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코앞에 둔 지난해 8월 말이었다. 방학 동안 체중이 5kg가량 불어나 다이어트 계획을 세웠다. ‘매일 2시간씩 근력운동 하기, 3km 뛰기등을 플래너에 적었다. 헬스장에 등록도 했다. 시작은 두려웠다. 우락부락한 감찰반 형님들이 자세를 지적하지는 않을까 겁이 났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에 위안을 얻어 운동을 시작했다.

  막상 첫발을 떼니 순탄했다. 헬스장에서 수많은 운동기구를 하나씩만 사용해도 시간이 뚝딱흘러갔다. 눈에 보이는 기구들을 이것저것 도전하고 나면 땀도 흐르고 근육통도 은근히 오는 게 뿌듯하기 그지없었다. ‘역시 시작이 반이구나.’ 속담은 역시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고 체성분검사를 했다. 이게 웬일인가. 체질의 큰 변화는 없었고 체중도 그대로였다. 마치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새해, 새 학기, 방학 등 일상이 바뀌는 지점마다 우리는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정작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기는 힘들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다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이 속담에는 어떤 계획을 시작하기만 하면 끝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이 함께 깔려있다.

  그러나 막 시작한 일을 반이나 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시작이 반이다에는 무서운 함정이 숨어있다. 이 속담은 시작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해 첫걸음에 과도한 성취감을 느끼게 만든다. 시작은 결코 반이 아니다. 시작이 반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다이어트 계획으로 살펴보자.

  첫째, 꾸준히 해야 한다. 헬스장 3개월 이용권을 끊었다면 3개월 동안 빠짐없이 운동해야 한다. 한두 번 운동을 거르는 게 반복되면 게으름에 무감각해진다. 나태함은 갈수록 커지기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둘째, 중간점검을 틈틈이 해야 한다. 계획에는 언제나 변수가 따라온다. 매일 식단을 점검하고 매주 운동 계획을 확인하면서 하나하나 확실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잘못된 식단을 수정하고 진행하지 못한 운동을 체크해서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

  셋째, 점검은 객관적이어야 한다. 자신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하면 사람들은 행동을 합리화하기 시작한다. 타인의 냉철한 평가를 기대할 수 없다면 체중, 근육량, 지방 같은 객관적 수치에 근거해서 판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해야 한다. 모든 일은 벌여놓기만 한다고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계획했던 일을 꾸준히 진행하고 틈틈이 점검한다면 계획했던 일을 끝까지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을 끝마치고 뒤돌아봤을 때 비로소 시작은 반이 될 수 있다.

  개강, 새 학기의 시작이다. 새로운 도전의 첫발을 내디뎠다면 시작이 반이라는 안도감에 사로잡혀 안주하지 말자. 당신의 계획이 끝맺음으로 이어져 시작이 진짜반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을 꾸준히 점검하기를 바란다.

  고호 뉴미디어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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