에 0가구로 표시된 것과 달리 2층부터 5층까지 무려 12가구가 존재했다.

  청룡호수 옆으로 뻗어난 중문부터 시작되는 빼곡한 주택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흑석로6길 일대 주택에서는 옥탑방 무단증축을 다수 발견했다. 불법 증축의 대표 사례다. 해당 건물들은 모두 위반건축물로 적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옥탑방이 존재하고 있었다. 건축물대장에 소매점이나 한의원으로 용도가 기재된 건물인데 실제로 소매점과 한의원은 찾아볼 수 없는 건물도 있었다.

  중문 근처 원룸에 거주 중인 A 학생의 집은 문을 열면 또 7개의 방이 나오는 방 쪼개기 건물 중 하나다. 그러나 그는 해당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A 학생은 “계약 당시 위반건축물이라는 언급은 없었다”며 “살고 있는 집이 방 쪼개기 건물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입주했다”고 말했다.

  또한 방 쪼개기를 할 때는 얇은 칸막이로 방을 나누기 때문에 방음에 매우 취약하다. A 학생은 “복도 쪽으로 나 있는 벽이 거의 방음이 안 된다”며 “복도에 사람이 지나다니는 소리가 잘 들리고 가끔 건넛방 소리까지 들린다”고 전했다. 

  흑석동을 넘어 후문부터 시작하는 상도1동에도 방을 쪼갠 건물이 존재했다. 상도로47아길의 한 건물은 건축물대장에 7가구가 살고 있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확인 결과 18가구가 살고 있었다.

  벌금 비웃는 도심 속 벌집

  기자가 직접 돌아다니며 살핀 위반건축물 중 대부분에서 방 쪼개기가 성행 중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축물대장에는 해당 위반사항이 표기돼 있지 않았다. 흑석동의 경우 기자가 찾은 방 쪼개기 사례만 해도 대략 30건에 달했다. 그러나 동작구청 건축과의 흑석동 무단대수선 적발현황은 단 1건에 불과했다.

  이에 동작구청은 모든 건물을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동작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모든 건물을 돌아다니며 단속하기는 어렵다”며 “민원사항이 접수돼야 담당자가 현장에 나가서 확인하고 위반사항에 표기한다”고 답했다. 방 쪼개기 단속이 전체 건물에 걸쳐 철저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인 셈이다.

  적발이 된다 하더라도 쉽게 시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동작구 주택과 관계자는 “위반건축물을 강제 철거할 수는 없다”며 “행정절차법에 따라 벌금의 한 형태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고 말했다. 또한 “방 쪼개기로 얻는 수익이 이행강제금보다 커 벌금을 내고 시정하지 않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동작구청 건축과는 올해부터 관련 조치를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1월 1일 이후부터 발생하는 위반건축물은 올해 벌금을 재부과할 시 연2회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동작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현재 해당 방안 이외에 따로 정해진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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